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라잇입니다.
이제는 초보 부사가 되었지만. 사실 저는 치킨집 사장님이었답니다.
되게 특이한 타이틀(?)로 많은 이들이 신기해했어요. 당시 에 유인나 배우가 치킨집 사장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로망(?)도 갖고 있었고요.

실제 임차인은 그렇게 한가하게 영업하지 못합니다.ㅠㅠ
제가 사업을 시작했던 이유는 간단했어요. 2012년 에일린의 뜰 상가에서 부모님이 부동산을 운영했을 때 당시 호수공원에 상가가 없었고, 치킨집이 불티나게 잘되었었거든요.
어머니께서 호수공원상가 살려보자고 하셔서 그냥 엄마 하고싶은거 들어드리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2년만 치킨집을 해보고 취업해야지’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선정 조건은 두가지였어요.
1. 로열티가 없어야 한다
2. 맛있어야 한다
둘 다 만족하는 업체를 우연히 운 좋게 발견했고 그렇게 시작된 누나홀닭.

일반 치킨과 다르게 오븐으로 굽고 더럽게 맛있었습니다!!! 다만 손이 정말 많이 가고 특히 파채도 다듬어야하고, 파프리카도 썰어야하고, 그냥 요리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손 많이 가는 치킨집이었어요.
그래서 정말 단골들이 많이 생겼어요.
상가 규모는 35평 정도였고, 테이블 수는 21번까지, 야장 6개. 제일 많을 때는 옆 칸도 얻어서 단체석을 받았으니 30개 가까운 테이블을 돌렸었네요.
문 열고 나가면 바로 광교호수공원이었어요.
4-5년 전은 지금처럼 완전체가 아니고 아파트도 없을 때라 을씨년스러웠지만, 호수공원은 이미 조성되어 있어서 공원에 놀러온 고객들이 많았죠.




정말 제 치킨집이여서가 아니라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가 맛에는 일가견이 있거든요!!
문제는 그만큼 많은 인력과 노동력이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떤 개념이 잡혀 있었을까요?
아니요.
저는 알바생을 고용하고 발주하고 가게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호수공원이라는 위치상 정말 잘 될 때는 웨이팅 60번까지 받았습니다.
잘되는데 통장에 남는 건 없고, 젊지만 체력이 힘에 부치고, 그래도 계속 고객들은 찾아와주시고, 감사하면서도 매우 힘든 날들이었어요.
지금생각해보면 비싼 신도시상가 고수들의 무덤에 저도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임차인의 신분으로, 초기자금도 없이.
신한은행대출 5천 + 소상공인대출 5천 이렇게 기본 1억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은행이자에 월세에 인건비 나가면 가족경영인데도 남는 게 없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어요. 통장에 많은 돈이 왔다 나가니까 힘이 빠지고 나름의 책임감도 있는데 걱정되고 그랬죠. 5시에 오픈인데 4시부터 사람들은 앞에 앉아있고, 손이 익기 전에는 준비시간 2시간 잡으면 3시부터 준비하고, 새벽에 정리하고 집에 가면 2~3시였습니다.
심한 날은 일출과 함께 퇴근한 적도 있었어요.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는 1급 알바 같은 사장님이었습니다.



잘 될 때는 연매출 2억 넘게 나왔던 것 같아요.
다행히 어머니께서 깨어있는 부사셔서 광교의 분양권을 받아 제가 대출로 가져갈 수 있게 해주셨어요.
사실 이 사업으로 제가 연매출이 높은 사업장의 사장이니 분양권 대출을 끌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을 직원으로 등록해 모두 대출이 나올 수 있게 세팅했죠. 아마 일반 회사원이었다면 분양권을 끌고 가기 힘들었을 겁니다. 연봉1억도 안 나왔을 테니까.
많은 눈이 떠진 지금은 그 큰 뜻을 알 것 같아요. 매출로 버는 돈보다 큰매출로 많은 대출을 끌어 쓸 수 있는 것이 사업의 메리트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업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사업을 보는 눈이나 경험이 많이 확장된 건 확실히 있어요. 맛집을 가면 사장은 누구고 알바는 몇명이고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시스템인지…어느 포인트가 차별화되었는지를 자동으로 보게 됩니다.
올해 4월에 권리금 많~~이 받고 싶었으나 쪼금 받고 이제는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래도 이 치킨집으로 몇 개의 부동산을 얻었고, 몇 개는 아쉽게 처분했지만, 시장 돌아가는 공부도하고 많은 도움이 되었던 제 애정 있는 사업장이었습니다.
처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권리금을 받아도 다른 사업장으로 팔게 되면 원상복구 의무 때문에 이왕 넘길 때는 같은 사업장으로 넘겨야 권리금도 더 좋네요.
처분하고 하니 야채가 금채가 되고 금리가 더 올라서 정말 좋은 타이밍에 잘 털었다 생각합니다.


인터미션
이제부터는 치킨집을 하면서 만든 나만의 운영 노하우를 풀어볼까 합니다.
마케팅 작은 차이지만 신경쓰기. 눈에 띄는 가게 기억에 남는 가게!
오픈 초반에는 무조건 눈에 띄게 하고 싶었어요. 풍선이든 바람개비든 안그래도 황량했던 호수공원에서 SOS 신호 보내듯 잘 보이게 노력했죠.



크리스마스때나 할로윈에는 최대한 가볍게 이벤트를 했어요. 기분 좋을 정도만?
아래는 우리집이 잘 보였던 일등공신이에요 귀여운 닭풍선. 글씨 잘 쓰는 알바친구들이 예쁘게 꾸며준 네온사인까지

최대한 손님께 친절한 마케팅을 하려고 했어요. 사실 SNS는 직접 운영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체력이 안돼서 이벤트만 열어두었습니다.
처음에는 발주계산 잘못해서 속상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마케팅!!! 나중에는 옳다쿠나~




효능효과도 다른 설렁탕집이나 콩나물집 가서 보고 우리도 해야겠다 해서 붙여놓았어요. 덕분에 후레쉬쌈닭이 2등 메뉴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같은 프랜차이즈여도 점주노력에 따라 매출이 확연히 달라지고 손님도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저희 단골 분들도 집 앞에 생겨서 기쁘게 가셨다가 실망하시고 다시 돌아오신 경우를 많이 봤어요.
나의 자랑스러운 알바친구들 정말 가족 같고 친구 같은 애정하던 친구들. 저희는 가족경영이어도 정말 가족처럼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알바친구들과 밥도 같이 먹고 같이 쉬고 그랬어요.
고생한 알바친구들에게 밥과 치킨은 항상 제공해주었고, 진짜 고생한 날은 한 마리씩 포장해주기도 했어요. 그게 이 친구들이 더 열심히 해주고, 좋은 영향으로 돌아와서 기뻤습니다.




술을 못 먹는 사장이라 회식이랄 것은 없었어요. 저희 가게 자체가 술집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알바들이 모이면 대신 저희 치킨집에서 모이고 제가 모든 것을 제공했어요. 그게 회식보다 더 효율적이고 재미도 있었어요.
가끔 일도 도와주는 훌륭한 친구들이었어요. 먹으러 왔다가도 꼭 바쁘면 일손 거들어주고 진짜 고마웠어요. 제 프라이드가 되어준 많은 알바생들 맘 맞던 한 시즌에는 이렇게 다 같이 에버랜드도 갔답니다.
제가 돈은 더 못 챙겨주더라도 마지막 근무 때는 치킨상품권주면서 가볍게 마음의 표시를 했어요. 이런 프사로 해두는 친구들도 있어서 마음이 뭉클했답니다.

저희 알바친구들은 취업하고도 오고, 제대하고도 방문하거나 다시 알바하러 오고, 제가 처음 사장이 되었던 나이가 되어서 다시 오기도 했어요. 남양주, 방배에서도 다시 찾아와줬어요.
이런 소중한 인연이 어디 있겠어요.
끽해야 10살 차이도 안 나는 누나언니인데 사장님!ㅋㅋㅋㅋ 이젠 애칭이죠. 물론 맘 아프게 하는 친구들도 있고, 속 상한 적도 많았지만, 안 그런 사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알바라고 어리지 않고 다 느끼고 존중해주면 그만큼 배로 열심히 해주고 고맙게 일해주더라고요. 결국 사람 일 다 똑같다. 그걸 배운 것 같아요.
알바는 자동으로 돌아갈수 있게 근무시간표를 적게 했고, 월말에는 셀프로 자기 알바비 계산해서 저한테 톡으로 주면 제가 확인하는 식으로 했어요. 이게 월말마다 은근 스트레스더라고요.
이렇게 셀프로 시키니 누락될 일도 없고 오히려 진실되고(?) 좋았습니다. 카톡방도 운영해서 못하는 날은 서로 바꿔서 빵구 없게 하고 저한테 보고해 주는 식으로 운영했어요.
사진을 못 찾았지만, 미니 반찬 냉장고를 들여서 셀프존도 운영했습니다. 프렌차이즈와 별개로 개인으로 추가시켰어요. (소스와 무 리필로 쓸데없는 동선도 빼고, 인력배치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딱이었어요)
애견도 같이 옆에서 먹으면 좋겠다고 해서 저희 큰아빠가 짜주신 큰 대형견도 들어가는 애견침대인데 이게 유행해서 호수공원 전체 상가들이 다 하나씩 짜시더라고요. 유행의 선두주자였습니다

가게를 넘기는 계약을 하고 그동안 일했던 친구들이 꼭 지나가면 들리고 인사하는데 갑자기 없어진 걸 보면 몹시 서운해 할 것 같아서 미리 말했더니 정말 한명도 빠짐없이 다 각자 시간 가능할 때 와주었어요.
저에게도 이 친구들에게도 정말 좋은 추억이었고, 케이크까지 사들고 온 정성도 있었어요.
어찌 보면 제 청춘을 바쳤던 사업장인데 이렇게 창업경험담을 쓰면서 다시 돌아보게 되니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고 사람에 대해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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