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길동우동은 들어봤어도 둔촌동은 잘…’
이러면서 10일 올림픽파크포레온 무순위 청약은 눈여겨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사실 뭐…라기엔 이곳에 오래된 옛 직장 선배의 집이 있어 금요일에 놀다가 몇 번 자고 수원까지 험난한 귀갓길을 오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 근데 여기가 이렇게 천지개벽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엄마한테 이야기할걸 그랬네요^^
엄마한테 혼날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지금까지 몰랐던 둔촌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둔촌동의유래와 악수 말고 약수(?)
때는 바야흐로 옛날 옛적 고려 공민왕 시기에 ‘이집’이라는 문신이 살고 있었어요.
하루는 동향 사람인 채판서가 돈을 믿고 불의를 자행하는 것을 본 이집은 그를 꾸짖으며 덩달아 당시 최고 권력자인 신돈의 잘못까지 언급했는데, 그만 채판서가 신돈에게 이를 고자질해버렸네?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을 데리고 도피길에 오른 이집은 개경에서 한성을 거쳐 경북 영천까지 내려가 3년을 숨어지내다 신돈이 죽은 후 다시 개경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이후 지난날을 생각하며 그는 이름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호도 바꿨는데, 그 호가 숨을 둔(遁) 마을 촌(村) 둔촌이었답니다. 그리고 그가 잠시 머문 한성의 동네는 그의 호를 따 동네 이름을 둔촌동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네요.
둔굴 모습(사진=성남학연구소)
(둔촌동의 뒷산인 일자산에 가면 당시 숨어있었다고 알려진 둔굴과 시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어요.
둔촌동 하면 9호선 종착역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병원이 이곳에 자리잡은 이유가 따로 있답니다.
1930년대 마을 주민이 둔촌동에서 약수를 찾아서 수질조사를 의뢰했는데 아니 탄산과 철분이 다량 함유되었다는 결과가 나온 거예요. 단맛 없는 사이다가 약수로 펑펑 나오는데…
1983년 경향신문 기사
그럼 설탕만 넣으면 되니 당연하게도 사이다 공장이 들어서고, 약수가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효약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았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굶주림과 속병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이 주변에 요양촌을 형성했고, 현재 보훈부인 원호처에서 전쟁유공자들을 위한 병원 장소로 요양촌인 이곳을 선택한 것입니다.
아! 약수는…1980년대 도시개발과정에서 오염되어 사라졌고, 그 자리는 지금의 둔촌고등학교 안에 비석을 세워두었다고 하네요.
둔촌주공과 올림픽파크포레온
사진=서울기록원
강동구는 1970년대 강남의 베드타운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강남 중심부→외곽으로 도시가 퍼져나간 것과 같이, 잠실주공에 이어 둔촌주공이 1980년 완공돼 입주를 마쳤습니다.
무려 143개동 5,930세대. 인근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를 찾아보면 6600세대의 가락시영아파트, 5040세대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모두 5000세대가 넘는 매머드 단지입니다.
강남권 대부분의 주공아파트가 서민밀집형 주거구역으로 설계됐지만, 둔촌주공은 중·대형평수도 포함되었다는 점이 조금 달랐죠.
물론 둔촌동이 ‘강남권’에 속하지 않았기에, 2000년대 대치·도곡·반포·잠실, 2010년대 반포·개포 등 재건축으로 들썩였던 곳들과 달리 세간의 입에 크게 오르내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2008년 서울경제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베드타운의 형태를 띠고 있다. 둔촌주공 5,930가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300가구 안팎의 나홀로 단지로 구성돼 있어 아파트 가격 상승폭도 더딘 편이다.
쾌적한 주거 여건과 편의시설은 장점으로 꼽힌다. 올림픽공원 및 일자산과 풍납토성, 몽촌토성, 둔촌동 자연습지 등 녹지공간이 풍부하며 서울보훈병원ㆍ강동성심병원ㆍ서울아산병원ㆍ강동구청ㆍ강동경찰서 등의 편의시설이 위치해 있다.
일부에서는 강동구를 ‘강남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라 평가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강남과 비교하기에는 전반적인 주거 여건이 뒤진다는 뜻과 함께 개발호재가 뒷받침 되면 언젠가 당당하게 강남권에 진입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어떤가요. 제가 보기엔 아주 정확한 분석이라고 생각하는데…(그리고 그 예언(?)이 실현됐다 봐도 과언이 아니죠)
재건축 과정은 오늘의 목적이 아니니 ‘재건축 특집’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올림픽파크포레온 점등식
2022년 12월. 공사시간이 지연돼 입주권이 매물로 풀리고, 공사지연 문제가 계속 이슈화되고, 고분양가 논란에, 부동산 시장도 하락장으로 돌아서면서 청약 결과 일반물량 4768채 중 1400여채가 미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3월 말, 무순위 청약을 거쳐 모든 세대 분양에 성공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시세가 급등하기 시작했죠. 아래 회원분의 줍줍 경험담을 읽어보시면 생생한 현장 분위기와 현재 상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노마골드 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 (구. 둔촌주공아파트)를 지난달 등기치고 입주했습니다.
당시에 구독스터디 14기를 듣고, 첫 기수 만…
cafe.naver.com
결과적으로 지난해 11월 입주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2,032세대로 대한민국에서 단일 아파트로는 가장 큰 단지가 되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단지가 너무 커도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하시지만 정작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나 잠실 엘리트, 올림픽선수기자촌, 수원 한일타운에 사는 분들 이야기는 많이 다릅니다. 주변 학군·상권·시세 주도권을 모두 가장 큰 아파트단지가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서울 강북구에 살고 있는 무주택자 친구에게 최근 모집공고문을 보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어볼 것 없어. 무조건 넣어. 너 매주 그렇게 로또 사는 것보다 훱배 나으니까.”
아래 베니아님의 보다 자세한 분석영상을 꼭 확인하시고, 행크에서 당첨자가 나오길 기도하겠습니다.
(친구에게 물어보지 말고 넣으랬는데, 물어보라고 하면서 영상 보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