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의 전세, 임대차계약 당연히 안 되지 않나요?
상담사례
안녕하세요, Law빈훗 이시훈 변호사입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이런 내용을 적은, 황당한 글을 보았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 다시 말해 직계존비속(부모와 자식, 사위와 장인장모, 며느리와 시부모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은 설사 진정하게 임대보증금을 지불하고 임대차계약을 했다 해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00신문 기고글
무려, 00신문에 실린 글이더군요. 위 글이 00신문에 실려서 그런지, 이 글을 인용하여 작성된 인터넷 상의 글도 10개 이상이었습니다. 마치 위 박스 안 내용이 진실처럼 보였습니다.

자, 그럼 부동산 & 경매 전문변호사이자 경매 강사인 제가 봤을 때 위 내용이 어찌 느껴지실 것 같으신가요. 솔직히 제가 위 글을 읽은 소감은, 황당함을 넘어서 “이거 뭐하는 사람이지?”라는 심정이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경매전문변호사인 제 생각은요, 가족 간의 임대차계약은….
자, 그럼 한번 생각해봅시다.

가족 간의 전세, 임대차계약은 가능할까요? 불가능할까요?

계약은 ‘당사자 간의 약속’을 의미합니다. 계약은 사람 대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니, 가족이든 남남이든 간에 계약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원칙입니다. 인적 관계 때문에 어떤 계약이 안 되는 경우가 오히려 거의 없고, 계약이 안 되는 경우가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지요.

그럼 이미 답이 나왔습니다. “아내, 자식 등과 한 가족 간의 임대차계약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답은 바로 이겁니다.

가족 간에도 당연히 임대차계약이 가능한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답입니다.

하지만, 어떤 가족 사이인지에 따라 달리 볼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답을 한단계 더 깊이 따져보겠습니다.

경우의 수를 나누어서 따져보자.
가족 간이라도 다 똑같이 볼 수 없습니다. 이유는 뒤에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3가지 경우로 따져보겠습니다.
1. 부부 간 임대차계약/전세계약
2. 부모와 자식 간 임대차계약/전세계약
3. 형제 간 임대차계약/전세계약

실제 경매사건을 검색하고 실제 낙찰받아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위 경우에 거의 다 포섭이 됩니다.


1. 부부 간 임대차계약/전세계약
아내가 남편이 가진 부동산에 ‘임차인’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까요. 말이 되나요? 안 됩니다. 부부는 일심동체이고 이혼하지 않는 한 서로 법적으로 ‘부양의무’가 있는 관계입니다.

판사 입장에서, 부부 간에 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고 진짜 임대차보증금을 주고받은 내역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당연히 가족으로 함께 거주하고 서로 부양할 것을 전제로 하는 관계이기에, 제3자 입장에서 이들을 ‘임차인’으로 인식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실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있고 보증금 이체내역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판사는 절대 부부 사이에서 작성된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인정해 줄 수가 없습니다(이혼하면 가능).

2. 부모와 자식 간 임대차계약/전세계약
이 경우는 두가지로 나눠서 따져봐야 합니다.

(1) 부모와 미성년자 자식 간
부모는 미성년자 자식을 부양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부모와 미성년자 자식 간에 ‘임대차계약’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2) 부모와 성년 자식 간
부모는 성년 자식을 부양할 의무가 없습니다. 둘다 성인이기에 독립된 지위에 있게 됩니다. 쉽게 생각하세요. 성년 자식이 가정을 꾸려 부모님 집에 전세계약을 체결해서 또 손주를 낳아 와이프와 함께 기르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경우 임대차계약이 무효이거나 효력이 없을 것 같으신가요? 이런 경우는 충분히 상식적으로만 따져도 상정할 수 있는 변수이지요. 이 경우는 당연히 임대차계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물론 판사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주고받은 내역이 확실히 있는지 확인하고자 할 것입니다.

3. 형제 간 임대차계약/전세계약
형제 중 1인이 다른 형제로부터 전세금을 받고 집을 내어주는 경우 현실에서 흔치는 않아도 있을 수는 있는 일입니다. 이 경우도 보증금 주고받은 내역이 확실하게 있으면 임대차계약 인정될 수 있습니다.
부부 간 : 임대차계약 X
부모-미성년자녀 : 임대차계약 X
부모-성년자녀 : 임대차계약 O
형제 간 : 임대차계약 O

어설프게 알지 말고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이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보통 경매의 ‘선순위위장임차인 물건’ 때문입니다.

물론 인적관계상 가족간에 체결된 임대차는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보자처럼 “법적으로 당연히 불가능하다”라고까지 잘못 알면서 입찰하시면 안 됩니다.

이러한 부분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입찰하면, 명도계획이나 명도전략을 잘못 짤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전세계약서를 떡 하니 내게 되면 금방 끝나는 인도명령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명도소송(본안소송) 절차로 가서, 예상보다도 명도가 길어질 수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그동안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선순위위장임차인 물건을 분석하고 처리해는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설프게 아는 것’입니다. 항상 잘 모르는 사람이 사고를 치는 것이 아니라,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사고를 칩니다. 항상 입찰 전에 정확한 지식을 기반으로, 철저한 조사와 명도전략을 세우시길 당부드립니다.

저는 그럼 명도하러 가보겠습니다.

– 이시훈 변호사 / Law빈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