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으로 기억합니다.

가수 김경호인가 김동률인가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꼬불쳐둔 세뱃돈으로 끝자리 표는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콘서트 당일, 산본신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콘서트장인 안양문화회관(현 안양아트센터)까지 한시간 반을 갔는데, 아니 현장에선 표를 안 판다는 거예요.

안양자이헤리티온은 과연 평촌과 맞짱 뜰 수 있을까? [아분파]
안양아트센터 / 사진=안양시청

그때만 해도 인터넷이 있나 뭐가 있나. 꼬마가 내민 꾸깃꾸깃한 만원짜리 몇장을 본 티켓매니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안 들여보내 주더군요.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되돌아오는 길. 돈이 없어 무시하나, 어리다고 무시하나, 횡단보도에 멈출 때마다 울컥하고 분노하던 기억이 납니다.

안양8동 이야기
사실 그 전에도 안양문화회관을 가본 적 있습니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을 보러 갔는데, 그것이 저의 첫 극장 나들이였습니다.

그때도, 콘서트를 보러 찾아갔을 때도, 이십대 초반 성결대에 다니며 자취하던 친구를 만나러 갔을 때도,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가끔 수원역에서 서울역까지 기차로 출근할 때도, 이 동네를 보면 한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똑같네, 어떻게 변한게 하나도 없냐.”


명학역 위에서 바라본 안양자이헤리티온 위치

안양8동, 명학역 주변은 아주 오랫동안 거의 같은 모습을 유지해왔습니다. 1호선을 타고 수원과 안양을 지나다닌 분들이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명학역을 사이에 두고 동쪽은 공장지대 서쪽은 메트로병원과 명학초등학교(만 보이는 연립 빌라촌)으로, 아마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알아?’ 하실 수도 있는데, 믿으세요. 제가 안양천 건너 옆동네 호계동에서 태어났으니까요. (엄마가 그랬어요 엄마가!! 찡긋~)

평촌과 평촌이 아닌 곳의 차이

평촌신도시

평촌신도시와 안양자이헤리티온 위치

중학교 2학년까지 안양, 의왕, 군포를 돌아가며 살아온 제게 ‘고등학교 진학’은 어린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만 해도 안양권(과천, 군포, 의왕 포함)은 학군이 하나고 비평준화였기에, 고등학교를 성적순으로 진학했습니다.

안양고에 목숨 거는 엄마와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학원에 가면 성적순으로 반을 나눠놨었죠.(서울·연고대반도 따로) 무조건 안양고, 다음은 평촌, 신성, 과천… 아직까지 학교 등수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압박감이 정말 대단하긴 했어요.

하지만 당시 그것이 평촌 학원가의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동네별 크고 좋은 학원도 많았고, 학원보다 학교가 중요한 시절이었으니까요.

평촌은 어떻게 대치·목동과 맞먹게 되었을까
2000년대 들어 안양권역 고등학교가 평준화되었습니다. 뺑뺑이라고 하죠. 공부를 잘해도 어느 학교에 배치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시 수원으로 이사간 저는 1지망 학교에 그만 떨어져버렸습니다.(반에서 39등 하던 친구도 붙었는데!) 그리고 무려 14지망에 있던 집 앞 신설학교에 배치받았습니다.

이건 무엇을 이야기하느냐. ‘최대한 좋은 학교 근처에 살아야 학업 분위기가 좋은 학교에 배치받을 수 있다’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평촌 학원가

그때부터 평촌으로 사람들의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상권 역시 안양일번가에서 범계역에서 평촌역 사이로 이동했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며 안양은 ‘평촌’만 앞서 나가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같은 1기신도시지만 분당, 산본, 중동, 일산과 달리 평촌을 두고 ‘학군’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덕분입니다.

평촌의 확장

평촌신도시

2010년대 접어들며 평촌도 서서히 나이들어갔습니다. 그곳에 안 사는 저도 한번씩 갈 때마다 느껴지는데, 주민들은 오죽할까. 슬슬 리모델링과 재건축 이야기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재개발 바람은 엉뚱한(?) 곳으로 번졌는데요. 평촌신도시를 둘러싼 안양천과 도로 주변으로 대형 아파트단지들이 빠르게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상승장에 급등했던 인덕원과 내손동(의왕시), 호계동, 비산동, 안양동(안양역 동쪽)까지.


평촌신도시 주변 분양, 입주 5년 이내 아파트

2020년대 접어들며 신축아파트의 경우 평촌 중심부 아파트와는 30년 넘는 연식차이를 보이기에 시세가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고교평준화가 자리잡은 이후 학교보다 학원 커리큘럼이 중요해지면서 ‘평촌신도시’라는 이름값보다 학원가와의 거리에 따라 시세가 재편되었습니다.


평촌 학원가 주변으로 거리, 준공연도에 따라 차이나는 아파트 시세

덕분에 제가 어린 시절엔 안양교도소 옆이라 정말정말 서민들의 동네였던 군포사거리(호계사거리) 주변 재개발 아파트들의 시세가 입주 후 무섭게 상승했습니다.

안양 토박이나 이곳을 잘 아는 분들이 오랜만에 시세를 본다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안양자이헤리티온
안양자이헤리티온 이야기로 돌아와보죠.

엄밀하게 말해 아파트가 위치한 안양8동은 평촌과 다른 생활권입니다. 그래서인지 홈페이지에도 평촌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교통, 학교(신성중·고), 숲, 프리미엄브랜드 이야기가 나오는데 모두 적절한 홍보입니다. (중고등학교는 성문중·고가 더 가깝긴 한데, 뺑뺑이니까…)


안양자이헤리티온 투시도

딱 한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안양자이헤리티온이 포함된 상록지구 외에도 마을 전체가 오래된 빌라촌으로 재개발이 불가피한데, 별다른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대로 못 찾아본 것일 수도 있지요)

넓게 보면 오래전부터 명학역 동쪽은 공장지대, 왼쪽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서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이 구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명학역 주변과 안양자이헤리티온 위치

따라서 신축 후 마을 전체가 질적으로 살기 좋아지려면 아무래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집공고가 나오고 분양가를 비교한다면 ①평촌 학원가 주변 신축, ②안양역 인근 신축 ③안양어반포레자연앤e편한세상아파트를 참고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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