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영웅은 없다.
다만 과부와 고아만을 남길 뿐이다. ”

-영화 컨택트(원제 : Arrival) 中 –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무소식 입니다.

길었던 대하드라마 명도 스토리
이제 마지막 편 입니다.
제가 좀 늦었죠?

완결 나면 정주행 하신다고 했던
비홍이 님, 도하파파 님 이제 정주행 하실 때 입니다.

혹 명도편이 처음이시면 5편부터 봐주시거나
(1~4 편은 시즌1 : 명도 전 준비해야 할 것들 설명)

아니면 9편 먼저 보시고
바로 이어서 읽으시면 좋습니다.

https://cafe.naver.com/mkas1/1401759?tc=shared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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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명도 마지막 편 시작해 보시죠.

1. 빠른 강제 집행을 요구하다

: 2월 21일에 강집 신청하고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음날에
점유자에게 마지막 통보를 보냈습니다.

이제 곧 강집 들어가니 지금이라도 연락 달라고요.

그래도 여전히 문자에 답은 없었습니다.

법원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강집 신청 이후 바로 강제 개문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원래 절차대로면 일단 문 사이에 종이를 끼워넣거나 대문앞에 안내문을 붙이기만 하는걸로
1차 계고를 한다고 했는데

제가 담당 집행관 분과 여러번의 통화를 통해
우리 점유자가 얼마나 폐문부재의 달인인지
강력하게 어필 했고 무조건 강제 집행으로
한방에 가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통화를 하다보니
제일 빠른 본 강제집행 날짜가
3월 12일이라고 했고
개문 계고는 2월 27일에 바로 가능한데
인권 차원에서 개문 계고를 먼저 해보겠느냐는
집행관 분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문 계고를 해도 점유자와 대화가 안통할 경우
본 강집으로 가는게
괜히 늦어지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해도 3월12일이
본 강집(짐 강제로 빼는 것)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계고고 뭐고 무조건 본 강집으로 한번에 가려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었는데

어차피 최종 집행 날짜는 똑같다고 하니
멤버들과 의논 후 개문 계고를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2. 드디어 강제집행

드디어 2월 27일,
강제 집행 개문 계고의 날이 왔습니다.

정확한 집행 시간을 미리 알아야 반차를 내든지
연차를 내든지 할텐데
하루 전날인 26일 월요일 오전에야
강집 사건들의
구체적 집행 시간이 결정 된다고 하더군요.
(법원 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물건은 12시 30분으로 결정 되었습니다.

공투 멤버 단톡방을 통해
강집 개문날 모일 수 있는 멤버들을 소집했고
짱짱 님, 티나세 님, 꿀꽈 님, 인더잇 님이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반차를 내려다가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연차를 내고 아침에 숙소에 가서
페인트 칠이라도 한번 하고 올까 했는데
마음이 심란해서 기운도 없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갑자기 무슨 숙소? 페인트? 하시는 분들을 위해
시리즈 절찬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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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문 30분 전,
물건지 지하철 역 인근 카페에서
멤버들과 만났습니다.

첫 낙찰에 결국 이 지경(?) 까지 왔는데
그래도 간만에 멤버들 얼굴 보니
또 반갑고 힘이 납니다.

소풍가는 학생들처럼 신나게 이야기 하다보니
이제 약속 시간 15분 전,
천천히 걸어서 물건지로 향합니다.

가면서 집행관 분에게 전화 드렸더니
시간 맞춰서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법원과 연결된 열쇠 기사님이
장비를 챙겨서 미리 오셨습니다.

결연한 마음으로 함께 물건지로 올라갔습니다.

여러 번 두드려도 굳게 닫혀만 있던 문을
다시 보니 만감이 교차 합니다.

잠시 후 전화로만 대화했던 담당집행관님이
다른 직원(연배 많은)분과 함께 오셨습니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집행관님이 증인(멤버들) 2명의 신원확인을 합니다.
(신분증 꼭 챙기세요)

그리고 바로 집행을 시작 합니다.

“$$$님? $$$님? 집에 계신가요?”

집행관님이 여러 번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전혀 없습니다.

“$$$님 강제 개문 합니다.”

집행관님이 강제 개문을 선언합니다.

개문 선언과 함께 열쇠기사님이
전문 장비를 꺼내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아 저걸 저렇게 여는 거구나’

‘스카이림 게임이 고증을 잘했는데? 비슷하네’

‘영화에서는 금방 뚝딱 따던데 좀 걸리네…’

5분이면 바로 열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행이 더딥니다.

기사님도 살짝 당황하셨는지
이 장비 저 장비 다 꺼내서 열심히 하십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슬슬 초조해집니다.

‘막상 문이 열리면 뭐라고 말을 하지?’

‘욕을 하거나 시비가 붙는건 아닐까?’
멱살 한번 잡히십시다

‘사람이 없는 빈집이 아닐까?’

‘만약 짐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면 계고장 붙이는게
무슨 의미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데
집행관님이 그동안 연락이 안됐냐고 물어 봅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같이 오신 연세 있는 직원분은 한마디 말도 없이
뒤에서 지켜만 보고 계십니다.

‘선배 집행관인가? 근데 아무 말도 없고
서류만 들고 계시는데…
절차상 따라온 행정직원 분이신가 보다.‘

잠시 후 아래 손잡이 문은 열렸는데
윗 열쇠가 말썽 입니다.
열쇠 기사님이 아무래도
누가 안쪽에서 잠금 버튼을 누른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있다는 말인데…
더 초조해 집니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마침내 열쇠기사님의 강력한 스킬 한방으로
윗 열쇠 잠금장치도 풀리고 드디어 문이 열립니다.

3. 드디어 열린 문

: 문이 열리자마자 급한 마음에 뛰쳐 나가려고 하는데

집행관님이 본인들이 먼저
가서 살펴본다고 저를 막습니다.

집행관과 그 말없는 분이 성큼성큼 들어가시더니
여기저기 둘러 보십니다.

“$$$님 계세요? 아무도 안계신가요?”

기껏 연차내고 왔는데 빈집인가 하고
허탈해 지는데 안에서 사람 소리가 들립니다.

“$$$씨세요?”

집행관님이 묻자 그 사람이 대답합니다.

“저는 $$$ 아니고 @@@ 입니다.”

기껏 개문했는데
그동안 전혀 파악 못한 새로운 점유자라고?
그럴리가 없는데? 하며 귀를 쫑긋 하고 들어 봅니다.

“그럼 $$$씨가 아닌데 왜 여기 있어요?

”아, 그냥 아는 사람 집이라 잠시 있는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점유자가 맞는거 같은데
저렇게 이야기하니
이제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갑자기 그 말없던 직원분이 부지런히 여기저기
살피며 돌아다니십니다.

그러더니 작은방에 들어가고 나서

”이거 본인 사진이 벽에 걸려 있는데?
$$$ 씨 본인 맞잖아요. 얼른 신분증 내놔봐요.“

순간 형사처럼 변하시더니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점유자를 추궁합니다.

당황한 점유자가 어물 어물 하더니
결국 신분증을 꺼냅니다.

”$$$씨 맞네요. 왜 거짓말 해요.“

그러더니 후배 집행관에게 후속 조치를 맡기고는
다음 현장에 빨리 가봐야 한다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십니다.
그리고 강하게 터지는 쿨워터 향

선배 집행관님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멤버들 모두 반해서 얼떨떨하고 있는데
후배 집행관님이 점유자와 잘 대화해보라고 하고
떠나십니다.

이제 드디어 점유자와 우리만 남았습니다.

들어가서 잠시 집을 둘러보니
밖은 계절이 여러 번 지났는데
이 집만 시간이 멈춘 듯 합니다.

슬쩍 안방을 보니 오래전에 쓰던
문갑위에 점유자 부모님 두분의
영정 사진과 위패가 보입니다.

순간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저..$$$님? 그동안 연락 드리고 명함 남겼던
팀장 입니다.”

“네…안녕하세요.”

말씀이 어눌합니다.
얼굴과 걸음 걸이를 보아하니
아마도 몇년 전에 중풍을 한번 앓으신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 연락드렸는데 왜 답이 없으셨어요?”

“네..제가..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최근에 폰이 바뀌었어요.”

잽싸게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고
제 세컨폰으로 전화를 합니다.

신호가 울립니다.
드디어 전화번호를 확보했습니다.
그럼 그동안 전화했던 번호는 신호가 갔는데
다른 사람이었나 하는 의문이 생겼지만 일단
지금 당장 통화되는 번호가 생겼으니 안심했습니다.

단호하게, 천천히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아까 보셨다시피 이제 더이상
문 잠그고 버티시지 못하세요.
아까 그 법원 직원들이 다음에 올 때는
선생님과 이 집의 짐을 강제로 밖으로 뺄 겁니다.”

“네…”

”선생님 관리비 체납도 많으시고
경제적으로 힘드신 상황이시죠?
가실 곳이 없으실 것 같아서
이거 챙겨 왔으니까 읽어 보세요“

구청 사회복지과 방문 했을때 받아온
긴급생활 지원에 대한 안내 책자와
담당자 연락처를 건네줬습니다.

”연락해보시고
내일 바로 주민센터로 가세요.
기초 생활수급자 신청하시고
심사 받을 동안 긴급 생활지원 받으면
고시원비를 실비로 지급 해줍니다.“

차근차근 여러 번 설명 드렸더니
납득하시는 눈치 입니다.

정말 문이 열릴 줄 몰랐던건지
우리 멤버들이 우루르 몰려가서 그랬는지
기운도 없고 대화가 수월 했습니다.

3월 5일 전까지 집을 비워 달라고
다시 한번 설명드리고
집에 있는 짐은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말하며
물건지에서 나왔습니다.

점유자를 만나면 엄청 흥분해서 화가 나거나
후련하거나 둘 중 하나 일줄 알았는데

점유자의 상태와 집 상황을 보니
그동안 점유자가 어떻게 살아왔을지
눈에 보여서 마음이 무거워진 상태로
멤버들과 역에서 헤어졌습니다.

4. 명도합의서, 그리고 명도 완료

: 다음 날 멤버들과 줌으로 후속 조치에
대해서 논의하고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 옵니다.
27일은 문이 강제로 열렸으니까 그런거고
다시 또 문을 잠그고 전화도 안받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9일 오후에
점유자에게 전화를 해봅니다.

“안녕하세요 $$$님, 주민센터 다녀오셨어요?”

“네.. 오..오전에 주민센터에 수급자 신청했는데
담당자가 없어서 일주일 기다려야 한다고 하네요.
통장 거래 내역도 떼어 오라고 해서
오후에는 은행 가보려고요.”

말씀은 어눌한데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고
알려드린대로 주민센터도 다녀오셨습니다.

다만 담당자가 없어서 오래 걸린다는 말에
멤버들에게 알려서
주민센터에 이분의 안타까운 상황을
다시 한번 설명 드리고
빠른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3월 2일.

꿈꾸는자의행복 님, 포티럽 님, 라틴어수업 님
그리고 저의 버럭 억제기인 짱짱 님과 함께
다시 물건지로 향했습니다.

점유자와 명도 합의서를 작성하고
집에 남아있는 짐들의 가짓수와
폐가전 사이즈를 대충 재보려고 갔습니다.

이제는 전화도 잘 받으시고
문도 잘 열어주는 점유자를 보며
진작에 이렇게 대화를 했으면
더 먼저 도와드리고
우리도 이렇게 마음고생 안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주민센터에서 고시원도 알아봐줬고
점유자분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명도합의서를 작성하며
캐리어에 중요한 물건이나 문서, 옷가지 등을
빠짐없이 챙기시라고 여러 번 당부 드리고
3월 4일 저녁까지 나가주시면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3월 4일 저녁.

테이블 위에 모든 키를 두고 조용히 나가셨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거에 비해
마지막은 거짓말처럼 수월한(?) 명도 였습니다.

진작에 연락을 주셨으면
나라에서 지원 받는 복지 제도를 더 빨리
알려드릴 수 있었을텐데 그분도 우리도
각자 고민만 하며 보낸 시간들이 너무 길었습니다.

제가 글을 통해 농담처럼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명도는 전쟁도 아니고
상대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송사무장님 말씀처럼
상대의 이야기와 상황을 들어주고,
그러나 끌려가지는 않으면서
최적의 합의점을 도출 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5. 명도는 끝났는데…

: 명도도 끝났고 이제 인테리어 하고
매도만 잘하면 되겠다 싶을텐데
우리의 물건지는 마지막까지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집 상태는 이랬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손대야할지
감이 안오는 정말 상상 이상의 집 상태 였습니다.

집 모든 구석구석에 짐이 가득했고
사람이 지나다니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개문 당시 멤버들 반응

이 짐을 강제집행 하려면
인건비와 창고 보관비에 폐기비까지
400-500은 우습게 깨질 상황.

그렇다고 사다리차 부르고 폐기 업체 불러도
누가 이걸 가져갈까 싶은 상태였습니다.

돈도 돈이고 시간도 흘러가는데
도저히 답이 안나올것 같은 상황이라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언제나 든든한 우리 공투 멤버들이 있었고

함께 힘을 합쳐서
짐 정리, 청소, 인테리어, 매도까지
하나씩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시즌3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