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이래서 겨울엔 낙찰 받으면 안되는 건가요? 비수기는 무시하면 안 되는 건가 봅니다.

최근 낙찰받은 저렴이 아파트를 차근차근 절차대로 진행중입니다.

아파트는 이렇습니다.

17층 탑층의 가장자리 끝 라인 33평. 이상한 권리관계(개인 근저당 설정, 근저당 설정한 사람이 임차인 중 1명). 전입 2명 (둘 다 후순위 임차인인데 그 중 한명은 위에 언급한 근저당 설정자)

‘그래 뭐 후순위는 말소니까…인수 사항 없고! 배운대로 안되면 명도소송까지 한번 밟아보지 뭐!”

1차 내용증명 발송!!! 그랬더니 임차인 중 1명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

“아 네 xx인데요, 전화달라고 하셨다고…. ”

“아 네 안녕하세요. 낙찰자인데 집 공매 중인거 알고 계시나요??”

” 아 네 그건 우리 사위랑 얘기하세요~”

옳거니…예상대로 임차인 두명은 장모와 사위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근저당을 설정하신 집에 왜 들어가서 살고 계신 건가요?”

“아 그건 집주인이랑 내가 아는 사람인데….아 그런게 있어요!!!”

그런게 뭐지? 집주인이랑 혹시 이혼한 부부? 아니면 내연관계?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습니다. 이후 사위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전화를 했습니다. 공매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친구가 법무팀에서 일해서 이쪽에 대해 자기도 알고 있다는 듯이 얘기했습니다.

저도 경험이 짧지만 여기서부터는 주도권 싸움이라는 직감이 왔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다고 떠드는 사람치고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이 없습니다. 상대방이 쓰는 어휘의 구사정도를 보고 본인이 판단하면 됩니다.

“후순위 임차인인거는 아시죠?? 대항력이 없으시던데, 이 내용도 아시나요??”

“아 네, 대항력 없는건 알아요. 그런데 배당요구 했습니다.”

“배당이 아니라 배분입니다!!”

** 공매는 경매와 기본 용어체계가 다릅니다. 이건 아주아주 중요합니다! 상대방과의 명도협상이나 상황주도를 아주 간단하게 내것으로 옮겨올 수 있습니다. 유관기관과 중요정보를 얻을 때도 마찬가지, 공매담당자에게 배당이라고 물어봤다간 오히려 하수 취급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후 배분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이제 당근을 줬으니 본격적 명도 협상에 돌입합니다.

“이사는 언제 가실 예정인가요??”

** 이사 계획이 있나요?라고 묻는 것보다 훨씬 공격적입니다. 이미 당근을 줘서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이기에 조금 더 공격적인 어휘를 선택했습니다.

“아 네, 조만간 갈 계획입니다!!!”

상대방이 긴 설명을 하지 않고 뭔가 숨기려는 것이 보였지만 신경쓸 건 아닙니다. 이사를 간다고 했고 대화 내용으로 봐서는 한번쯤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좋아!!!!

명도소송까지 생각한것 치고는 정말 최상의 상황이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잔금납부와 동시에 매도되는 행복한 상상을 살~짝 했죠.

그로부터 1주일뒤….

갑자기 불안해집니다. 이사일정 잡히면 연락준다고 했으나, 그 어떤 연락도 없습니다. 살포시 문자 한통을 넣어봤습니다.

“이사 업체는 정하셨나요?? 명도확인서에 대한 얘기도 해야 하는데 집근처에서 잠시 뵐 수 있을까요?”

집 상태가 너무 걱정되어 이사비를 조건으로 상태를 보는게 마음이 편할 갓 같았습니다.

“아 그건 곤란합니다. 그런데 이사업체 알아보니 너무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고민중입니다.”

** 천성적으로 돈얘기를…처음보는…그것도 자기집을 공매로 받은사람에게 먼저 꺼내기란 쉽지 않겠죠.

“네 저희도 집상태만 깨끗하고 2주내로 이사하시면 소정의 답례금을 드릴 생각이 있지만,,,집 상태를 못 본 상태에서는 협의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족도 있고 집에서 만나는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임차인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줄 수 있냐고 물었고 임차인이 승낙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사흘…. 이거 참 감감무소식인데…

쎄~하다 싶어 문자를 다시 넣었습니다!!!

“네, 주말이나 그 전에 이사 가려고요, 이사비 얼마 주실 수 있나요?”

윙??? 정말?? 진짜?? 그럼 빨리 말을 해줘야지~ 괜히 걱정했잖아^^

그런데 사진은 보실 필요가 없고(다음주에 할거니까) 이사 당일 만나자고 합니다.

아직 잔금 납부도 안했으니까 한 50만원 이사비 드리고 끝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사날 만난 집 상태는…….

전등이 두개 깨져 있고, 도어락을 떼어갔는데 구멍을 슝슝 뚫어놓고 나는 모른다 하고, 가장 심각한건 곰팡이와 결로… 베란다 상태였습니다.









처음엔 살짝 멘붕이 왔지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수리 구상에 들어갑니다. 임차인에겐 40만원과 명도확인서 및 인감증명을 주고 나름 웃으면서 헤어졌습니다. 그래도 잔금 납부 전에 명도했으니 성공이라고 자축했습니다. ^^;

임차인을 내보내고 혼자 잠시 멍때리다가 집안 곳곳을 살펴봤습니다. 33평형, 드레스룸도 있고 강화마루가 거실에 깔려있는건 플러스 요인입니다. 흥선대원군묘가 보이는 적당한 산뷰,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실이 있었습니다.

30평 이상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용어자체도 생소했습니다.

“와 이런게 있네? 느낌있다.”

입구를 열면 전실이 나오고 문을 지나 현관으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전실엔 동양화 한폭이 걸려있었습니다.

저기 우상단에 저 빨간 동그라미가 보이시나요???

저 빨간 동그라미에 ‘인 도 명 령 불 가’ 바로 그 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집 상태가 곰팡이와 장판 등 멘붕이라서 그 흥분 상태를 간신히 가라앉혔더니 또다시 멘붕상태로 바닥에 앉아서 멍하니 있었습니다.

매도고 뭐고 잔금을 미납해야 하는건가… 이런 벌집을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에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난다고 했던가요? 서둘러 전화기를 찾았습니다.

“거기 119죠!!”

신고전화를 받고 투철한 소방관님들 무려 3분이나 출동을 해서 단 5분 만에 상황을 정리해주시고 가셨습니다.



인테리어 비포 애프터를 보며 나중에 나도 멋진 인테리어기를 올려야지라고 다짐하고 벌집 비포 애프터를 올리게 될 줄이야…

그렇게 벌집 철거소송 없이 진짜 명도가 끝났답니다~^^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
2017년 11월 게재된 ‘천연비행장’님의
‘임차인 명도 뒤에 또 다른 누군가가 내 집을 점유하고 있었다’를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