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간정도 규모 도시에 토지만 매각 물건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물건이 경매에 나왔다면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있습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건물을 제외한 토지를 매입할 사람에게는 성립하지 않는게 낫고, 건물만 매입할 사람에게는 성립하는게 낫겠지요.

하지만 이게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이 물건 같은 경우에는…

이 토지 위 건물은 그리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토지를 낙찰받아 건물 주인에게 매도하기는 곤란해 보였습니다.

위치는 좋았어요. 그럼 어찌해야 할까요. 간단한 일입니다. 건물을 밀어버리면 됩니다.

과연 이 물건의 법정지상권은 성립할까요?

2018년에 저당권 설정이 되었습니다. 저당권 설정 이후에 건물이 지어졌다면 그 건물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건물이 언제 지어졌는지가 관건이겠군요.

건물을 볼까요.

일부만 보여드리죠. 아무리 봐도 2018년 이후에 지어졌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그렇다면 저당권 설정 이후 건축을 판단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른 판단기준을 도입해야겠지요.

등기부를 다시 뒤적거려 봅시다. 거래 내역이 있습니다.

우리는 토지와 미등기건물을 함께 매입한 후 토지가 경매로 넘어가면 미등기건물에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보자면 이 물건에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지요. 건물이 미등기였으니까요.

중요한 것도 눈에 보입니다. 거래가액입니다.

이걸 본다면 이게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지요. 감정가와 거래가의 차이가 심합니다. 이것은 2018년에 토지만 거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아니겠습니까. 토지거래가액에 미등기건물의 가격까지 포함됐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보면 제시외 감안토지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감정가가 최저가보다 매우 비쌉니다. 지료나 부당이득금을 엄청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건물을 밀어버리고 감정가에 팔아버릴 수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계산은 끝났다는것 아니겠습니까.

덧붙여, 채무자의 주소를 봤어요. 이곳이 아니더군요. 대도시 모처에 주소를 두고 있습니다. 주소를 통해 채무자가 어떤 상태인지 점을 쳐봤어요.

결론이 나옵니다. 이곳은 그에게 특히 중요하지 않네요. 이리봐도 저리봐도 쓸만합니다.

이 물건을 열정적인 경매 팬이지만 정작 수익은 남겨본 적 없는 분께 추천 드렸습니다. 세명이나 입찰해 결국 낙찰받았습니다.

낙찰 받고 잔금을 치룬 후 간보기용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나는 낙찰자다. 내 토지위에 건물을 치우고 치울 때까지 매월 얼마를 달라’

매월 50만원을 주장했습니다. 애초 감정가가 오천이 넘는다는 이유에서죠. 시세는 더 할지도 모르고요.

답장이 옵니다. 돈이 없답니다. 뻔한 경우죠.
필승 소장을 등장시켰습니다. 정해진 틀이 있어서 주소 등 몇가지만 바꾸면 만능인 소장에 부당이득금 월 오십만원을 적었습니다.

기일이 잡히고 피고 등장. 피고들의 주장은 대부분 꾸준합니다.

‘돈없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훌륭한 대응이겠죠. 돈 없다는 사람을 두고 무얼 하겠어요. 변론 마지막에 피고와의 조정을 원한다는 말을 합니다.

조정 기일이 잡히고… 조정위원은 원고와 피고 번갈아 입장시켜가며 설득합니다.

주된 이야기는 건물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지요. 피고는 돈이 없어 토지를 되살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이런 경우 대략 두 가지 대책이 있습니다.

하나는 건물 부수기. 그게 싫다면 원고가 건물 사오기.

부수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이므로 건물 사오기부터 시도합니다. 이 상황을 눈치챈 조정위원이 기름칠 가득한 혀로 열심히 피고를 설득합니다.

피고는 묵묵부답. 움직이지 않기가 산과 같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원고. 부당이득을 강조합니다.

‘그동안 쌓인게 천문학적 숫자!’

피고의 눈빛은 바람 앞의 등불 같습니다.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죠. 결국 원고는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건물을 넘겨주게 된 것입니다. 얼마에? 50만원입니다.

왜 이런 조정이 있게 되었을까요?

피고는 이미 토지도 날리고 돈도 없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부당이득금이이 날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날아올 예정입니다. 하지만 피고에게 토지 없는 이 건물은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빨리 피해야 건강하고 건전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로써 방을 맞은 피고는 새 삶을 살게 되었고, 원고는 건물을 때 빼고 광내서 토지와 함께 시내 부동산에 내놓았지요. 저렴하게 놨어요. 일억에.

입질이 왔을까요? 물론입니다. 요즘 일억이면 웬만한 아파트 화장실도 못사는 가격인데 전망 좋은 언덕집이 단독 일억이라니 그 누가 마다하겠냐고요.

여기서 우리는 상대의 상태 파악이 해법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태파악이 어려울까요? 글쎄요. 답은 이미 물건명세서에 다 나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기까지 오는 절차가 어려웠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해진 순서대로 따라만 왔을 뿐이었죠. 따라갔더니 돈이 생기게 되었어요.

고수가 특별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결국 남기는 사람이 고수 아니겠어요?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에
2020년 10월 게재된 ‘고향호랭이’님의
‘남기는 사람이 고수’를 재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