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처음으로 반지하 빌라를 낙찰받았답니다.
낙찰 후 「송사무장의 공매의 기술」 명도편을 몇번이나 읽었는지, 낙찰받으니 진짜 공부가 되더라고요.
명도 방법을 모색한 후 느긋하게 물건 검색하고 다른 곳 입찰 다니며 신경도 안 쓰고 있다가 3주 쯤 지나 방문해 명도합의를 했어요.
점유자 현관문 열기 전이 가장 떨린 것 같아요. 태연한 척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3자화법으로 회사에서 나온 것처럼 이야기하니 그래도 많이 편하더군요. 직장인은 맞으니까.
점유자 유의사항과 이행각서 가져가서 안내드렸더니 이사하겠다고 하셔서 이렇게 쉽게 끝나도 되는건가 싶었어요.
하지만… 이사일이 다가오니 집을 못 구했다면서 4개월을 더 사시겠다고…
공매로 낙찰받아 인도명령이 없고, 명도소송하라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일단 빨리 집을 구하라고 말씀드리고, 점유자 유의사항에 나온 무상거주시 월세를 내야 한다고 안내해 드렸어요.
일주일후 집 계약서를 받아보니 9월 말까지 점유하겠다네요. 낙찰은 5월 31에 받았는데!!
그래도 월세 합의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그냥 기다렸어요. 혹시 못 받아도 이사비 안 주는 게 어디냐는 마음에 느긋하게 여유를 부렸네요.
점유자 유의사항에 있는 ‘보증금 없이 무상거주시 소유권 이전일부터 이사일까지 현재 전세시세 기준으로 연 20% 상당의 월세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안내해 드렸는데…
제가 생각해도 과한 것 같아 현재 월세시세가 2000/60만원이라 두달치 월세 120만원은 받아야겠다고 했더니 역시 깎아달라시네요.
80만원 정도에 관리비 선수금을 두고 가고 공과금도 싹 정리한다고 하셔서 콜~ 하고 마무리했어요. 깎아달라고 할걸 미리 예상해서 120만원 부른건데…
점유자분도 저에게 고맙다고 하시고, 저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드리는 일명 뜨거운 안녕이 되었네요.
첫 명도라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무난하게 처리된 것 같습니다.
저는 경매에서 가장 큰 두려움이 명도라고 생각했는데요. 사람 사는 세상 인지상정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되었어요.
‘야박하지 않아도 돈은 충분히 벌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고려하면 나에게 기회가 온다’는 송사무장님의 말씀을 따라 따뜻하게 안녕하고자 했기에 가능한 명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사하는 날 ‘짐이 조금 있는데 이사비 안 받을 테니 이것 좀 처리해달라’고 하셔서 흔쾌히 제가 처리하겠다고 웃으며 보내드렸죠.
내가 왜그랬을까…
다음날 가보니 어허라~
아마 직업이 폐가구 수집이셨던 모양이네요. 쓰레기양도 어마어마하지만 냄새가? 냄새가? 완전 뜨아~
그럼 뭐 사람 부르면 되지. 여기저기 수거업체 찾아보고 싹 다 철거하는 조건으로 75만원에 처리했습니다. 인부만 4분이 오셨어요.
공사 중 뒷집인 유치원 주인이 해당 빌라를 한 채씩 매입하고 있다면서 팔라고 했습니다. 배짱 있게 7000만원을 불렀더니 낙찰가에 1500만원 붙여 5600만원으로 돌아오네요.
6500만원이면 팔고 아님 말고 했더니 안산다고… 그럼 말고.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더니 여기저기서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이 줄 서서 집을 보고 갑니다.
앞집 세입자는 전세 7000만원을 제안했으나, 내가 8000만원 불러서 결렬. 그럼 말고.
이 사람, 저 사람, 집 보러 계속 오더니 결국 원하는 금액에 전세 계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수, 단열, 미장, 2중창, 방범창, 욕실, 씽크대 등 뽀인트 힘줘 인테리어 했더니 팅기는 배짱이 생기더군요. 언젠가 나가겠지… 이런 자신감? 묶인 돈도 별로 없으니 부담도 없고.
쿵쿵나리님께서 말씀하신 ‘시세는 내가 만든다’는 말을 새삼 경험해 보았습니다.
인테리어 사장님이 반지하 원룸이라 하더라도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장인정신도 있고, 책임감도 있고, 양심적이셔서 원거리에서 믿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
너무 심혈을 기울여서 오히려 내가 말리는 편!!!
저는 사장님이 저와 전속계약 하길 원하는데 사장님이 앞으로 제 전번 스팸 걸어놓으신다고 히시네요.
그럼 인테리어 개봉박두~
다하고 나니 다음번엔 덜 욕심내서 하려고요.
내일부터 방 세칸짜리 반지하 또 인테리어 시작해요. 다음주에는 34평 아파트….
인테리어 하기전에는 인테리어가 산처럼 높이 느껴졌는데 해보니 별거 아닌데요?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기네요.
빨래끝~ 아니 인테리어 끝~~~
위 경험담은 2016년 게재된 ‘빨간쪼끼’님의
‘첫 낙찰부터 명도 인테리어까지’경험담 여러편을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