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집은 정말 사연도 많고 명도도 힘들었던 집이에요. 가장 비극적인 것은 긴가민가해서 쓸까말까 하다가 낮게 입찰했는데 덜컥 낙찰되어버린 물건이라는 점, 차순위가 임차인이라는 점…

편지도 붙이고, 안내문도 붙이고 해본 끝에 한참 뒤에야 온 연락.

“안녕하세요 @@아파트 대리인입니다.”

아…또 대리인. 이번 대리인은 남달랐습니다. 무려 법무사였어요. 아는 사람이 더하다더니…

“사람 사는 집에 이런 걸 붙이면 어떡합니까? 긴말 안하고, 이사비 300만원을 주지 않으면 형사건으로 고소하겠습니다.”

이 법무사는 임차인의 친한 형이고 판교에서 법무사를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잘못한게 없기도 하고, 든든한 행크 명도방이 있었기에 당당하게 맞섰습니다. 절차대로 하면 되는 거잖아요?

법무사가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져 제가 협상 종료를 선언하고 잠수를 타버렸습니다.

임차인은 사기를 당한 케이스였습니다. 지인이 경매에 넘어간 집을 월세로 들어오라고 권유한뒤 2000/50에 계약하고 보증금을 3000을 챙겨갔답니다. 소액임차인 보증금 1700만원을 배당 받기만 큰 손실을 본거죠.

그리고 법무사 대리인이 300을 받아와 주겠다며 호언장담을 해서 믿었는데, 임차인도 시간이 지나자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그만하라고 크게 싸웠답니다.

이런 사연들 잘 들어드리고, 만나서 이야기를 잘 들어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사기일 맞춰드린 뒤 위로금 50만원을 드리기로 합의했습니다.

막상 본인을 대해보니 돈에 욕심이 없고, 50만원조차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집을 어제 매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금 다 제하면 순수익으로 천띠기 한것 같아요. 첫 낙찰이고, 살면서 처음 해보는 부동산 계약이라 긴장돼 혼났어요!!

25년 된 구축인데도 운 좋게 어느 정도 수리가 되어 있는 상태여서 손 안대고 매도를 내놨습니다.

수리를 해야하는 상태였다면 크게 수익을 못 냈을 물건입니다. 충분한 조사 없이 무모하게 입찰한 물건인 것 같아 지금도 반성합니다.

낙찰받기 전엔 사랑에 속고, 낙찰받은 뒤엔 진짜 얼굴에 울고. 다시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1. 그냥 상가인줄 알았던 상업지구가 라스베가스급 게임랜드였다…

원래 좋지 않은 동네인 것은 알았습니다. 공단 월세 수요가 많아 시세가 높게 형성되어 있어 월세 세팅용으로 투자했거든요.

그런데 낙찰 후 처음으로 밤에 가본 바로 옆 상업지구. LA 저리가라는 유흥거리가 펼쳐지고 멘붕이 오고 말았습니다.



2. 고속도로에서만 봤던 거대한 송전탑의 행렬

분명 임장도 갔는데 왜 이걸 못 봤던 건지 미스터리입니다.

그저 낙찰을 받고싶다는 욕심에 객관적으로 물건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많이 반성합니다!

3. 정부 정책 변화

저는 올해 법인으로 주택 2개를 매수한 상황입니다.

그러던 중 다주택 법인세 인상 정책 기사를 접하면서 불안해졌습니다. 규제지역에 두채를 가진 터라 자칫하면 세금 때문에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도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집이 팔릴까?

수리가 된 상태지만 위치로 보나 대출로 보나 심지어 저층이기까지 했습니다. 매도가 될까?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다행히 짧은 시간 안에 시세가 많이 올라주긴 했지만, 오른 가격에 매도가 될지가 문제였습니다.
매도 전략 : 신뢰!!!!

저의 매도 전략은 신뢰였습니다. 비선호 매물이므로 무엇보다 뛰어난 영업능력의 중개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명도 중 네이버 부동산에서 매물이 많은 순으로 10곳 정도 전화를 돌렸고, 비선호 매물임에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려고 한 사장님께 과감하게 단독으로 매물을 드렸습니다.

여러 부동산에 내놓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단독으로 내놓을수록 더 빨리 계약체결을 위해 노력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달 가까이 매수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이 집 경매 나오기 전 채무자도 매도를 오래 시도했고, 그래서 조금조금 수리도 했답니다. 그래도 매도되지 않아 결국 경매로 나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저는 과감하게 제가 생각하는 최저가를 지정하고, 그 이상은 사장님 수익으로 챙겨드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던 중 생각지 못한 규제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으니…

“신축 빌라·아파트 70~80%는 중국인이 사요. 월세 사느니 대출 받아 집을 사는 거죠””중국에서 자금을 끌어와서 아파트를 사는 중국인도 있어요”경기 안산시 단원구와 부천시 소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얘기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주택 및 상업용 오피스텔, 빌딩 포함) 거래량은 2090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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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공단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의 패닉바잉 현상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고, 역시 외국인 매수자에 의해 좋은 가격에 매도했습니다!!!

복비를 더 챙겨드리기로 했지만, 사장님은 마지막에 조금 매도가격을 올리고 그 차액 역시 같이 반 나눠 갖자면서 제 수익을 더 챙겨주셨습니다.

제가 어리고 첫 투자라 매사 겁에 질려있는 모습이 안쓰럽고 기특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장님도 여자분이시기도 하고 저보다 어린 나이에 부동산업에 뛰어든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을 쓰셨던 것 같고, 제가 사장님께 신뢰를 드렸던 것이 큰 복이 되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제가 잘한 것인지, 더 나은 방법이 있었던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엔 부족합니다. 결과적으로 천만원이란 최종수익이 남는데 만족합니다.

그러나 물건에 대해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무모하게 접근했고, ‘행운’이 없었다면 영락없이 손해를 보았을 물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수리가 전혀 안된 집이었다면?
시세가 3개월 만에 급등하지 않았다면?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ㅎㅎ

미래가치를 보는 투자보다는 현재만 놓고 봐도 수익을 얻는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좀 더 객관적이고 꼼꼼한 사전분석 후 입찰을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
2020년 8월 게재된 ‘다울’님의
‘첫낙찰부터 매도까지 한싸이클 ! 깨달은 나름의 팁들’을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