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

속담처럼 빌딩만 투자하는 고객을 자주 본다. 그들에게는 물건을 브리핑하면 이해도 빠를 뿐 만 아니라 경험을 거울삼아 더 효율적으로 건물을 관리하면서도 임대수익률을 높인다,

또한 투자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빌딩 전문중개인들의 조언을 수용하는데도 적극적이다. N씨도 그런 경우다.

그는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 앞에 대지 390m²(약 120평), 연면적 985m²(약 300평)의 지하 1층, 지상5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준공 된지 25년이 지난 빌딩이다.

건물이 워낙 노후화돼 여름철만 되면 건물 곳곳에서 물이 새 임차인들의 불만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해가 갈수록 건물에 손을 볼 곳은 늘어나 모두 비용부담 요소로 작용했다.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입지여건어서 임차인들의 영업상황도 신통치 않았다.

임대료는 자주 밀렸다. 계약 만료 때면 임대료를 올리기는커녕 내려 달라는 임차인들의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임대수익률은 점점 떨어지는데 공시지가는 높게 매겨지는 곳이어서 세금부담도 크게 느껴졌다.

그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건물을 관리했다. 임차인 맞추는 것은 물론 건물청소에서 수리까지 대부분 스스로 해결했는데, 65세를 넘기면서 육체적인 피로가 빨라졌다. 임차인들의 요구사항을 듣다보면 스트레스만 더 심해졌다.

결국 그는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건물을 내놓았다. 그러나 입지가 떨어지니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애가 탔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각의뢰를 한 지 2년이 조금 넘어서야 본인의 용도에는 맞는다는 매수자를 만났다.

매매가는 33억 원이었다.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대출금도 갚고 나니 15억 원 정도가 손에 남았다.

앓던 이 빼낸 것처럼 건물을 매각했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건물을 팔고 수중에 남은 15억 원을 은행에 넣어두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금리가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빌딩에 다시 투자하려니 관리 걱정이 앞섰다. 관리인을 두자니 임대수익률이 떨어질 게 뻔하고 스스로 관리하자니 힘에 부칠 게 뻔했다. 무엇보다 임차인들과 부딪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건물을 다시 매입하더라도 관리는 정말 피하고 싶었다는 N씨는 지인을 통해 우리 회사를 찾았다.

투자할 금액이 정해져 있고 투자목적도 분명했기 때문에 매입과정의 절반은 이미 넘긴거나 마찬가지라 여기고 대상 물건을 찾아 나섰다.

관리가 편하기로는 주택보다는 당연히 상가건물이다. 임차인수가 적은데다 장사 필요 때문에서라도 스스로 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상가건물 중심으로 범위를 좁혀 물건을 검토했는데, 투자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로변에서 찾기는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도 외진 구역이면서 이면도로변의 건물로 압축하다가 적당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삼청동길 메인 코너에 있는 빌딩으로 한눈에도 지은 지 오래돼 낡아 보였다.

그런데도 대지 35㎡(약 10평)에 지상 3층인 그 건물의 매도가격은 13억 원이었다. 3.3㎡(1평)당 가격으로는 1억2,000만원에 달했다.

대지가 165㎡(약 50평) 이하 빌딩은 땅값보다 임대수익 기준으로 가격이 산정되기 때문에 삼청동길에 강남 땅값 못지않은 수준의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매수자 입장에서 고민이 컸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만 들었다.

1층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영업 중이었는데 임대료는 보증금 1억 원에 월 500만 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았다. 권리금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임대료 수준이 낮았던 것이다.

임대수익률이 높지도 않으면서 매도가격은 높은 건물을 사야 하나 포기해야 할까. N씨는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의견을 물어왔다.

매입하시라고 강력히 권했다. 계약만기가 다가오니 임차업종을 바꾼다면 임대수익도 높아지고 원하는 대로 건물관리에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건물운영 경험이 있어서인지 우리의 의견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계약을 할테니 임차인을 교체하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병은 알려야 낫다고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부동산을 통해 임차인 교체계획을 알렸더니 편의점 본사에서 권리금을 줄여서라도 점포를 매각하겠다고 알려왔다.

마침 점포 수를 줄이고 있는 본사 측은 계약 만기 전에 더 좋은 조건으로 임차인을 맞춰놓고 나가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겠다는 임차인이 나타났다. 보증금은 1억 원으로 이전과 같았지만 월세는 550만원으로 50만원 올렸다.

임차인은 계약기간을 통상 2년이 아닌 5년으로 요청해왔다. 계약기간을 늘리는 대신 임차인이 1억5,000여 만 원을 들여 매장 외부 및 인테리어 공사를 하겠다고 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었다. 이전보다 임대수익이 올랐고 임차인 스스로 리모델링 공사에 나서 건물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차인이 건물을 자체관리하기로 약속했고 임대료는 본사 경리직원과 연락하면 처리해 주기로 했다.

임차인과 언쟁을 벌일 필요가 없게 된 것이 홀가분했다. N씨는 건물을 관리하지 않으면서도 매달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는 이른바 연금형 빌딩의 소유주가 됐다. 당초 투자목적대로 이뤄진 셈이다.

운이 연속으로 따라주기도 했던 투자사례이지만 성공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대지 면적은 작아도 입지여건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부동산 투자에서 입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재 임대수익이 많이 나오는 곳과 입지 좋은 곳을 선택하라면 입지를 잣대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위치가 열세인 곳은 나중에 임차인이나 임차업종을 채우는데 불리하다. 공실이 발생하면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N씨 경우처럼 당장 비싸더라도 입지가 좋았기 때문에 임차인 교체가 비교적 수월했다.

그럼 좋은 입지를 어떻게 판단하나. 답사를 해야 한다. 빌딩 투자에 성공하려면 제일 먼저 선행돼야 할 게 답사다. 답사는 빌딩 투자의 첫 걸음이다. 투자대상으로 꼽고 있는 지역의 건물에는 어떤 업종이 입점 돼 있고 상권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

상권은 평일 다르고, 주말 다르다. 아침에 보는 상권과 저녁에 찾아가는 상권도 전혀 다르다. 한 번 가서 안 보이던 상권이 세 번, 네 번 찾아가면 눈에 띄는 경우도 허다하다.

답사를 하지 않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답사를 해봐야 투자를 하려는 빌딩의 미래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
2016년 8월 게재된 ‘빌딩과사랑에빠진남자’님의
‘120평 노후빌딩서 10평 고가빌딩 갈아타고 ‘수익탄탄”을 재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