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점유자분이 결국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시간을 드리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고, 강제집행 신청 후 빠른 집행까지 실행했습니다.
합의서 작성 후 점유자께서 내부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상태가 맞았고 관리도 꽤나 괜찮게 되고 있었습니다.
연말이고 대출도 대부분 막힌 상황이라 매물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가격만 적정하다면 매도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점유자는 결국 합의서에 정한 날짜까지 이사하지 않았습니다. 민간 대출이 어려워 국가 대출을 알아봤는데, 심사가 최대 한 달 정도 걸린다는 이유였습니다.
최대한 이해해 드리려 했습니다만, 이제는 점유자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대출을 신청한 건지도 모르겠고, 과연 이사를 나가려는 의도가 있는지도 의심이 됐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강제 집행까지 가기로 결심했죠. (대출 신청 관련 서류를 요청했으나 신청했다는 얘기만 하고 말을 돌렸습니다.)
그래서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부동산에서는 간간이 연락이 와서 집을 보여주실 수 있냐고 했지만, 점유자께서는 현재 집에 없다면서 계속 회피했습니다. 합의서에 ‘집을 보여주는 행위에 동의한다’라는 문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와 소장님 입장에서는 어렵게 모신 손님을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기에 마음은 더욱 초조해져만 갔습니다.)
1. 강제집행 신청
강제집행 신청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해당 법원의 민사 집행과로 향합니다. (울산 법원의 경우 1층에 위치합니다.)
이곳에서 번호표를 받고 접수창구로 가서 강제 집행 관련 신청서를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담당자가 사건번호와 수입인지 2000원, 신분증 등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생긴 신청서를 들고 바로 옆 4번 창구로 가서 문서 처리를 하고 완료되면 해당 경매계로 안내합니다.
해당 경매계로 와서 받은 서류를 건네면 담당 직원이 서류를 발급해 주는데, 총 3가지가 있습니다.
집행문, 인도명령 결정문, 송달 증명원을 가지고 집행관 사무실로 향합니다.
집행관실 바로 앞에 필요 서류들이 있고 그 중 강제 집행 신청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신청서는 예시를 보고 따라 작성하면 되고 청구 금액란은 비워두면 됩니다.
집행 방법은 부동산 인도를 체크하면 되겠죠? 작성이 완료되면 집행관께 드리면 됩니다.
강제집행 신청서 접수가 완료되면 집행관께서 위와 같은 서류 2장을 주십니다.
이중 납부서를 들고 법원 내 신한은행으로 향합니다. 신한은행에서 납부 금액을 납부하면 강제집행 신청이 모두 완료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24평이라 예납 금액이 33만 원으로 그리 크지는 않았네요. (납부 금액은 평수에 따라 다르게 측정됩니다.)
2. 1차 계고 & 2차 계고
강제 집행은 우선 계고를 하고 이후에도 합의가 안 되면 실제 집행까지 이어집니다.
계고에서는 집행관과 제가 동행하여 열쇠 수리공이 도어락을 강제 개문하고, 집안 내부에 강제 집행 통보서를 부착하는 순으로 진행됩니다. (만약 점유자가 내부에서 문을 열어줄 경우 강제 개문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계고 과정 이후 이사를 나가십니다. 강제 개문을 하고 집 내부에 강제 집행 예고증이 붙으면 점유자분들도 대부분 현실을 자각하시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점유자 분은 계고를 2번이나 진행해 드렸음에도 이사를 나가지 않으셨습니다. 말로만 “시간을 조금 더 달라.” “이사 갈 곳 알아봤다. 이번주에 집 보러 간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었고, 정작 나갈 거 같은 분위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2차 계고 때 집행 견적을 보고 집행 비용을 납부했습니다.
24평 기준 강제집행 견적서 입니다. 날이 갈수록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 중 물건 보관료의 경우 2개월분을 선납합니다. 그리고 강제 집행 이후 2주 이내 점유자가 해당 물건을 찾아가지 않으면, 제가 유체동산 경매를 다시 신청해야 합니다. 그러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겠죠.
하지만 점유자가 짐을 찾아가면 선납한 보관료 80만원은 환급 받을 수 있습니다. 점유자도 무료로 찾아갈 수 있고요. (이 부분은 법원마다 약간 다른 듯합니다. 어떤 법원은 점유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해당 짐들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하네요. 이건 각 법원에 먼저 문의 후 진행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 견적서를 받아보면서 이정도 평수면 앞으로 물건을 낙찰 받았을 때 이사비를 대략 어느정도 책정하면 좋을지에 대한 감이 왔습니다.
차라리 이사비 많이 요구하는 분들은 적절히 타협해서 빠르게 명도하는 게 건강에 좋습니다. 강제집행까지 가면 시간도 시간이고, 집행 비용은 또 따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비 요구하는 점유자가 명도는 훨씬 편합니다.
이번 점유자는 이사비 요구도 안 하고, 연락도 안 받고, 무작정 시간만 달라기에 너무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앞으로 이런 점유자 만나면 단호하게 강제집행 각오하고 빠르게 일을 쳐낼 듯합니다.
3. 강제집행
집행날입니다. 저보다 사다리차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네요. 집행해주시는 업체 대표님과 만나서 필요 서류에 서명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봅니다.
집행관님 입회하에 강제 개문을 하고 내부로 들어갑니다. 역시나 짐은 그대로였습니다. 집행 몇시간 전, 점유자 분께 금일 강제집행이라고 통보했는데, 평소에 연락이 거의 안 되던 분이 갑자기 문자와 전화 폭탄이 옵니다.
실제로 집행 당할 줄은 몰랐던걸까요?
그렇다고 제가 당일 날에만 문자를 보낸 게 아닙니다. 집행 3주 전에 이번달 집행 예정이라고 문자 한 번 보내드렸고, 일주일 전에도 다음주에 집행 예정이라고 통보 드렸습니다. 그렇게 문자를 보냈음에도 점유자분은 아무런 답장도, 연락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행 당일 그냥 통보해버렸죠. 저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화를 마냥 무시할 순 없어서, 전화를 받았더니 지금 집으로 오고 계시답니다. 오셔서 아무리 사정하시더라도 집행을 취소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집행관님께선 점유자분이 오실 때 까지 조금 기다려 주셨습니다. 지금 당장 집행하더라도 아무런 법적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점유자가 보는 앞에서 본인이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을 챙겨서 보내주는 게 사람으로서 도리라고 하시더라거요. 그 말에 동의했기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다 같이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점유자가 다급하게 도착하셨고 현장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셨습니다. 하지만 이미 배는 떠난 상태였죠.
집행관께선 냉정하게 채무자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시고, 지금 당장 필요한 짐을 지정하라고 하셨습니다. 짐을 지정하면 인부님께서 박스에 그 짐을 담아주는 식으로 진행됐고, 필요한 짐을 다 담자마자 모든 인부님들께서 일제히 움직였습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끝에 모든 짐을 빼냈고, 그렇게 강제 집행이 끝났습니다. 도어락도 새로운 걸로 교체했고, 아파트 내부에 종속물을 제외하곤 모두 실어서 컨테이너로 보냈습니다.
4. 강제집행 후
강제집행 후 빠르게 입주 청소를 진행했고, 집은 크게 손 댈 곳이 없었습니다. 확장이 되어있고, 샷시가 모두 교체 되어있고, 주방, 화장실 등 모두 올수리 상태였습니다. 집행 당시에도 사장님께서 이런 집은 초A급에 속한다고 물건 잘 받았다고 칭찬하시더라고요.
강제집행은 경매를 하면서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매 인생에서 비교적 초창기에 이런 일을 겪었는데, 지금 겪은 일이 영양분이 되어서 나중에 있을 일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람 대하는 방법, 사람 파악하는 방법도 조금은 배운 거 같고,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그 일이 해결되고 난 후의 도파민은 참 상쾌합니다. 탄력 받아서 더 좋은 물건 찾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시간을 기다렸던 만큼, 빠르게 수익으로 전환하려고 현재는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물건 내놓자마자 이번주에 6팀이나 집을 보러오기로 하셨네요. 빠른 매도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