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매우 기쁜 날이었습니다.
낙찰부터 계산한다면 약 1년이 되어가는 물건의 최종 결론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거창한 물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간히 낙찰 받고 소송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물건이라서 애증이 많이 붙어 있었습니다. 처음에 물건분석을 했을 때, 가벼운 선순위 물건이라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것 같다고 입찰을 했는데 아무도 입찰을 들어오지 않고 “단독 낙찰”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쎄~ 하긴 했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죠.
이후, 매각허가결정이 끝나고 대출을 알아보는데, 대출이 안 나온다는 겁니다.
이유는 선순위 임차인이 있으니 대출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니다, 가족이다, 딸과 엄마 사이다, 등등 이유를 이야기 했지만 그건 니 사정이고 임차인이 아니라는 증빙을 해 가지고 오라는 거였습니다. 아는 지점장님한테 까지 부탁을 했지만 시스템상 자기도 어쩔수가 없다고…
보증금이 몇 천만 원인데, 이 걸 포기해야 하나?
옛날 악몽이 생각났습니다. 초보시절 빨간 글씨에 미쳐서 날뛰던 시절이..
번 것도 있었지만 손해도 크게 봤던… 그래서 사무장님한테 눈물로 SOS 를 쳤던 기억이… 그럼에도 몇 천만 원이 날라갔던 아픈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다시 그 악몽이 찾아 온 건가?
여튼 백방으로 대출을 알아봤지만 대출불가 라는 똑같은 대답으로 고민을 했고, 결국은 여러가지 정황상 내 판단이 맞을것 같다, 라는 생각에 올인을 하기로 했습니다. 영혼을 끌어서 탈탈 털어 잔금을 납부했습니다. ^^
그리고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상대방은 선순위 보증금조에 속하는 몇 억을 달라고 했고, 그 돈을 주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들의 기세등등에 처음엔 기가 죽었지만 다시 심기일전하여 명도 소송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물건을 낙찰 받고 소송등을 직접하면서 공부를 하였기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상대방들은 소송대리인 변호사를 썼고 저는 셀프 소송으로 대응을 하였습니다. (송사무장님, 로빈훗님의 셀프소송의 기술 책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법적인 조언을 주신 로빈훗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1심에서 서로의 주장을 하는 서면과 답변서 등이 핑퐁처럼 왔다갔지만 결국 제가 승소를 하였습니다.
초보시절, 우연찮게 유치권 등을 낙찰 받으면서 시작한 소송공부는 저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나의 사건을 내가 설명하고 증빙하고, 주장하는… 법의 언어가 무엇이고, 판사님들이 원하는 형태는 어떤 것이며, 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눈물보다는 주장과 증빙이 더 중요하다는 것들을 소송을 하면서 더욱 깨닫게 되었고 결국은 내 주장이 맞다, 라는 판결문을 받았을 때는 마치 변호사라도 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튼, 이렇게 좋아하고 있을 때, 뜻밖에 문서가 접수가 되었습니다.
상대방 피고측에서 항소를 한 것입니다. 즉, 1심에 대한 판결문에 대한 반항인 것이죠.
보통 이 정도가면 끝이 나고 서로 협의하자고 연락이 오는 편인데 항소장 이라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액션을 취했습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있으니 강제집행을 통해서 엄포와 협박(?)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빨리 협상을 보는게 나을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거죠. 그래서 부랴부랴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일정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상대방 피고는 집에 대한 애착이 너무 많아 3천만 원 공탁을 넣고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결정이 되었습니다. 즉, 저희가 강제집행신청을 한 것에 대해 정지를 시킨 것 입니다. (아~ 일이 계속 꼬이기 시작합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정치적 이슈 때문에라도 변론기일이 자꾸 미뤄지고 있었습니다.
그사이 상대방 소송대리인 변호사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기일 변경과 그리고 이상한 햇소리 서면을 자꾸 제출해서 시간을 끌기 시작합니다. 저는 영혼이 탈탈 털어 들어간 돈이 묶여 있으니 투자활동이 둔해진 상황입니다.
이 기간사이 제가 좀 약이 올라 시원하게 욕을 한 바가지 했더니 저를 고소하고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조서 쓰고 난리부르스를 치뤘습니다. (그래도 속은 좀 풀려서 좋았습니다. ^^)
또다시 시간은 흘러흘러 지난 달에 두번째 재판이 있었습니다. 중간 변론에 한 두번 기세가 저쪽으로 흘러 사실 판결이 나기전까지 얼마나 마음이 쫄렸는지 모릅니다. (생각보다 판결이라는것이 무조건 정의의 편에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서요)
여튼, 지난달 마지막 변론을 끝으로 어제 최종 판결문 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너무 너무 기뻐서 전자소송에서 판결문을 보는 순간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과음도 심하게(?) 했습니다. (아직까지 속이 꿀렁거려요)
칼럼이라 축약해서 쓰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일들이 정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또 여러가지 준비서면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야!, 쿵쿵나리 너 많이 컸다” 라는 혼잣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을 보시는 분들에게 당부는 저처럼 이런 어려운 물건을 하라는 메세지가 아니라 열심히 하다보면 여러가지 물건을 맞닥드리게 되는데 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도 많은 낙찰을 받으면서 쉬운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은 누구보다도 경매를 재미있어하고 잘 하는 이유는 이미 저지른 것에는 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도망가려하지 않고 조금은 서툴더라도 혼자 해 보는 것, 그러한 것들이 쌓여 내공이 되었고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소송 같은 전문분야는 우리 로빈훗님 같은 전문 변호사님께 문의하셔야 합니다. 그게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하나씩 자기것을 만들어 가 보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것들이 나를 좋게도 만들기도 하지만 이런 지식으로 가족이나 지인들 동기들도 많이 도와줄 수 있거든요. 글의 마무리가 잘 안되네요. 아직 숙취가 남아 있나 봅니다. 얼른 자야겠습니다. 안녕.
PS: 7월 10일, 10시에 경매초급반 공지를 합니다. 경매를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실전판을 배우고 싶다고 이 수업을 꼭 들어보세요. 기다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