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투꾼입니다.
오늘은 2탄까지 작성한 제 명도글에 마지막 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일전에 적은 1~2탄을 합치고 오늘 적은 이야기를 마지막에 붙여 하나의 글로 통일시켰습니다. 3명의 인물과 협상하고, 어르신 복지까지 챙겨드리는 이야기를 적었기에 아~~주 긴 글이 될 것입니다.
일전에 글을 보신분이 계시다면 스크롤을 쫘~악 내려서 아래 3탄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pisode 1 ]
작년 시월쯤 재건축 호재와 GTX 호재가 겹친 아파트를 낙찰받았습니다.
그 동네 대장 아파트이기도 해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웬걸..? 보통 이 지역에 아파트 입찰자가 적으면 열댓명 많으면 60명 까지도 달라붙었는데, 이 물건엔 딸랑 8명만 입찰 들어왔지 뭡니까??
겹호재가 있는 아파튼데 왜 8명밖에 입찰을 안했을까,내가 뭘 놓쳤나??
네, 놓쳤더라고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부터 제가 무얼 놓쳤는지, 어떻게 80대 노인을 명도를 했는지 풀어보겠습니다!
저는 재작년에도 독거노인을 명도한 적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9월12일에 낙찰 후 두달 반만에 명도가 완료되었습니다! 점유자는 배당받지 못하는 전 소유자였으며, 60대 중반의 어르신이셧습니다. 낙찰후 3일째 되는 날 찾아…
cafe.naver.com
당시에 쓴 명도글인데, 제목부터 살벌하지 않나요?? (더럽게 못썼네요 ㅎㅎ)
당시 독거노인의 방까지 구해주고 보증금을 대주며 어렵게 명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노인분들은 대부분 고집이 정말 강하셔서 일반적인 대화도 순탄하게 흘러가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당시 소유자와 이번 소유자는 노인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한가지 공통점이 더 있었습니다. 바로 자기가 진 빚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진 빚으로 내 집에서 쫓겨난다는 것입니다.
2년 전 명도한 독거노인은 평생 일군 재산을 여자한테 다 뜯겨서 저항이 심한 케이스였고, 이번 80대 노인은 아들이 진 빚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간 케이스였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30번이 넘는 입찰을 하다보니 현장조사를 대~강 하는 못된 버릇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승률이 10%밖에 안되기에 물건 하나하나를 꼼꼼히 보질 않게 되더라고요..(반성) 그랬던 못된 버릇이 이번 낙찰사태?로 인해 확실히 고쳐질 것 같습니다..ㅎ
낙찰 후 너무 적은 입찰자와 천만원이 넘는 떡값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다시 물건내역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전입세대 열람을 보니 80대 중반의 노부부가 전입되어 있는 것으로 나오고, 채무자는 소유주의 둘째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장을 방문했다 기겁을 했는데요… 함께 물건지의 현관문을 보시죠.
.
.
혹시 이상한것 못느끼셨습니까??? 제가 동그랗게 체크한 부분..
확대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밖에서 자물쇠를 거는 고리였습니다. 왜 밖에서 좌물쇠를 걸 수 있도록 저런걸 만들어 놨을까요??
전입세대 열람을 보면 이해가 되실겁니다.
24년9월에 뽑은 전입세대 열람
소유자 겸 점유자 oo래. 89년 전입 41년생 노부부, 밖에서 걸어잠글 수 있는 장치.
아 이건… 노부부중 한 분이 치매다….;;
네.. 이제서야 이 물건에 경쟁자가 왜이리 적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그간 많은 입찰을 하며 느끼길, 괜찮은 아파트엔 무조건 1~20명의 입찰자들이 붙었었는데 이런 겹호재 + 로얄층인 아파트에 왜 꼴랑 8명만 입찰했는지, 입찰자들이 입찰가들을 왜이렇게들 낮게 썻는지 모든게 이해됐습니다.
저는 어리석게도 낙찰 받은 뒤에 이 사실들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연속되는 패찰의 피로도 때문에 이런 세세한 것들을 체크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본 것이죠.
보통 이런 상황에 맨붕이 올법한데 크게 동요되거나 불안한 마음은 딱히 없었습니다. 2년전 독거노인 명도 경험이 아주 좋은 예방접종이 되었나 봅니다.
당시 경험을 살려 점유자 분이 받을 수 있는 긴급지원금과 긴급주거 정책같은걸 알려드리고, 최악에 상황엔 주변 월세방 보증금을 대드리고 이사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에도 이런 플랜으로 진행했습니다)
플랜도 있고 경험도 있는데 더 시간 끌 이유가 없죠. 낙찰 당일 현장 방문으로 사태를 파악한 후 이틀뒤 바로 그 집에 찾아갔습니다.
물론 그 전에 인터넷으로 사건기록을 열람하여 채무자(아들)의 연락처가 있는지 찾아보았으나, 채무자와 소유자 누구의 번호도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집에 불이 켜져있는 것을 확인 후 올라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일단 우리쪽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떠들기보단 상황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고 ‘난 어르신을 도우러 왔다’는 뉘앙스와 메시지를 던지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똑똑똑,, “계십니까?”
두번정도 반복하니 안에서 “누구야!!” 라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어르신 안녕하세요, 이번에 이 집을 낙찰받은 낙찰자 대리인입니다”
“뭐라고!!??” 라며 문을 열어주시네요.
집에 들어가며 빠르게 집을 탐색하고 치매로 예상되는 배우자를 확인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배우자는 안계시고, 소유주인 어르신 혼자 계시더라고요.
전입세대 열람도 낙찰 한달 전에 뗀 거라 두분 다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일단 가볍게 상황을 설명드리고 혼자 사시는 걸 확인후 몇마디 나누었습니다.
(치매인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신 것으로 보였습니다)
“난 몰라! 내집인데 내가 왜나가!!? 내가 빚진것도 아닌데 난 몰라!! 가~!!!”
“어르신 아드님 연락되세요? 연락처 있으세요??”
“몰라!! 연락도 안돼!! 연락처도 몰라!!”
역시 어르신들은 타이르기도 진정시키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같은말 반복+우기기 스킬을 시전하시는 어르신,
게다가 최근에 계단에서 넘어져 갈비뼈가 골절되었다 하시네요..
병원에서 엊그제 퇴원했고, 그것 때문에 거동도 힘들다며 죽는 소릴 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계속해서 어르신 도우러 온 것이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르신, 앞으로 한달 뒤에 낙찰자가 강제집행을 해서 어르신을 밖으로 내 쫓을거에요. 그렇게 되면 추운 날에 어르신 짐을 밖으로 다 빼고 어르신도 강제로 내보내게 돼요.
저는 그 전에 어르신이 받을 수 있는 복지정책들을 찾아서 어르신을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긴급지원금도 받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거에요.
그러기 위해선 어르신이 이 집에서 나가셔야만 해요, 이 집에 계시면 어떤 복지도 받을 수 없으세요. 저는 이런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모신 분들 많이 계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협조 잘 해주세요”
어르신은 ‘동사무소에서도 도와주지 않는데 어찌 네가 날 돕냐’고 의심하기도 하셨습니다.
“어르신, 여태까진 어르신이 이 집에 주인이고, 집이 재산으로 잡혀서 복지를 받을수 없었던 거에요. 이제 이 집의 주인이 바뀌어서 어르신도 복지혜택 받으실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되도록 도와드릴거에요”
그렇게 위와 같은 말들을 여러번 반복하며 어르신을 좀 진정시키고 나서 어르신께 핸드폰을 달라고 했습니다. 분명 채무자인 아들하고 연락도 안되고 연락처도 모른다고 몇번을 우기셨는데….
핸드폰을 보니 하루에도 몇 통씩 아들과 통화한 내역이 찍혀 있었습니다. (역시 점유자의 말은 믿지 않는게..ㅎ)
일단 어르신 연락처를 따고, 어르신 핸드폰에 있는 아들과 손자 손녀들의 연락처를 모두 제 폰에 옮겨 적었습니다. 계획대로 안될경우 어르신께 겁을 주기보단, 채무자인 아들이나 손자 손녀들에게 겁을 줘서 할아버지를 설득하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역정을 내시다 우시고를 반복하는 어르신을 진정시키고 만남 30분만에 그 집을 나왔습니다.
채무자인 아들의 연락처를 받았기에 앞으론 아들과 협상해야 합니다.
행크가 참 좋은게 주변 사람들이 저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행크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부째미’님이 저와 같은 명도사례가 있어서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째미야째미야 나 이번에 치매가 예상되는 노부부 점유물건을 낙찰 받았음ㅋㅋㅋ”
“나도 전에 낙찰받은 물건이 80대 노부부 점유 물건이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명도됐어, 아들이 진 빚이였고(나랑 똑같네..ㅎ) 아들하고 연락이 돼서 아들이 어르신들 모시고 갔어, 너도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끝날 수도 있어~”
라는 답변을 받고 아들과의 협상을 내심,, 내~~~~~~심 기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부동산 투자 째미있게! 부째미입니다! 🥰 오늘은 명도 스토리를 들고 왔습니다. 파란만장 명도기 르츠그릇(LET’S GET IT) 💙 몇달 전, 저는 권리상 …
cafe.naver.com
과연,, 부째미님과 같은 행운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
그렇게 점유자의 집을 나와 카페로 이동해 아들에게 전달할 내용을 대강 적어보았습니다.
1. 낙찰자는 잔금납부하기 전에 이사가길 원하며, 이사비용은 강제집행비용을 기준으로 해당 물건은 90만원 정도의 이사비가 지급될 것이다. 강제집행이 진행되면 이사비용은 물건너가고 되려 강제집행비용을 청구할 것이다.
2. 강제집행 여부는 내가 결정하는게 아니다. 잔금내는 동시에 법무팀에서 집행신청을 하기때문에 지금부터 6-7주 이내 강제집행이 진행될 것이다.
3. 특히 아기 키우는 집과 독거노인이 사는 집을 강제집행 할 땐 그 광경이 처참에서 나도 강제집행까지 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겁주기) 그렇기에 나도 어르신이 받을 수 있는 복지정책을 알아보며 어르신을 도울 것이다.
4. 나는 중간에서 각자의 의견 전달과 중재를 하는 역할일 뿐이며, 제가 손을 놓게되면 법무팀에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다. (내가 손놓지 않게 무리한 요구 하지마시오)
이렇게 적당히 겁도 주고, 나는 어르신을 돕는 사람이라는 인상도 심어주려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진짜 협상 대상자라 생각하니 어르신을 만날때보단 좀 긴장되더라고요. 그렇게 아들과의 긴 통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명도 협상에서, 아니 인간관계에서 상대의 마음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
경청하기
저는 일전에 명도에서 경청의 효과를 독특히 맛보았습니다.
한석준 아나운서가 말하길, 경청의 기본은 내가 말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상대의 말에 온전히 집중하는 희생이라 하였습니다.
저는 채무자인 아들과 통화할때 간략한 상황만 설명하고 무조건 채무자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위에 적은 내용들도 절대 먼저 말하지 않았습니다.
채무자가 자기의 사정을 한참 이야기 하다 중간중간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여쭐때만 임팩트 있게 설명해 줄 뿐이었습니다.
한시간이 넘는 통화를 하며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은 다 전달했고, 채무자의 말도 충~~분히 경청했으니 적어도 저에 대한 적개심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제가 채무자에 대한 적개심이 생겼죠..ㅎ)
“아버님이 그 동네 40년을 사셨는데, 낙찰자에게 월세라도 내면서 거기 더 살면 안되나요?”
“낙찰자가 20대 젊은 여자입니다.(공투자 명의) 잔금납부 후 바로 인테리어 예정이라 잔금납부 전에 나가길 원합니다. 잔금납부 전에 나가는 조건으로 이사비를 드리는 겁니다.”
“제가 그 빚만 있는게 아니라 채무가 40억정도 됩니다. 도저히 아버님을 모시고 어쩔 여력이 안돼요”(뻥이 심하신듯)
“나라에서 경매로 쫓겨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이 몇개 있습니다. 그걸 통해서라도 어르신을 모셔야죠, 단 그 복지정책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저흰 그 시간을 기다려 드릴 수 없어요. 그러니 복지혜택(긴급주거지원 등)을 받으실때 까지 주변 원룸에라도 잠시 모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사비는 원래 100만원 이내로 책정했으나, 점유자의 나이를 알고부터 200까지 생각했었습니다. 어렵게 사시는 어르신을 상대로 악작같이 수익률을 높이고 싶진 않더라고요.
200이면 주변 원룸 보증금 정도는 댈 수 있습니다.
전에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보증금을 내주며 명도 했기에 200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첫 통화는 채무자의 한풀이만 한시간 동안 들어주었습니다. 한시간정도 통화를 하다 보니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대충 감이 왔습니다. 자기가 상황을 이지경까지 만들어 놓고도 무언갈 책임지려는 의지 자체가 없어보였습니다. 오히려 귀찮은건 다른 사람에게 모두 떠넘기려는 모습이 두드러졌는데요. 현실적으로 대처할 방안들을 말씀드려도 본인이 액션을 취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보고 “과장님이 이런쪽 잘 아시니까 방 얻는것좀 잘 알아봐 주세요, & 복지정책 하는것좀 받게 처리해주세요”
제가 호의로 도와주려는 모습을 비추면 귀신같이 그 일들을 제게 떠넘기더라고요.
그러며 자기가 사업에 실패한건 나쁜 사람들 때문이며, 실패하고나니 주변사람 다 떠나 돈빌릴 곳도 없고 어쩌구 저쩌구 한시간 가량 한풀이를 합니다. ( 왜 실패한 줄 알겠다 야..)
어쨋뜬 저는 이렇게 점유자와 채무자 두분과 첫 소통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틀뒤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 친척중 한때 경매를 하던 누님이 계셔서 그 누님분과 이야기를 나누라며 연락처를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협상 대상자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누님분도 강제로 협상을 떠맡게 된 것이더라구요.,. 진짜 모든걸 남에게 떠맡기는 당신은 대체…
[episode 2 ]
이렇게 새로 맞딱드린 ‘누님’이라는 협상자는 저희 부모님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이었고, 90년도에 경매를 몇번 해보신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경매를 아신다니 ‘말이 잘 통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해보았습니다.
그 누님이라는 분이 연락을 준신다 하여 먼저 연락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그리곤 이틀뒤 연락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어르신 이사비용 문제로 연락드렸어요”
“안녕하세요 여사님, 아시다시피 저희는 회사에서 정해진 메뉴얼대로 일을 처리 합니다. 저희가 책정한 이사비는 강제집행비용을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요구하시면 회사에선 절차대로 진행할 겁니다.”
“알죠알죠 회사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근데 노인네가 지금 죽겠다며 약까지 사놓고 어디다 둔것같아요. 만약에라도 사고가 터지면(어르신이 자살이라도 하면)낙찰자 입장에서도 상황이 안좋아지잖아요, 어르신은 500이상 주지 않으면 절대 안나가겠다고 막무가네에요..어떻게 이사비좀 이 가격으로 맞춰주시면 안될까요??”
재작년 명도했던 독거노인도 자기 목숨가지고 협박하던데.. 안타깝게도 점유자가 쓸 방법은 그것뿐인가 봅니다. 정말 하나도,,단 하나도 동요되거나 위협적이지 않더라고요,..
전 명도자는 ‘이사비같은거 필요 없다 걍 집행해라 어자피 죽을건데 이사비가 뭐가 필요하냐’라며 정말 죽음을 각오한 눈빛이라 무서웠는데..
지금 어르신은 죽겠다는 분이 이사비를 요구하다니.. ‘나쁜생각 하실 마음이 1도 없으시구나..ㅎ 다행이다’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500이면 저희가 책정한 90만원의 이사비에서 한참이나 오버되는 금액입니다. 어르신이 빨리 나간다고 하시면 최고 130~140정도까지는 생각해보겠는데, 500이면 아마 회사에서도 무조건 컷 당할 겁니다. 130도 빨리 나가는 조건이 걸려서 그 가격인겁니다.
제가 회사에 말은 해보겠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않는게 좋을것 같아요. 우선 회사에 전달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500을 부르는 것에서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200까지 드릴 생각이었기에 그쪽에서 300까지 부르더라도 200정도로 맞춰볼 생각이었는데 500이라니..ㅎㅎ
바로 다음날 전화할까 하다가 좀 애간장좀 타보라고 이틀뒤에 전화했습니다.
“여사님, 회사에 500을 보고드렸습니다만.. 이건 회사측에서 낙찰자에게 제안 자체를 할 수가 없는 금액이라 강제집행 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제가 편찮으신 독거노인 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잔금납부 전에 이사를 보내겠다는 조건으로 낙찰자에게 200만원의 이사비까지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거기다 제 수당까지 더해서 240까지 드리겠습니다.
이 금액은 낙찰자가 부담하려는 금액에 두배이상이고 제 수당까지 끌어모은 최고 마지노선의 금액입니다. 아시겠지만 그정도 평수면 강제집행 비용이 90만원정도 됩니다. 여기서 더 많은 금액을 원하신다면 어쩔수없이 집행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나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집이 강제집행하면 너무 처참한 경우가 많아서 집행까지 안가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그래서 제 수당도 포기하는 것이고요, ”
여사님과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위와같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명도를 담당하는 것이 주업무가 아니라 단지 부수적인 업무라 말씀드렸습니다. (제 주업무는 부동산 조사, 보고서작성 대리입찰 같은것들이 주 업무라 하였고, 그렇기에 명도 수당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씀드리고 제 명도수당까지 드리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여사님이 말씀하시길,,
“일단 알겠습니다. 저도 이쪽하고 얘기를 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선택 미루기 스킬’을 쓰시네… 그리고 연락 주신다면서 연락을 안줘,, 상대를 애태워야 하는데 제가 살짝 애타더라고요.
결국 2~3일 뒤 제가 먼저 연락드렸습니다.
“여사님 어르신하고는 이야기 나눠보셨나요?? 이 금액도 잔금 전에 이사가는 조건으로 드리는 것이기에 빨리 결정하고 합의서 작성하셔야 합니다.”
라며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여사님께서 이미 어르신을 모실곳을 준비중이라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사비를 더 올려달라고 떼쓰거나 억지부리지 않고 240을 수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밖에 한두번의 통화가 더 오가며 이사비는 240으로 협상이 끝났고, 이사 시기에 대한 협상으로 넘어갔습니다.
아직까지 낙찰 후 잔금 날짜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통상 낙찰후 6주뒤 잔금날짜가 잡히는 것을 감안했을때 12월9일쯤 잔금날짜가 잡힐것이라 예상하고, 그 전에 명도하는는 것을 목표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사님..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어르신을 타지역으로 모셔야 할 것같아요, 막상 사고친 아들은 신경도 안쓰고 연락도 안돼요, 아들놈 때문에 이 일에 끼어들었지만 정말 그만하고싶어요, 차라리 저도 협상에 실패해서 이 일에서 손떼고 싶은 마음이에요. 울고싶은데 누가 뺨좀 때려줬으면 좋겠어요.” 라고 하시는데 정말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제게 중요한 것은 이사날짜!!
이사날짜에 대한 문제로 한두번의 통화가 더 오가고, 여사님이 드디어 집을 구했다며 이사날짜는 그쪽과 조율해봐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마음이 급해져서
“날짜부터 알려주셔야 합니다. 무조건 잔금 전에 나가주셔야 약속한 이사비를 드릴수 있습니다.”라며 최대한 빨리 날짜를 받아보려 했습니다.
“날짜는 아직 확답 드릴수 없는데, 힌트를 살짝 드리자면 아무리 늦어도 12월 14일전에는 될거에요, 내일모레 날짜 정해지니까 정해지면 연락드릴게요.”
“14일이면 잔금치르고도 5일이나 지납니다. 잔금일인 9일 전에 나가주셔야 해요..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이틀뒤에도 연락이 없으셔서…또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습니다.(애를 많이 태우시네..)
전화를 안받다가 한참뒤에 연락와서 이따 다시 전화주겠다며 저를 애태우지 뭡니까.. 그리곤 또 전화를 안줘.. 결국 다음날이 되어서야 다시 연락을 하니, 그제서야 이삿날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과장님 13일에 이사갈 수 있게 됐어요”
아 순간 좀 짜증이 났습니다. 그토록 12/9일전에 나가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애간장 태우다 날짜를 넘기니까 짜증이 나더라고요.
“아 13일..이면 안될것 같습니다. 회사에선 9일 넘어가면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가는 걸로 얘기가 되어있어서 집행을 할 수 밖에 없을것같습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라고하니 여사님 목소리가 굉장히 차가워지더니,
“네 알겠어요”
라고 말씀하시고 거침없이 통화를 끊더라고요.
제가 잠깐 미쳤나봅니다. 여태껏 맨탈 잘 지키며 동요되지 않고 잘 협상해 오다가 순간의 짜증을 못이기고 저렇게 질러버리다니.. 하.. 이사비 협상까지 끝내고, 심지어 이사날짜까지 받아놓은 상태에서 제가 판을 엎어버렸습니다.
어르신의 아들과 손주들 연락처까지 따놔서 제가 강제집행까지 가게 하진 않겠지만, 만에하나 강제집행까지 간다면 두달치 이자비용과 집행비를 포함해 5~600만원은 들어갈 겁니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다시 여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여사님,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사는 어르신을 강제집행으로 내쫓는게 너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오늘 회사에다 어르신 이사 기한을 조금만 연장해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더니, 좀전에 낙찰자가 이사날까지 기다려 주겠다고 연락이 왔답니다.
대신 약속하신 날짜만 꼭 지켜주세요, 빠른 시일에 어르신께 합의서 도장 받으러 가겠습니다.” (이사비가 지급되기 위해선 합의서 제출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과장님 너무 감사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지니까 저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 날씨에 어르신 쫓겨난다 생각하니까 맘이 참 불편했는데 정말 감사해요 , 과장님같이 좋으신분이 담당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내일모레 합의서 받으러 갈 생각인데, 어르신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합니다. 합의서 작성때 여사님이 어르신과 함께 나오시나요??”
“아뇨, 제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준비해 놓으라고 전달할게요, 다 준비해 놓을테니 이틀뒤 받으러 오시면 됩니다”
드디어 협상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잔금날짜가 나왔습니다!!
예상했던 잔금 예정일은 12월 9일이었는데 운이 좋게 12월 19일로 잔금날짜가 잡혔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예정일보다 10일이나 늦게 잡혀. 잔금 전에 명도가 완료되겠더라고요.
이사비를 예상했던 것 보다 두배이상 주긴 했지만 한달 이자 150이 넘는걸 감안하면 잘된것 같습니다. 만약 명도가 길어졌다면 이자만 2~300은 거뜬히 나왔을겁니다.
이틀뒤 작성했던 합의서를 뽑아서 방문전에 여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여사님 조금이따 방문드리려 하는데, 인감증명서와 도장은 모두 준비가 되었을까요??”
“아 어르신이 지금 거동이 불편하셔서 인감증명서를 뽑으러 못가셨대요.. 그건 나중에 받으시면 안될까요?”
“네 괜찮습니다. 그럼 오늘은 일단 합의서만 받으러 가겠습니다.” (사실 인감증명서는 딱히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심적인 압박용으로 받을 뿐, 그런 서류가 있든 없든 약속 지킬사람은 지키고, 안지킬 사람은 안지킬 테니깐요, )
그렇게 합의서를 들고 어르신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들였는데요…
똑똑똑 “어르신 계세요??”
“누구야??!!”
“저 며칠전에 찾아왔던 경매 낙찰자 대리인입니다~”
문을 열어주시며 ” 오늘은 또 왜왔어!?”
“어르신 이사가시는 날짜가 정해지셔서 오늘 합의서 작성하러 왔어요!”
무슨 이사!? 내가 이사를 왜 가!!?
‘…뭐지?
난 여태 누구와 협상을 한것이지??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하나?..
나와 이야기 나누었던 여사님은 결정권자가 아니었나??,
그 여사님이 어르신과 소통하며 나와 협상한게 아니었나..?
대체 그 여사님은 누구지? ‘
많은 생각이 빠르게 제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그렇게 어르신께 합의서 도장 받으러 가서 시작된 협상의 연장선.
당장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episode 3 ]
일단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키고 상황파악부터 해야했습니다.
“..어르신.. 아드님이 사촌누님??되시는 분과 이야기 나누라고 하셔서 한동안 그 분하고 이야기 나누고 이사날짜까지 정했는데 들으신것 없으세요??”
“사촌누나? 그런사람 없는데? 이름이 뭐래 ?? ”
이름..? 그러고보니 여태 나와 협상했던 분 성함도 몰랐네..
“아니 어르신.. 그럼 아드님한테도 어떤 말씀이든 들은게 아무것도 없으세요??”
“무슨 말? 아들은 연락도 안돼!! 어디가서 죽었는지 며칠째 내 연락 다 안받아!!”
저도 상황을 좀 파악하기 위해 여사님께 전화를 해보았지만 전화를 안받으시더라구요… 두어번을 전화해도 안받길래, 채무자인 아드님에게 전화했더니 다행히도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채무자인 아들은 전화를 안받을때가 꽤 많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아드님, 지금 합의서를 작성하러 어르신 댁에 왔는데, 지금 어르신께서 현 상황에 대해 아시는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된거죠??, 그리고 저랑 협상한 여사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어르신께서 우리집안 사람중 그럼사람은 없다고 하시는데요..”
여사님 성함을 어르신께 말씀드렸더니 어르신은 우리집에 그런 성씨를 가진 사람도 없고 처음들어보는 이름이라며 누구냐 하셨습니다.. 점점 불안의 기운이 엄습..
“아버님은 잘 모르실 거에요..” (아니 말이야 방구야.. 친척이라며!!!)
“그럼 설마 어르신 이사에 대해서 미리 말씀드린것 없으..신가요??” (제발…)
“제가 바빠서 어버님하고 연락을 잘.. ” (와… 때릴까..?)
“일단 어르신 바꿔드릴게요, 말씀좀 드려보시겠어요?”
그렇게 어르신을 바꿔드렸더니 어르신은 전화를 받자마자 서글프게 말씀하십니다.
“야이놈아!! 일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놓고 ..! 연락도 한번 안받고,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 어떻게된거야!!”
호통을 치시며 엉엉 우시더라고요. 그렇게 아드님은 어르신을 달래고, 어르신은 울면서 노발대발하시며 통화를 하셨고,
곧이어 제가 전화를 바꿔 받았습니다.
“아드님 지금 여사님하고 힘들게 협의 끝내고 합의서 받으러 온건데, 아버님께 이야기도 전달해놓지 않으면 어떡해요,
이대로 다시 딜레이되면 회사에선 집행으로 갈수밖에 없어요”
“제가 정신이 없다보니 블라블라”
와.. 진짜 이건 아니지 싶었습니다. 자기가 일 벌려놓고 협상까지 엄한 사람에게 떠넘기더니, 아버님한테 전달도 안해놓고.. 정말 사람이 맞나 싶습니다. 게다가 저보고 아버님께 잘 말씀드리고 설득해달라고 하십니다ㅋㅋㅋㅋㅋ
그렇게 한참을 영양가 없는 자기 이야기를 해대길래 옆방으로 넘어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어르신이 들어오시더니 소리지르며 말씀하십니다.
“500만원 줘!!! 500만원 주면 나갈게!! 그거 아니면 안나가!! 내집인데 왜나가!!??”
“아드님 일단 어르신한텐 제가 다시 잘 말씀드릴게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라며 통화를 끊고 3번째 협상자인 어르신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어르신, 아드님이 타지역에 어르신이 지내실 집이랑 다 알아보셨어요!! (전부 여사님이 준비하신 것)
아드님이 뒤에서 어르신 모시려고 다 준비해 놨으니 걱정 마세요”
“타지역?? 내가 이 나이에 모르는 지역가서 어떻게 살아!! 못가!! (하긴 이 동네에서 40년을 사셨으니..)
500이라도 주면 내가 소굴방이라도 얻어서 거기 들어갈라그래..”
“근데 지금 당장 안산에 집을 구할수가 없어서 당분간만 거기 계세요!!
그럼 아드님이 안산에 LH신청에서 나라에서 지원하는 집에 어르신 모실거에요. 잠시만 그쪽에 가 계신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제가 어르신 이사가시면 지원금 받을실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잠시만 가 계세요”
라며 한참을 설득했습니다.(동사무소랑도 몇번을 논의한 내용)
어르신은 제가 복지지원 신청해서 한달에 몇십만원씩 받으실 수 있게 도와드린다고 하니 많이 동요되시더라고요.
“돈들어와도 통장 압류되서 그 돈 쓰지도 못해!!!”
“에이 어르신, 제가 신청하는 지원금&수급비는 압류방지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돈을 받기 때문에 그런걱정 하덜덜덜마셔요~~”
점점 온순해 지시는 어르신…ㅎㅎㅎ
그렇게 한참을 설득하고 제가 끝까지 도와드리겠다고 반복해서 말씀드리니.. 제게 정말 간절하게 도와달라며 합의서 작성까지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집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도 연신 고개를 숙이며 “도와줘.. 꼭 도와줘야해..”라며 저를 배웅해주시더라고요.
하… 드디어!! 모든 협상이 끝났따!!!! 진짜 주옥같은 아드님(채무자)때문에 마음속에 흑염소가 요동쳤지만 말이죠 ㅎㅎ
약속된 이사날이 다가오는데 아드님(채무자)한테 전화가 옵니다. 이사날짜를 이틀 당겨서 갈 수 있겠다며, 이삿날 자기는 못가고 자기 아들을 보내겠다고 합니다.(끝까지 본인이 직접 하는게 1도 없는 당신은 대체..)
동시에 자기 신세한탄과 쓸떼없는 얘기를 한참동안 늘어놓습니다. 이사날짜를 땅겨준다니 그정도 응석은 들어줄 수 있쥐!!
그리고 약속한 이삿날, 어르신의 손자(채무자의 아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저 이삿짐이 거의 다 빠져서 곧 이동할 것 같습니다”
“아 벌써요? 금방 가겠습니다”
그렇게 이사비를 출금해 이사현장으로 갔습니다.
언제봐도 정겨운 이사현장,
내부로 들어가 이사짐이 다 빠진것을 확인하고 나오니,
어르신이 저기서 걸어오고 계셨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오세요??”
“관리사무소 가서 관리비 다 내고 왔어, 20만원만 더 줘~~”
ㅋㅋㅋㅋㅋ 귀여우신 어르신 ㅋㅋㅋㅋㅋ
“어르신 이거 회사에서 정해준 이사비에요ㅎㅎ 더 드리면 저 짤려요ㅋㅋ,
안으로 들어가서 이사비 받으시고 사인좀 해주세요!”
어르신께서 통장이 압류되어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 해드렸습니다. 나중에 명도비를 비용처리 할 때 현금지급 했다는 증빙자료가 필요할 것 같아서 [이사비 지급확인서]라는 것을 만들어가 서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손주분께 ‘이사가시고 짐 정리좀 되면 바로 전입신고좀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늦게 연락이 와 이삿짐 정리가 이제서야 끝났다며 동사무소 갈 정신이 없어 전입신고를 못했다고 연락이 왔어요ㅠ)
그렇게 이삿짐 차가 먼저 출발하고 손주 차에 탄 어르신. 저는 그냥 가기 아쉬워서 차 문을 열고 어르신 손을 붙잡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 약속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도 약속 꼭 지킬 테니까 거기서도 건강하게 계세요”라고 하는데 살짝 울컥 하더라고요 (부끄)
“그래 고생했어, 나 꼭 수급자 만들어줘야해 !!도와줘 꼭좀.. ”
이렇게 명도가 끝났습니다.
명도가 끝났다는 기쁨도 잠시, 작년 12월, 시장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대출규제, 해당노선 교통 악재, 정치이슈가 3연속으로 터지며 해당 아파트의 호가가 천만원씩 뚝뚝뚝 떨어졌습니다.
호가가 약 2천만원 이상 급속하게 떨어지는 걸 보니 속이 좀 쓰렸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어쩌지 못하는 외부변수는 빠르게 받아들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겠죠. 저는 기대수익을 대폭 낮추고 빠르게 엑시트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걱정되고 조급한 마음으로 부동산을 돌아다녔습니다. 호가를 대폭 낮추며 복비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몇 날 며칠을 돌아다녔고, 덕분에 매수자를 빠르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전입신고,
명도가 완료된 이후에도 아드님(채무자)과 통화하며 ‘전입신고좀 빨리 해달라, 합의서 조항에도 전입신고완료 조항이 적혀있다, 회사 법무팀에서 문제삼으면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다’ 라고 강력하게 말씀드렸는데.. 채무자를 믿은 게 잘못이었습니다 ..(이싀끠는 즨쯔아,,)
해당 주택에 전입이 안빠져 매수자가 대출이 안나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꼭지가 돌아서 아드님(채무자)에게 분노의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안받는 채무자…ㅂㄷㅂㄷ
매수자가 대출이 안나오는데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손자한테도 해보고, 나랑 협상했던 여사님한테도 해봤는데 전부 전화를 안받아!!!
결국 어르신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어르신 지금 어디계세요??”
“몰라 여기가 어딘지, 자꾸 깜빡깜빡해.. 집 밖으로 나왔는데 집을 못찾아.. 여기 어디야 ~~”
“어르신 지금 이사간신 지역이에요??”
“아니야 안산으로 다시 왔어~”
“!!?? 안산이시라고요? 안산 어디로 오셨어요?? ??”
“전에 살던동네 그짝이야~~ 근데 여기 어디야~ 집 어떻게 가..”
“어르신 일단 알겠어요, 제가 다시 전화드릴게요”
지금 어르신의 아들(채무자), 손주 모두 연락이 안됩니다. 어쩔수 없이 어르신 다른 가족분들에게 연락해 보기로 합니다.
(처음에 어르신 핸드폰에 가족들 번호를 모두 따두길 잘했죠)
어르신 첫째아들의 따님(채무자는 둘째아들) , 즉 어르신 손녀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손녀분께 상황을 설명드리고 ‘지금 어르신이 길을 잃으신것 같다. 전에 이사갔던 타지역에서도 몇번 그러셨는데 혹시 지금 오실 수 없냐’
고 물으니 회사가 6시 퇴근이고, 거주지도 수원이라며 8시나 돼야 안산에 가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통화할땐 오후 한시쯤 이었습니다)
복지 지원 받는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손녀분이 그 상황에 대해 많이 알고 계셨습니다. 병원에서 끊어야 하는 진단서와 통장 서류들 등 얼추 준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부터 제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일을 호다닥 끝내고 3시쯤 퇴근한 저는 어르신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르신!! 아직도 집 못찾으셨죠? 그 주변 건물에 붙어있는 주소좀 불러주시겠어요??!!?”
“아..어.. 모르겠어 뭐라 써있는지도 몰라~”
“어르신 어째뜬 본오동쪽이시죠? 제가 지금 그쪽으로 가는 중이니까, 지나가는 사람 있으면 좀 바꿔주세요!!”
“사람도 안지나가~ 어휴,,~”
“어르신 끊지말고 사람지나갈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람 지나가면 그 사람좀 바꿔주세요!!”
“어.. 사람 지나간다,,!! 어이~~! 여기요 여기~~ 잠깐 이 전화좀 받아봐요”
“네 전화 바꿨습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르신이 길을 잃어서 제가 모시러 가는 중인데, 조금만 도와주시겠어요??
혹시 바로앞에 있는 건물 주소좀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아,,네.. 여기가 oo로oo(주소)으로 오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어르신좀 바꿔주세요”
“어르신 지금 그 자리에서 꼼짝마세요, 제가 10분이면 가니까 그 자리에 그대로 계세요!!”
“알았어”
그렇게 분노의 질주로 어르신이 계신곳으로 갔더니 어르신이 거주하시는 집 앞이였습니다.
“어르신 여기가 집인데 왜 여태 전입신고도 안하셨어요?? 저랑 지금 동사무소로 가서 전입신고도 하고, 복지 지원금 받을때 필요한 서류도 제출하러 갑시다”
그렇게 어르신을 태워 동사무로 이동해 전입신고부터 했습니다. 내친김에 어르신 복지 지원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 드리려고 직원에게 여쭈었습니다.
(저는 명도 할 때부터 어르신 복지 지원에 관련해 해당 동사무소와 여러번 통화를 했습니다. 제가 제출할 것들은 진작에 동사무소로 제출해 줬고, 마지막으로 배당이 완료되면 배당표만 동사무소에 제출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웬 걸?? 손녀분 말대로 어르신이 동사무소를 여러번 다녀가시며 필요한 서류들를 거의 다 준비했더라고요.
그저 어르신은 서류들이 준비됐음에도 뭐가 뭔지 모르셨던 것이고, 이 서류가 어느곳에 필요한 건지, 뭐 이런 것들에 대한 인지가 안되었던 상태였습니다.
제가 어르신 대리인이 되어 동사무소 직원과 소통하며 서류들을 정리해서 드렸고, 어떤 서류는 집에 있다 하여 어르신이 거주하시는 집에 다시 가서 서류를 찾아보고(결국 못찾음) 유야무야 일을 처지라하다보니 엇?..??! 모든 서류 준비가 다 됐네??
수급자신청 + 긴급주거지원에 필요한 모든것이 다 갖춰졌습니다. 제가 한달 뒤 메일로 배당표만 보내주면 완벽하게 끝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 후련해..ㅎㅎㅎ
저는 어르신을 집으로 모셔드리고 사소한 것들을 손봐드렸습니다. 그리곤 손녀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손녀분, 지금 어르신이 받을 수 있는 모든 복지를 다 신청한 상태이고, 한달 뒤 동사무소에서 연락오면 어르신 모시고 한번 더 동사무소 가시면 될것 같습니다”
압류방지 통장을 받을때 미리 체크해야 할 부분을 포함해 몇가지 체크사항을 전달 드리고, 차후 신청해야 하는 lh주거지원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 당당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 저도 약속 지켰습니다. 오늘 보셨죠? 어르신 이제 수급자 되셨어요. 축하드리고, 여기서 건강하게 지내세요.
힘드셔도 집에만 계시지말고 하루 한시간 이상 꼭 꼭 걸으시면서 산책하셔야 돼요 아셨죠???”
그래 고마우이.. 정말 고마워..
이 날도 어김없이 현관문 앞까지 배웅나오시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하십니다. 저는 예상치 못한 대외변수로로 기대수익을 거의 포기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자산(돈)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더 중요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자산입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시간을 빼앗기 위해 많은 상품과 마케팅을 내놓는 것만 봐도 시간자산의 중요성이 입증됩니다.
왜 시간자산이 중요할까요?
그 시간자산을 지불해 경험자산과 맞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자산은 단연코 자산(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자산이 없는 사람이 부를 쥔다면 그 부를 오랫동안 유지하긴 힘들것입니다.
사람은 그릇에 넘치는 부를 쥐어잡고 있을 수 없으며, 그릇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경험자산을 늘리는 방법뿐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험자산을 쌓기 위해 여러 강의를 들으며 임장을 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하지만, 예상치 못한 세금문제와 대외변수 등으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경험자산이 남습니다.
2년 전 독거노인 명도 경험이 제게 큰 경험자산이 되어 이번 명도도 따뜻하게 끝낼 수 있었듯이, 경험자산은 분명 쌓이고 쌓여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번 물건이 형편없는 수익을 가져다 주었지만 전혀 불평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상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한 성투꾼의 변명이었습니다ㅎㅎㅎㅎ
오랜시간 기억을 더듬으며 작성해 보았습니다.
글로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없어 많은 부분을 건너뛰었지만, 이 글이 명도를 앞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행크에서 멋진 경험자산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이달의 BEST글에 선정된 분들은
행크알리미에게 [성함/닉네임/전화번호]를 쪽지로 보내주시면
행크에듀 5만원 포인트를 적립해 드립니다.
대한민국 모임의 시작, 네이버 카페
ca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