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을 가장 대표하는 동네는 어디일까요.

집값만 따지면 압구정-반포-한남동을, 역사를 따지면 종로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규모의 중심업무지구는 테헤란로입니다.

그런데 그 길이 무슨 동인 줄 알고 계신가요?
강남의 진짜 노른자땅은 압구정도 반포도 아닙니다, 바로 이곳입니다 [여기어때?]

논현, 역삼, 대치, 삼성 이야기가 줄줄이 등장할 텐데 다 맞아요.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 ‘엄마 나 강남역에서 친구 만나고 올게’ 하며 방문하는 곳… 바로 역삼동입니다.

그럼 현재 강남의 ‘핵심’, 다시말해 위치상 진짜 노른자땅인 만큼 할 옛날이야기도 많을 것이냐, 과연 그럴…까요?

역삼동의 유래
“별이 5개” 돌침대 광고를 다들 아실 겁니다. 역삼동을 비슷하게 설명하자면 ‘역이 3개!!’로 간단히 정리됩니다.

말죽거리로 잘 알려진 양재동 역(驛)과 인근 방아다리 마을(윗말, 아랫말)을 더해 역 주변 3개 마을이라 역삼리로 불렀는데, 이게 역삼동의 유래입니다.

윗말은 현재의 국기원 자리, 아랫말은 역삼초등학교였다네요.

역삼동 대부분은 다른 강남 일대와 같이 1960년대까지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그냥 대부분 밭이었어요.

1963년 서울에 편입됐지만, 영등포 동쪽 거대한 지역을 통칭하는 ‘영동’의 일부였을 뿐, 어린시절 양재천에서 미꾸라지나 메기 잡아 매운탕 끓어먹었다는 어르신들의 추억 이야기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강남개발과 역삼동
본격적인 이야기는 1960년대 후반 강남개발계획(영동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 지구지정)에 이어 경부고속도로가 영동지구를 관통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강남개발규모가 워낙 크기에 중심업무지구가 핵심인 영동1지구와 주거지구가 핵심인 영동2지구로 개발이 나뉘어 진행됐고, 역삼동은 업무지구가 중심인 영동1지구에 속했습니다.

이 개발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가 막힙니다.

일단 백지를 놓고,
사각형을 그리고,
그 사이를 바둑판 모양으로 나눠 길을 내고,
둘레에 큰 도로를 만들면…

사각형 내 어느 곳에서도 중심으로 접근하기 쉽고, 대로(강남대로, 테헤란로, 양재대로, 도산대로, 영동대로)를 통해 외곽으로 빠져나가기도 쉽습니다.

‘그럼 접근성이 가장 좋은 중심부에는 업무지구와 핵심상권을 넣고, 배후에 단독주택이나 연립을 배치하고, 이를 둘러싼 평평하고 거대한 땅(간척지)에는 대단지 아파트를 배치한다.’

독립적인 거대도시, 이것이 강남 개발의 핵심이었습니다.

밭과 뻘만 가득했던 땅에 그림 그리듯 이 대단한 설계를 실현시켜버린 것이지요.


역삼역 일반상업지역(핑크색)과 일반주거지역(노란색)

여기서 위치랑 강남의 노른자가 바로 역삼동입니다. 진짜 한가운데잖아요.

역삼동의 오늘
역삼동든 역삼1동과 역삼2동으로 나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3개 블록으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① 강남역 남쪽 상권

가로로는 강남역부터 역삼역, 아래로는 뱅뱅사거리를 끼고 있습니다.

대로변에는 높은 빌딩(업무시설), 뒤편으로는 배후상권과 유흥상권, 그 뒤로는 주거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뱅뱅사거리에서 강남역 방향(강남대로)

신축과 구축이 혼재된 빌라촌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연립빌라들만 가득해 목적 없이 들어갈 일도 없고, 들어가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언덕길에서 헤매게 됩니다)

남쪽으로 역삼초등학교가 있습니다. 학교 주변으로 100여 세대의 작은 아파트단지들이 있는데, 이를 제외한 주거지역은 대부분 1인가구나 강남역 상권 종사자들이 거주하는 원룸 또는 구축빌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② 강남역 북쪽 상권


강남대로 번화가

강남대로 한블록 뒤 먹자골목

언덕 정상부에 있는 스튜디오, 고급주택

역삼역에서 본 해당 구역 항공사진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강남대로 라인을 포함해 구역 모서리마다 지하철역(언주, 역삼)이 있는 강남의 핵심 중 핵심 지역입니다.

‘엄마 나 친구 만나러 강남역 갔다올게’하면 무조건 여기. 서울 출신 형·누나들이라면 모두 알고 계실 동아·씨티 등의 극장들과 그 배후 먹자상권이 중심입니다.

상권이 아주 커보이지만 동쪽으로 갈수록 높은 오르막이라 사실 2~3블록만 들어가면 가볼만한 상점들이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그리고 대부분 가본 적 없을 언덕 끝에는 대형 단독주택과 고급빌라, 스튜디오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걸어서 올 생각 못하고, 차량 접근성 좋고, 대지 넓고. 웨딩이나 광고 스튜디오로 이만한 입지가 없지요.

③ 역삼·선릉역 배후 주거지역


테헤란로

테헤란로 뒤편 원룸촌

역삼역과 선릉역 2호선이 연결된 도로를 테헤란로라고 합니다. 2000년대 초반 닷컴열풍이 불 때 비싸도 이곳에 사옥을 두지 않으면 투자가 힘들다고 사무실 임대료가 엄청나게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역삼역에 맞닿은 GS타워와 한국은행, 조선팰리스 등의 굵직한 곳 말고도 이 지역은 수도 없이 많은 회사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강남으로 출근한다’하면 열에 여덟은 테헤란로니까요.

테헤란로 한 블록 뒤로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사, 유흥상권이 집약적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과거엔 유흥업소가 정말 많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히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그 뒷 블록부터는 1인 가구 중심의 연립주택과 오피스텔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역삼1동은 인구가 3만4000명 내외임에도 학교는 초등학교 한곳 밖에 없는, 전국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동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주민센터 홈페이지엔 1인가구 전용 게시판도 개설되어 있습니다)

④ 역삼2동 주거지역


거대한 빌라촌인 왼쪽 ③지역과 아파트 밀집지역인 오른쪽 ④지역

역삼2동은 언주로를 사이로 서쪽 절반은 ③지역과 같이 강남중심업무지구 배후 주거지역으로 보면 됩니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지역은 대치동 학원가 수요가 추가됩니다.

역삼2동의 주인공은 언주로 동쪽, 직사각형 모양의 ④아파트밀집지역입니다.

이곳은 개발과정에서 개나리아파트, 영동주공, 진달래아파트의 여러 단지가 잘개 쪼개진 형태로 아파트 군락을 이뤘습니다.

대치 도곡동 재건축 분위기에 맞춰 차례차례 재건축됐는데, 통합 대신 개별 재건축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100세대부터 500여 세대까지 서로 다른 아파트가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게 빽빽한 모습입니다.

심지어 1000세대 넘는 아파트는 단 한곳에 불과합니다.

길 건너 도곡동 도곡렉슬이 3000세대가 넘으니, 도곡렉슬 한 단지와 비슷한 땅에 4~5개 아파트단지가 서로 벽을 세워두고 있는 격이죠.

한번 볼까요?


테헤란로에서 남쪽을 바라본 항공뷰

역삼2동 아파트단지와 길 건너 도곡동 도곡렉슬

이곳은 학교·대형마트·지하철역·백화점·시장을 품고, 대형병원도 인접한 만큼 남쪽에 있는 아파트일수록 대치+도곡+역삼동의 최고 장점을 한데 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역삼동(일부)을 두고 사실상 대치동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파트 가격 역시 대치동, 도곡동, 개포동과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제 대부분 구축 범위에 들어가고, 소형 세대인 만큼 시세는 주변지역보다 약간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역삼동, 도곡동, 대치동 30평대 아파트 실거래가

그리고… 재건축한지 15년이 넘는 아파트가 빼곡한 이곳에, 지금 그 틈바구니를 뚫고 재개발하는 아파트가 조용히 청약을 앞두고 있는데…

은하수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역삼센트럴자이(자이더캐럿141)입니다. 역삼센트럴자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한 ‘아분파’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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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 임장이 가장 쉬웠어요
아파트만 한정해 역삼동을 임장하려면 한티역 주변만 돌아보면 됩니다.


한티역을 3개 블록으로 나눠 동쪽은 대치, 남서쪽은 도곡, 북서쪽은 역삼동이니 각 동별 차이와 아파트의 규모를 따져보면 가격차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한티역 부근은 서울 내에서 거주환경으로는 최고의 입지라 해도 이견이 없는 만큼 직주근접, 교통, 교육, 쇼핑문화시설, 향후 호재 등을 미리 체크해본 뒤 현장에서 하나하나 체크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아마도 역삼센트럴자이가 될 재개발 현장까지 보고 나면 밤에 눕자마자 잠드는 분이라도 불면증에 시달리게 될 거예요.

‘아… 한티역 끝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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