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낙찰 명도기는 아니지만 제가 보유 중인 다가구의 진상 임차인을 명도하면서 느꼈던 점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다가구의 위치는 대기업 공장(LG, 삼성 등)과 각종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고, 대학교의 스쿨버스가 지나는 지역이라 직장인과 학생 수요가 적절한 곳입니다. 매년 계약만기 시점에는 공실을 내지 않기 위해 늘 노심초사하는 마음이죠.

신학기 타이밍에 방을 보러 온 세입자. 중개인의 말로는 임차인이 직장인인데 돈이 별로 없다며 보증금 100만원에 해달라고 합니다. 보증금이 싼게 마음이 걸리긴 했지만 이 사람 놓치면 바로 공실이라는 조급함에 흔쾌히 ‘콜~’ 했습니다.

이 총각 처음 석달은 월세를 잘 냈습니다. 그러다 띄엄띄엄 밀리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초보 임대인의 첫 번째 실수가 나왔습니다.

연체되는 즉시 독촉하고 만만한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직장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월세 연체를 제 때 확인 못하고, 또 속으로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밀리면 보증금에서 까면 되지’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넘겼습니다.

한 석달 밀리니 저의 와이프도 급했는지 본인이 직접 압박했습니다. 마지못해 조금씩 갚는데 성에 안 차니 지금 당장 나가라도 고래고래 소리도 질렀습니다. 찔끔찔끔 받으면서 고민해 보니 골치 아픈 녀석은 아예 보내버리는게 낫다는 판단에 지금 나가면 밀린 월세 안 받겠다고 달래도 봤습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던 녀석이 독기 품은 와이프의 “너 그대로 있어! 내가 지금 경찰에 신고할거니까~”라는 한마디에 쫄았는지 그대로 짐 챙겨서 나갔습니다.

나가자마자 집 내부를 보니 급하게 도망가면서 중문 유리창을 하나 깨먹고 나갔네요. 그래도 앞으로 속 썩을 골칫거리 하나 해결했다고 위안 삼으며 유리 교체하고 비번 바꾼 다음 바로 부동산에 방을 내놨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4층에 살던 여학생 1명이 방을 옮기고 싶다고 해서 전화로 문제의 방 구경해 보라고 알려줍니다. 몇 분 후 여학생이 기겁을 하면서 전화가 옵니다.

“방 구경하려고 들어갔는데 어떤 남자가 자고 있어요!”

전 세입자임을 직감하고는 112에 주거침입으로 신고했습니다. 전 세입자가 그 방에 어떻게 들어갔을까요? 부동산에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비밀번호로 다시 바꿨는데 아마도 이 번호를 알고 들어갔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이게 저의 두 번째 실수였습니다.

이리하여 전 세입자는 현행범으로 바로 체포되서 경찰조사 받고, 저도 참고인 조사를 받습니다.(내 피같은 휴가를…이 또한 무형의 손실이네요)

경찰 조사 이후부터는 세입자도 월세 갚으라는 독촉에 별 반응도 안 보입니다. 저도 선처할 마음은 없어 그냥 그대로 갑니다. 나중에 검찰에서 전화가 오기에 법대로 처리하라고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벌금 좀 받고 종결됐다고 합니다.
진상 임차인을 겪으면서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1. 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쁜 임차인은 게으른 임대인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월세가 처음 밀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강하게 독촉하고 대응했다면 상황이 좀 바뀌었을까요.

2. 만약 회유가 안돼 압박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때는 내용증명을 포함해 강한 압박을 해야 했습니다.

3. 공실에 대한 두려움이 조급함을 만들었고, 이 모든 일의 시작이 그 조급함이었다는 겁니다. 앞으로의 투자인생에서 이 지점을 가장 조심해야 되겠다는 것 입니다.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임차인을 관리함에 있어서도 미루지 않고, 빠르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
2020년 7월 게재된 ‘거인의 어깨’님의
‘불량 임차인은 불량 임대인이 만든다’를 재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