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섯 시 반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 사람이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반대편 공항버스는 승객들로 가득하다.

“여유롭네 다들. 좀 많이”

명절을 코앞에 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피로에 찌든 얼굴들을 바라보며 직장인으로 살아온 십수년간의 추석 연휴 직전 회사 모습을 잠시 떠올려본다.

어느새 머리에 눈이 쌓이기 시작하고, 어깨엔 돌이 내려앉았다. 긴 직장생활은 군대에서도 잘 안 지켰던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일어나서, 씻고, 출근해, 일하고, 퇴근해, 멍때리다, 잠들고, 그렇게 5일 하고, 아침에 조금 더 자고… 뭐하지(?) 그렇게 살다 보니 내가 사라져 있었다.

추석 앞둔 출근길, 개포동 버스정류장에서 생각한 것들

친구들은 많이 변했다.

게임 축구 연애에 대한 관심은 끝났다. 주식 부동산 차 이야기. 모든 대화의 끝은 ‘돈’으로 향한다.

돈이 있든 없든 남의 말을 쉽게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 이야기가 그렇다. 강북에 33평 아파트를 대출받아 사겠다는 친구에게 “투자 목적이라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강남에 평수를 줄여 사라”고 조언했다가 혼이 많이 났다.

“회사에서 멀고, 좁고, 물가는 비싸고, 지금 자녀도 없고, 이미 오를 만큼 오르지 않았냐”는 말에 ‘니 말이 맞다’ 하고는 넘어갔다.

서로 이해할 수 없던 20대의 이성관처럼, 나이가 드는 동안 부동산에 대한 친구들의 가치관은 확고해졌다. 그리고 누군가는 강남에 살고, 누군가는 강북에 살며, 누군가는 막차시간을 고민해야 하는 곳에 산다.

돈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돈이 많아도 어려운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다. 힘든 오늘을 잘 견뎌내는 사람과 오늘은 힘들지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벌어진다.

강남에 살면서 놀란 점이 딱 하나 있다.

사람들이 새벽부터 움직인다는 점이다. 어르신들은 아파트를 돌며 운동을 하고, 아저씨들은 출근을 하고, 아줌마들은 배웅을 한다. 생각해 보니 회사생활하며 가장 일찍 출근한 분들은 임원들이었다. 미라클 모닝이라는게 진짜 있었구나 싶다.

강남사람들 하면 모두 명품에 외제차에 영어만 하고 다닐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외제차는 많지만, 겉만 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자산, 재테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신의 기준을 분명히 세워두고 있다는 것이다.

내집 한 채 사는 게 이제 엄두도 안 나는 3040과 달리, 50대 이상에게는 강남에 투자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 2009년 입주한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는 미분양이었다. 마포의 대장이라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미분양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면 개포동엔 다 쓰러져가는 10평대 주공아파트가 즐비했다. ‘개도 포기했다’는 말처럼 집집마다 연탄재 버리는 구멍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웬만한 수도권 아파트 매수할 돈이면 투자할 수 있었다.

지금 이곳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나.

2023년 자료입니다

직업상, 거주지 특성상 많은 강남 아파트 소유자들을 보고 만나 이야기한다.

열심히 일해 노동수익으로 강남 아파트를 매수한 분들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투자에 투자를 더해, 자본수익이 노동수익을 몇 배나 뛰어넘은 분들이다.

그들 중엔 전문직인 의사도 변호사도 있고, 20년 넘게 장사한 동네 중국집 사장님도 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어떻게 공부하고, 정보를 얻고, 예측하는지에 따라 10년 뒤 20년 뒤 마주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책 한두 권에서 시작해 수십억대의 부자로 성장한 사례가 행복재테크에는 많다.

투자에 쌓인 성공경험담은 이제 수만건에 달한다.

그들 대부분 자신의 사례와 경험을 카페에 풀고, 그것을 본 이들은 새로운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선순환은 행복재테크 외에는 어떤 커뮤니티도 시도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명절연휴를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면, 오랜만에 푹 쉴 시간이 주어진다면 책과 카페에 있는 각종 경험담부터 하나씩 읽어보기를 바란다.

명절이니까 하루 날 잡고 「그냥 이렇게 살면 돼」를 읽으며 미래를 그려봐도 좋고…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정말로.

내가…그랬으니까.

위 경험담은 2024년 게재된 ‘에세이스트’님의 글을 재편집했습니다.


ROTC 후보생 시절을 함께 보낸 동기들을 만났다. 대부분 십여 년 만에 마주한 얼굴이었다. 모두들 기억했던 얼굴에서 주름이 늘고, 까매지고, 배가 불어나 있었다.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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