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시원 창업이 참 인기가 많습니다.

고시원 창업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이 ‘기존 사업장 인수 vs 신설’일 텐데요. 새로 창업하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법이 많이 강화돼 방 개수가 덜 나오다보니 수익성에 차질이 많습니다.

(고시원 수익은 방 개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보통 낡은 고시원을 인수해 리모델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리모델링을 한다고 해도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을 꼭 감안하셔야 합니다. 시설비에 목돈을 넣고, 방을 팔아서 수입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입니다.

사업장 인수 vs 신설

돈을 베팅하듯 시설투자하고 방값을 잘 받을지, 자본을 최소한으로 들여 살짝만 손보고(도배, 침대커버) 방값을 조금 싸게 받을지 결정해야 합니다. 대부분 후자를 택합니다.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적당한 투자를 해야 보람 있는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 후자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여러 강의에서는 고시원이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으로, 알아서 돌아가는 구조라고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접 운영해보니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총무도 잘 구해지지 않을뿐더러 자주 바뀌기도 하고, 상주하며 관리해야 하는 부분에서 상당한 애로가 있습니다.

각종 민원이며 화재경보기 오작동도 밤에 심심찮게 일어나거든요. 방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밤낮 안 가리고 예약 없이 방문하기도 한답니다.

돈 되니까 청소도 처음에는 즐겁지만 계속 하다보면 힘이 들고, 긴 세월 상주하며 운영하는 것은 가족 불화의 시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 주변 고시원업을 하는 분들은 부부운영, 또는 아내만 하는(남편은 퇴근 후 관리 보조) 형태인데 많이 싸웁니다. 결국 넘기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기 건물에서 한다면 중간관리인과 총무, 청소인력을 둬도 수익이 좋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몸테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충분히 상의하고 대안을 둔 다음 시작하시는게 좋습니다.

물론 강의에서 말하듯 적정투자의 경우 수익이 잘 나옵니다. 여기서 적정투자의 기준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새집을 선호하듯 입실자들도 새로운 고시원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40~60을 받을 것인가, 조금 손보고 20~30을 받을 것인가. 그에 따라 손님의 수준도 달라집니다.

고시원은 보증금 없이 선납을 하고 살게 됩니다. 방값을 못내도 보증금에서 삭감하는 원룸과 달라 곤란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의 종사자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게 현실입니다. 거주하는 사람 돈 안냈다고 짐을 강제로 뺄 수 없잖아요.

법으로 해서 내보내는 것도 해봤지만 6개월 넘게 걸리고도 겨우 쫒아내는 것만 가능하지 밀린 방세는 엄두고 못 냈습니다. 바쁜데 법원만 몇 번을 오락가락 했고요.

강의로는 항상 핑크빛만 얘기를 해요. 돈 되는 사업이다. 맞지요. 강의도 일종의 장사이니 내 물건을 잘 팔려면 좋은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모든 투자의 선택과 책임은 언제나 나의 몫이라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입지는 어디가 좋을까요?

역세권이면 정말 좋지요. 그런데 역세권이 다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세도 높고, 새 고시원이 생기면 우루루 손님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수년 전 지인이 수유리 대로변에 창업한 고시원이 잘되어 수유리 먹자골목 역도 가깝고 자리도 좋은 곳에 고시원을 신설했습니다.

나름 시장조사도 엄청 했는데 의외로 방 채우는데 정말 오래 걸렸답니다. 먹자골목으로 업무 관련성이 없으니 유동인구가 엄청나다고 해도 고시원엔 별로였던 것이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5호선 둔촌동역에서 20분정도 떨어진 빌라주택가 대로변의 생뚱맞은 곳에 고시원을 신설을 했습니다. 이런 곳에 되겠어? 했습니다. 주변에 고시원이 하나도 없었어요.

뚜껑을 열어보니 5호선 강동역 천호동역이 가깝고 대형병원도 있고 직장인도 많았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고 비싼 곳보다 좀 떨어져 있어도 버스정류장이 가까운 대로변 고시원이 월세가 저렴하니 정말 장사하기 수월했습니다. 한번 들어오면 오래살고 방값 밀려서 고민해본 적도 없는 곳이었지요.

대형병원과 각종 직장, 백화점 등 수입이 안정적인 사람들이 있어서였습니다. 5년을 영업하고 지인한테 피 없이 그대로 넘겼는데요. 그분은 사채 빌려서 인수하고 2년 만에 다 갚았답니다.

저는 이 고시원을 넘기면서 많이 아까워했는데 남편은 아니더라고요. 감가상각이 심하니 5년 정도 되면 리모델링을 해줘야한다는 주의라 5년 영업 후에는 매도하려 계산하고 재계약까지 마친 뒤 넘겨줍니다.

5년 정도 되면 팔기도 수월합니다. 방 도배는 어차피 수시로 해주는거니, 인수하는 입장에선 5년 정도 되면 영업하긴 괜찮은 시설이니까요. 지인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방값 잘 받으며 리모델링도 안하고 잘하고 계시더라고요.

또 다른 예입니다. 서대문하면 벌써 떠오르죠. 직장인들의 밀집지역, 병원과 학교도 있는 곳. 학원자리를 고시원으로 신설했습니다. 학원건물들이 고시원하기에 적당하거든요.

도로 폭이며 2,3,4층에 옥상이 있으면 더 좋고요. 건물자체가 모두 아주 오래된 곳이고 주차장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곳이죠. 주변에 고시원들이 정말 많은데도 신설로 들어갔습니다.

고시원업을 하는 분들은 보통 한번 지으면 재투자를 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퇴직한 분들이 많이 하시는데 그런 분들은 더더욱 리모델링을 못합니다. 시장조사를 해보면 오래된 만큼 방값도 내려갑니다. 신설에 밀리니까요.

우리는 그런 걸 공략하고요.

방값은 걱정이 없죠. 거긴 소득이 빵빵한 사람들이 입실을 많이 해서 높은 값을 받고도 5년 가까이 했으니까요. 2년 더 할 예정이었는데 1년을 손님인 것처럼 방을 조사해가고 하던 퇴직예정자분이 인수하고 싶다고 졸라서 빈말로 “내년쯤 와 보세요 저희는 팔 생각 없어요” 했더니 정말 딱 1년 지나 퇴직하고 오셨답니다.

잘 될 때 받아서 직접 운영하고 싶으신거죠.

2년 먼저 양도를 한게 되었지만 좋은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고, 아쉽지만 2년 뒷면 감가상각에 방값도 내려갈 테고, 그때 매도하면 지금 금액은 어림도 없으니 과감히 넘겼지요.

참고로 연세 드신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젊은 총무를 두고 영업을 하시길 추천합니다. 의외로 손님들은 젊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일없다고 총무를 두고도 원장이 자주 가서 있으면 총무들 싫어합니다. 우리가 넘긴 요 물건이 딱 그 케이스에요.

정리를 해보면…

1. 지하철역이 가까워야 한다. (버스 정류장도 좋다)

2. 직장인이 많은 곳이 수요가 많다.

3. 대형병원이 있는 곳도 좋다.

4. 신설해야 높은 방값을 받는다. (5년 정도 되는 것도 좋다)

5. 미니룸(화장실, 샤워실 없는 방)은 사업성이 극히 떨어지니 피하라.

6. 미니룸의 경우 하수도를 설치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방 3개를 2개로 만들면서 룸 한쪽으로 배관을 내면 일반 룸으로 리모델링 가능하다.

7. 방문은 도어락으로 변경할 것.

8. 임대차계약서에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도 있다는 것을 특약으로 명시.

이상으로 고시원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
2021년 1월 게재된 ‘고시탐탐성부자’님의
‘고시원창업 입지선택,기존인수 or신설’을 재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