약 5년전, 한참 경매 특수물건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 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달콤하디 달콤한 후기들을 보며 나도 특수물건으로 대박을 내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었습니다. 그때 제 레이더에 걸린 녀석이 바로 성내동 유치권 아파트 였습니다.

비록 2동짜리 아파트지만 완벽한 평지에 둔촌동역에서 364미터 거리, 초등학교 및 중학교와 400미터 내외, 무엇보다도 강동지역 재건축의 대장중의 대장 둔촌주공의 영향권 내에 있는 등 여러 모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둔촌주공의 이주수요니, JYP 신사옥 부지가 성내동으로 오느니 뭐 이것 저것 긍정적으로 볼 요소들은 많았지만 사실 그런 건 부수적인 것이고 이 물건에 사랑에 빠진 이유는 바로 “유.치.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원 현장사진에 “한솔X로스건설의 공사자 신XX전력(주) 이x재” 명의의 유치권행사 중이라는 표시가 현관문에 떡하니 붙어있었던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옆에는 “심약한 95세 노모가 있으니 소란을 피지 말라”는 주인 명의의 알림도 함께 있었습니다.

뭔가 손품만으로도 강한 돈냄새가 나는 매물이었습니다.

유치권이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높게 보였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첫째, 유치권을 알리기 위해 출입문에 붙여놓은 안내문에 허점이 보였습니다. 유치권의 당사자가 하도급업자(신XX전력)라고 하면서도 정작 도장은 시공사인 한솔X로스건설 것이 찍혀 있었던 것입니다. 뭔가 급조한 티가 났습니다.

둘째, 배당요구를 했던 임차인이 배당요구 종기일 이후에 취소한 점이 이상했습니다. 애초에 배당요구를 하지 않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배당요구 종기일 전에 해야 취소의 효력이 있는데 이도저도 아닌 행위에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셋째, 보존등기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압류와 같은 유치권자의 채권회수 노력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넷째, 무엇보다 유치권의 핵심인 점유를 임차인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이 수상했습니다. 유치권은 점유를 바탕으로 하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유치권자가 점유를 해야 하며 집주인의 동의없이 임대를 하거나 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임장을 하기 전부터 이건 깰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니 꼭 깨고 싶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임장에 나섰습니다.

당시, 헬리오시티라는 초대형 폭풍우로 인해 전세가격이 맥을 못추는 상황이었고, 시설관리가 조금 아쉬운 측면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저의 마음을 돌리기엔 너무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임장에서 꼭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두가지 였습니다.

첫째, 채권자를 통해 유치권의 내막을 파악할 것
둘째, 임차인을 통해 점유관계의 진실을 파악할 것

아파트를 사실상 관리하는 총무님으로부터 이것저것 프라이빗한 기초 정보들을 얻은 다음 임차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603호 임차인 고XX님 되시죠?”
“네 그런데요?”
“사시는 집이 경매에 나왔는네요. 입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데 몇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유치권 어쩌구 저쩌구 위험이 어쩌구 저쩌구”
“아 그렇군요. 진짜 위험하네요”

혹시나 연락을 회피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습니다만, 다행히 임차인은 전화에 응대를 해주었습니다. 물론 유치권이 어쩌구 하면서 입찰하면 큰일난다며 걱정(?)을 해주긴 했지만요. 이것저것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물어보다가 슬쩍..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척 물어보았습니다

“임대차 계약은 그럼 집주인이신 최OO 씨와 하신 거죠?”
“네 그렇죠”

유치권자의 ‘점유’가 사실상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임대차 계약서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였지만, 말투와 통화의 흐름, 임차인의 경매관련 지식 등을 감안했을때 임차인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참고로 유치권이 성립하면서 임차인도 있으려면 임대차계약을 유치권자와 임차인이 직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임대차 계약에 소유자가 동의를 해야합니다.

당시 임장사진입니다.


주변 부동산에 들러 대략적인 전세 및 매매 시세를 확인하고, 곧이어 경매신청채권자를 찾아갔습니다. 유치권이 ‘거의 깨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몇 억이나 되는 금액을 움직이기엔 조금 더 확신을 가질만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경매신청채권자의 주소지에 가서 떨리는 마음으로 벨을 눌렀습니다. 문전박대나 당하지 않을지 조금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박xx님 댁이죠? 경매 입찰에 관심있어서 그런데 좀 만나뵐 수 있을까 해서요”
“집사람은 지금 없습니다”

‘아.. 헛걸음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데 실제로는 나와의 채무요 뭐가 궁금하신데?”
“아 그러세요. 혹시 좀 만나뵙고 말씀드리면 안될까요?”
“그러세요 그럼”

다행스럽게도 채권자는 문을 열어 맞이해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경매 낙찰이 되어야 채권회수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기본적으로 온화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꽤 오랜시간 이어진 대화에서 채권의 발생경위, 그간 채권회수를 위해 한 노력, 임대차의 경위, 경매 등 관련 법적조치를 변호사를 선임하여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 등 이것저것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치권을 깰 수 있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단서는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을 결심하였습니다. 비록 100% 확신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임차인과의 통화와 채권자와의 면담내용, 현장조사 내용을 종합해 볼때 유치권이 성립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입찰가의 산정과 입찰결과-

드디어 입찰 당일. 아침까지 입찰금액을 정하지 못하였습니다. 4억5천만원의 감정가와 20% 저감된 3억6천만원의 최저매각가 사이에서 어느 정도로 입찰을 해야할 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치권을 100%깰 단서를 다른 경쟁자들도 찾지는 못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쟁자가 많지 않을 것이니 낮은 입찰가를 써도 될 것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내막을 잘아는 누군가가 입찰을 하거나 아니면 어설픈 초보가 조사도 충분히 하지 않고 무턱대고 입찰하지는 않을지도 고민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입찰가를 높게 써야했습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한 금액은 445백만원(98%) 였습니다.

이유는 내막을 잘아는 누군가가 입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서울아파트 가격이 한참 상승하던 시기라 감정가 자체가 낮았던 점, 가격조사 결과 최소 5억 중반은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된 점,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큰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가격 산정이었습니다 .

결과는.. 4명 입찰에 1위!! 드디어 낙찰을 받게 되었습니다. 날아갈듯한 기쁨도 잠시.. 2등의 입찰가는 4억 언저리로 4천만원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다른 입찰자 3명은 1등의 입찰가를 듣고 얼떨떨해 하고, 나는 다른 경쟁자들의 입찰가를 듣고 속이 쓰렸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낙찰을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고, 수익을 낼 자신이 있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잔금대출이 가능하다고 사전에 컨펌을 받았던 대출상담사와 자서 일정도 협의하고 단타를 할까 임대를 놓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던 그때, 갑자기 예측하지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항고’….
채무자가 경매 매각결정에 불복하여 상급법원에 항고를(일종의 2심 신청) 한 것이 었습니다.

낙찰의 기쁨도 잠시.. 갑작스런 채무자의 항고에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항고라는 것, 이론으로야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겪고 나니 머리속이 복잡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항고의 사유는 무엇인지, 항고가 집행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는 않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민사집행규칙 제13조(즉시항고이유의 기재방법) 제2항
“즉시항고의 사유가 법령위반인 때에는 그 법령의 조항 또는 내용과 법령에 위반되는 사유를, 사실의 오인인 때에는 오인에 관계되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법령위반은 아닐 듯 하고 사실의 오인이 있을만한 게 무엇이 있을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딱히 항고의 사유가 무엇일지 예측이 불가능 했습니다.

나중에 사건 기록 열람을 통해 확인한 항고의 사유는 대략 ‘시세대비 낮게 감정된 감정가격’ 이었습니다.


항고이유서 발췌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항고이유서를 보니 항고가 집행법원에 의해 수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였습니다. 그와중에 낙찰 물건이 로얄동, 로얄층 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습니다.

비록 기각 가능성은 높아보였지만 마냥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 보다는 부당한 항고에 맞서 무언가 분명한 액션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법원에 낙찰자의 억울함을 호소하여 조금이라도 결정을 당길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놀면 뭐하나 하는 심정으로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특히 낙찰자인 저희 뿐만 아니라 채권자도 설득하여 탄원서를 제출하는 더블액션을 취하였습니다.

-또 다시 찾아온 위기-

이제 항고가 기각되고 잔금 납부후 행복이 시작 될 거란 기대를 가질 무렵.. 역시 돈을 버는 일은 쉽지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 생기고 맙니다. 그것은 바로 ‘경매가 취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었습니다

당시 해당 아파트에는 낙찰물건과 같은 채권자와 채무자 건으로 경매가 진행되는 다른 동호수의 아파트 물건이 있었는데, 해당 물건의 진행과정에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 합심하여 경매를 취하시켰던 것입니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시세가 크게 오른 아파트를 제3자가 꿀꺽하게 하는 것 보다는 채권자와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채권자 역시 합의에 따른 변제가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이득일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임장과정에서 경매 신청 채권자가 장기간 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채무자에게 가지는 흔한 ‘적대감’이 보이지 않았던게 떠올랐습니다. 아울러 채권자와 채무자가 어찌되었든 지인 관계였던 부분이 떠오르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껏 임장하고, 조사하고, 탄원서 제출하고 했던 일들이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큰 위기의 순간에 묘안을 찾아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일반채권자의 채권을 매입하여 중복경매를 넣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채권자와 채무자가 짜고치는 취하를 할 수 없도록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이에 임장 및 조사과정에서 연락처를 알고 있었던 김XX씨에게 연락하여 26백만원짜리 채권을 21백만원에 매입하였고 해당 채권을 근거로 중복경매를 신청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해결책을 찾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채권매입과 중복경매 신청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역시나 본 경매 역시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낙찰 받은지 5개월이 지난 2018.8월경에 항고 및 재항고는 기각되었고 잔금을 치를수 있게 되었습니다.

– 달콤한 뽀나스-

경매 배당절차를 통해 앞서 양도받은 채권에 기해 배당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2천6백만원짜리 채권을 2천1백만원에 구입하였기에 원금을 제하고도 5백만원이라는 달콤한 뽀나스를 챙긴 것입니다.

– 명도 협상과 임대 –

우여곡절 끝에 잔금을 치르고 명도 협상에 나서게 됩니다.

비교적 수월하게 마무리 되는 듯 하였으나, 임차인이 협상 마지막에 이사비를 당초 구두 협의된 내용과 다르게 3백만원이나 요구하는 바람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양호한 내부 상태와 임차인이 중문 및 창고를 설치한 점을 감안하여 이를 수용하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경매에서는 속도와 정신건강이 푼돈보다 우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짜투리 공간에 설치된 창고

결국 명도는 마무리 되고, 자잘한 인테리어를 거쳐 전세입자를 맞이하였습니다. 전세금액은 4억원~!

– 인테리어 후기-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싱크대 수리전후

– 대망의 마무리-

1. 투자금
낙찰가가 445백만원 이었고, 전세를 400백만원에 맞추었으니, 이래저래 소소한 인테리어 비용과 세금 등을 감안해도 실투자금은 60백만원 이하였습니다.

2. 이후 투자의 방향

실거래가 7억 후반까지 갔었지만 어느 아파트나 마찬가지겠지만 시세는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투자금도 크지 않다 보니 소나기를 피하는 마음으로 전세연장을 할까도 고민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매도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초급매로 610백만원 내놓았고 금새 매수자가 나타나 매도가 완료되었습니다.

3. 수익정산
실투자금 60백만원에 차익은 165백만원, 수익률은 대략 275% 수준입니다.

4. 마치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투자였습니다. 낙찰후 채무자의 항고만 아니었다면 전세금을 더 높게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무피투자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8억을 호가하던 아파트를 2억이나 싸게 팔아야 했던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유치권을 제대로 경험하고 수익도 충분히 훌륭하게 가져간 것에 만족합니다.

실제는 훨씬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오래전 일이라 생략된 부분도 많고 온라인에 공개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습니다. 아무튼 긴 후기를 읽어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과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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