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매를 독학으로 배웠다.

돈이 없어서 책과 팟캐스트, 동영상강의로 독학으로 배웠고 당연히 낙찰후 명도할때도 어디 물어볼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었다. 어쩌겠는가? 젊으면 몸으로 떼워야지.

낡은 빌라에 입찰을 참여해서 최고가매수인이 되었다.

물건지를 몇번 방문했는데 한밤중에도 불이 꺼져있고 아무도 살지 않는것 같았다. 당연히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어서 쪽지를 남겼다.

‘경매 낙찰자입니다. 상의 드릴것이 있으니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다음날 바로 나이 연세가 있으신 남자분이 연락이 왔다.

당장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약속을 잡았다.

어차피 뻔한 이야기다. 근처 카페에서 만나서 대화를 나눴는데 인사를 나눌때부터 아주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과 말투로 시비조로 나왔다.

요즘말로는 아저씨와 할아버지의 중간으로 할저씨라고 부르지 않는가? 60대초반의 요즘말로 할저씨였는데 4000만원에 낙찰받았고 시세는 5500~6000정도로 예상하였다. 그런집 이사비로 500만원을 달란다.

점유자 할저씨 : 한참 애기같은데 뭘 좀 더 알아보고 와야 할거 같은데?? 내가 경매대해서 잘 알아.

점유자 할저씨 : 나는 갈곳도 없고 보다싶이 돈도 한푼없이 거지가 된 마당인데 절대 그냥 나가줄수 없어. 그리고 말이야. 강제집행한다느니 그런소리 나한테 해봐야 소용없어. 내가 80넘은 노모하고 같이 거주하고 있는데 작년에 뇌졸증으로 쓰러지셨고 치매까지 있으셔. 그러니까 강제집행 하려면 해봐. 절대 안될걸??

강제집행 하겠다는 말을 한적도 없고 이사비를 얼마주겠다고 말을 꺼내지고 않았는데 혼자서 노발대발하면서 오바를 한다. 행동을 보니 맨트를 외우고 미리 연습한것 같았다.

맹이 : 500이요? 너무 비싼데요? 아니 무슨 짐이 그렇게 많아서 이사비가 그렇게 많이 들어가요? 집이라도 좀 보여주세요.

점유자 할저씨 : 그건 내가 알바가 아니고. 아직 애기라서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것 같은데 법원가서 직원들한테 물어보고 다시 와. 나는 500안주면 나갈생각이 없어.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어떻게 할까 고민 끝에 내가 생각한 방법은 이러했다.

‘돈을 떠나서 정말 60대 아들과 80대 노모가 같이 거주하고 있다면 이건 정말 큰일이다. 인근에 깨끗하고 둘이 살만한 원룸이라면 100-30정도면 구할수 있으니. 넉넉하게 200-30만원짜리를 내가 구해서 200만원 보증금을 내가 대신 내주고 이사비로 50만원정도 지불하자.’

그래도 사실관계는 확인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빌라가 단지형빌라라서 아파트처럼 입구에 경비실이 있었다.

능청스럽게 나이드신 어른들과 어울릴수 있는 캐릭터로 영화 분노의 윤리학에 조진웅이 연기한 케릭터가 제격이라서 거울보고 말투와 표정, 제스처등을 연습을 해둔 상태였다.

근처 슈퍼에 들러서 막걸리 2병과 두부, 김치를 사서 촌스러운 검정색 비닐봉투에 담아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집앞 마실나온 사람처럼 경비실 안으로 들어갔다. 경비할아버지는 연세가 70대였다.

맹이 : 아이고.. 어르신.. 이 추운날씨에 재미도 없게 뭐하고 계세요. ㅎㅎㅎ

조치할아버지 : 엉. 누구더라???

맹이 : 아이고.. 저기 저.. 앞집이요. 제가 좀 물어볼게 있어가지고.. 그게.. ㅎㅎㅎ 막걸리한잔 하실례여? 제가 두부랑 좀 사왔는데.

조치할아버지 : 응. 그래. 조치..

사실 그 집이 유명하단다. 그집 할머니가 치매가 있으신데. 동네에 선풍기나 밥솥같은거 폐기물들을 리어카로 실어다가 집안에다가 잔득 가져다놓는걸로도 유명하셨다고 한다. 살고있는 분은 집주인이 아니라 집주인 친형이란다.

작년에 할머니가 쓰러지고 119오고 그랬던것도 사실인데 앞쪽에 아파트에 딸이 사는데 친오빠들한테 맡겼더니 집안은 난장판이고 이런 환경에서 노인분을 둘수가 없었던지.

딸이 작년에 할머니가 쓰러지고나서 아파트로 모시고 갔다는것이다. 즉 할머니는 없다는것이다. 그리고 집안에는 쓰레기들이 가득할것이라는 것을 유추할수 있었다.

그 뒤로도 몇번 더 방문하여 이웃들에게 새로 집주인될 사람이라고 경매로 받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탐정처럼 이웃 몇명에게 물어보니 결론은 정말 할머니는 딸이 데리고 갔다는것이다.

방문할때마다 조치할아버지에게는 막거리를 조공으로 사다드렸다. 대화 내용은 항상 같았다.

맹이 : 아이고 어르신. 혼자서 뭐하세요. 한잔하셔야죠?

조치할아버지 : 응 그래. 조치.

점유자 할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제가 이사비대해서 상의드릴것도 있고 마음을 정했으니 한번 더 만나서 대화를 마무리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집상태도 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말로 약속을 잡아 또 인근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역시나 눈빛이나 말투 심지어 앉아있는 모양세까지 아주 나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점유자 할저씨 : 그래서 많이 알아봤어? 세상이 만만한게 아니지?

맹이 :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노인 두분을 내보내고 한다는게 마음에 너무 걸리고 죄를 짓는 기분이라. 제 아버지보다도 연세가 많으신데 그리고 노모까지 계시다면서요? 제가 마음이 좋지 않아서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결론내린게 있습니다.

맹이 :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인근에 깨끗하고 넓은 원룸으로 두분이서 사시기에 나쁘지 않은 곳으로 200-30 짜리를 구해놨으니. 제가 하신다고하면 바로 계약서쓰고 보증금 200만원 대신 걸어드리겠습니다. 이사비는 사실 50만원정도 될거같은데 이사비도 따로 50만원 드리고요.

점유자 할저씨 :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아직 애기인데 좀 더 알아봐야겠는데?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네. 내가 지금 입장이 아침마다 80넘으신 노모를 치매학원에 데려다드리고 나는 한숨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치매학원에서 다시 노모 데리고 오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밤새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 이 동네를 떠나면 치매학원은 어떻게하고 나도 알바라도 해야 먹고사잖아? 500만원 안주면 나는 못나가.

(그렇다. 집을 안보여주는 이유는 집안에 들어가면 노모도 없을것이고 혼자사는게 들키기 때문일것이다.)

맹이 : (할저씨를 무섭게 노려보며 침묵이 한참을 흘렀다)

맹이 : (한숨을 깊게 한번 내 뱉으며) 저희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으신데. 부끄럽지 않으세요??

점유자 할저씨 : …………………

맹이 : 노모는 이 앞에 ㅇㅇ아파트에 따님분이 작년에 데리고 가셨다던데… 자식뻘되는 사람한테 부끄럽지 않으세요? 아니 무슨 몇억짜리 집도아니고 이사비를 500만원을 달라고 해요? 본인이 경매대해서 잘 아시면 오히려 아실텐데요. 강제집행 이야기 먼저 꺼내셨죠? 이 집 강제집행하는데 200만원도 안 들어가요. 그거 집행하면 그 비용도 나중에 토해내셔야 되요. 그리고 본인집도 아니시고 친동생 집이라면서요??

맹이 : 아니.. 그런거 떠나서.. 저는 미친사람처럼 이곳저곳 노모분하고 두분이서 사실수 있을만한 집이라도 구해준다고 일도 못하고 돌아다녔는데……… 어떻게 그렇게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세요???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라고 이야기하고 쎄게 노려보았다)

>>> 사실 경비할아버지한테 노모분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라서, 원룸알아본다고 굳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ㅋㅋ

점유자 할저씨 : ……………………..

맹이 : 이제는 돈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감정문제입니다. 그냥 강제집행하고 청구하는걸로 하겠습니다. 아니 본인집도 아니면서 이러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한참 침묵이 흘렀다)

맹이 : ………………………………… 사과하세요. 일단 저한테 사과하세요.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점유자 할저씨 : …….. 미안하네.. 나이먹고 나도 입장이 좋지 못하니.. 이렇게 추해지게 되네… 젊은 사람이 이해해주게..

맹이 : ………… 원룸 구해서 보증금 드리는건 필요없을거 같고 일단 집부터 보여주세요. 어차피 노모분께서 안 계신거 알고 있으니까 보여주시죠.

정말 집안에 선풍기며 밥솥이며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내가 제시한 조건은 아래와 같았다.

1. 이사비는 100만원으로 한다. 대신 이 안에 있는 잡동사니들 전부 처분해라. 대부분 재활용품이니 비용 크게 들지 않을것 같다. 미리 30만원을 드리겠다. 나머지 70만원은 다음주에 지급하겠다.

2. 원룸에 가시던 고시원에 가시던 알아서 해라. 다음주까지 주말까지 비워달라.

3. 그리고 전입은 바로 빼셔라.

3가지 조건중에 하나라도 여길시에는 그냥 강제집행하겠다. 이제부터는 감정문제다. 본인이 잘못하신거다. 동의하시면 지금 이 자리에서 각서에 싸인하시면 30만원 보내드리겠다.

라고 이야기하고 명도이행각서를 작성해서 그 자리에서 싸인까지 받았다.

그렇게 나를 애기라며 애칭으로 불러주시던 할저씨는 내가 요구한대로 다음주에 이사를 나가고 요구한대로 전입도 빼주셨다. 그리고 집앞에 쌓여있던 잡동사니와 짐들도 깨끗히 청소해놓았다.

마지막으로 집을 인도받고 70만원을 지급하고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한 도어록으로 도어록을 교체해버렸다.

할저씨는 마지막에 나지막하게 이렇게 인사를 하셨다.

점유자 할저씨 : 미안해.. 총각…

그렇게 잔금납부기일을 15일정도남긴 시점에서 빠르게 집을 인도 받았다. 승리의 기쁨에 취해서 조치할아버지와 승리의 막걸리를 한잔 마셨다.

맹이 : 아이고.. 어르신 한잔 하셔야져??

조치할아버지 : 뭐여? 또 사왔어? 조치..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아직 잔금도 안 치르고 소유권이전도 안 받았는데 아직 내가 집주인이 아닌거잖아???????????

사실 내가 이렇게 한 이유가 있었다. 점유자 할저씨가 은행근저당보다 먼저 전입해있던 선순위였다.

집주인과 이름이 비슷해서 가족관계라는것은 예상할수 있었으나 잔금대출받는데 문제가 있을수 있기때문에 이런 경우에 점유자가 전입을 잔금납부전에 빼고 또한 점유자가 퇴실하고 내가 미리 점유해버리면 문제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익율도 안좋은 위험한물건을 무슨 깡다구로 받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삼류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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