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밖에서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지역이 딱 한곳 있습니다.

직업군인 시절만 해도 ‘여름 한 달’ 바짝 북적하고 고요한 동네였던 속초입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동기들과 처음 시외버스를 타고 고성(간성)으로 가던 길, 인제를 지나며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하고 깔깔거렸는데 진짜 원통이 나오고 이후 한시간을 넘게 달리는 버스에서 모두가 말없이 굳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 그땐 그랬다고요.

속초 부동산에 관심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세요 [여기어때?]
미시령터널을 지나면 내려다보이는 속초시 전경

알아두면 자랑하는 속초 이야기
조선왕조실록 영조편을 보면 속초리 주민은 남자 90명, 여자 180명에 불과했습니다. 읍으로 승격한 것이 1942년이니, 그냥 작은 어촌마을 아니었을까요.

한국전쟁을 겪으며 속초는 초토화되었습니다. 영동지역 전투는 위로 간성(고성군) 아래로 강릉까지 오르내리며 치열하게 전개됐기에 당연했습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메웠습니다. 갯배로 유명한 아바이마을이 그 자리입니다.


아바이마을 갯배 예전, 최근 모습

1960년대에는 속초 사람 5만여 명 중 70%가 함경도나 남부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명태잡이로 유명했던 그때 어부만 1만4500명에 달했다는 기록을 보면 대부분 어업에 종사했던 것 같습니다.

1990년대 “새로운 주택이 필요하다”
속초는 속초항을 중심으로 반원 형태로 도시를 확장해왔습니다.

전후 피난민들이 만든 주택들이 노후되자 새로운 주거지역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지목된 곳이 신석기 유적지로 교과서에 나와 있는 조양동이었습니다.

속초시는 청초호 남쪽 조양동을 주택지구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60년대 해일로 인해 해안가 거주자들이 큰 수해 피해를 입었기에 되도록 빨리 실행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청동기 유적지를 제외한 넓은 논밭을 구획으로 나눠 서민주택들을 지었습니다.



최근 조양동 재해주택 모습

주거지는 점차 확장되어 90년대 조양동은 임대주택 형식으로 부영 5단지, 6단지, 9단지가 들어섰고, 1996년 3단지(분양아파트)가 준공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조양동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됐고, 2000년대에도 아파트를 계속 지으면서 속초는 7번국도인 동해대로(가운데 노란색 길)와 로데오거리를 경계로 생활권이 남북으로 나뉘었습니다.


청초호에서 본 조양동 최근 모습

속초 남북국시대
속초의 생활권을 남북으로 나눈 결정적 이벤트는 1999년 강원 국제 관광 엑스포였습니다.

엑스포장으로 선정된 청초호 일대(청초호유원지)에는 각종 인프라가 집중됐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 이마트, 영화관, 먹거리촌이 다 조양동(인근)에 있었던 만큼 이후 남북의 거주환경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특히 청호동과 아바이마을을 있는 설악대교가 2003년, 아바이마을과 금호동을 잇는 금강대교가 2012년 개통하기 전에는 속초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려면 시내를 빙~돌아야만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으면 서로 오갈 일이 없었죠.


7번국도(핑크색)와 설악대교, 금강대교 위치

설악대교와 갯배

미시령터널과 양양고속도로
관광1번지 속초를 만든 4할은 미시령터널, 4할은 서울양양고속도로, 2할은 이라고 생각합니다.

2006년 개통한 미시령터널은 강원도 여행의 센세이션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무서운 미시령 옛길로 오지 않아도, 영동고속도로 타고 강릉에서 올라오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속초를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 국도로 오다 보면 터널 지나 거~대한 울산바위를 보며 와~ 하잖아요. 그 터널입니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은 속초를 한걸음 더 수도권과 가까워지게 만들었습니다. 자차로 서울에서 속초를 2시간대에 갈 수 있게 되면서, 속초는 강릉만큼이나 핫한 관광지로 급부상했습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이 강원도 관광지 인기순위 1등으로 올라서고, 동명항 난전 산오징어 값이 5마리 만원에서 1마리 만원으로 오르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부대에서 주문하면 오토바이에 한가득 닭강정을 쌓고 배달 오던 아저씨가 서민갑부에 나오고, 옆집은 닭강정 반도체공장이 되고, 소소한 물회집들이 거대한 건물을 올리고, 다른 중대게 있던 자리에는 대기업 리조트까지 들어섰습니다.


롯데리조트. 여기가 군부대였…흠…^^

KTX와 조정지역, 그리고 관광
그 무렵 속초에도 KTX 역이 신설된다는 이야기가 등장했습니다. 이 소식에 투자수요가 갑자기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1군 건설사들까지 몰려 조양동에 아이파크, 자이, 스위첸 등의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바닷가 빈 땅에는 우후죽순 생활형숙박시설(생숙)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모델하우스를 서울에 오픈하고 언론을 통한 홍보에도 적극적이었기에 속초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확정수익률’을 믿고 분양받는 경우가 상당했습니다.

부동산 급등기 관심이 높았던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이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금리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주택 시장이 빠르게 식은 탓입니다. 수익형 부동산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마지막에 오르고 가장 먼저 떨어진다는
n.news.naver.com

부동산 규제가 심해지면서 수도권 외 비조정지역이라는 이점도 속초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당시만 해도 1억 언저리인 구축 아파트가 상당했거든요.

관광특수와 세컨하우스 열풍, 에어비앤비&단기임대, KTX호재, 분위기 형성 등의 조건이 맞물리면서 속초 부동산시장은 웬만한 수도권 못지않게 부풀었습니다.

오늘의 속초
오늘(9일) 아래와 같은 제목의 기사가 등장했습니다.


속초 부동산, ‘세컨하우스 열풍’ 끝나자 침체 장기화…미분양·집값 하락 ‘이중고’ 외지인 투자 수요에 과도하게 기대온 시장…비정상적 상승세의 자연스러운 조정 ‘오션뷰’ ‘세컨하우스’ 등 프리미엄 이미지가 약화…시장
n.news.naver.com

지난 상승장에 외지인 투자들이 밀려들어와 시세를 높여놨는데, 인구는 줄어들고 하락장에 접어드니 매물은 늘고 미분양은 쌓인다는 내용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맞는 이야기지만, 직접 거주했던 입장에서는 살을 붙여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오션뷰와 아닌 곳의 차이입니다.

기사에는 힐스테이트 속초 센트럴을 예로 들어 2022년 1월 84㎡최고가 8억1500만원에 거래되었으나 최근 4~5억 중반에 거래된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오션뷰 아파트의 경우 전면, 측면, 양창, 100%오션뷰, 살짝 걸치는 뷰, 10층과 20층의 차이 등 상당히 세부적인 기준으로 가격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세컨하우스로 오션뷰를 선점했다면 시세가 오르든 내리든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상당히 드뭅니다.

래미안원베일리 84㎡가 한강이 보이는지 여부에 따라 20억원이나 차이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힐스테이트 속초 센트럴을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3월 실거래를 보면 101동 84㎡A형 16층이 5억6000만원, 84㎡B형 27층이 4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동에 B형이 더 높은 층인데 가격차가 20%이상 벌어진 이유는 평면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01동 A형(①)은 전면 오션뷰, B형(②또는③)은 양창 또는 일부 오션뷰입니다.

이는 네이버 매물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완벽한 뷰를 보유한 세대의 호가는 8억원이 넘고, 최저호가는 4억원입니다. (세부내용은 현장 확인이 필요합니다)

해당 아파트뿐만 아니라 입지적으로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속초아이파크를 비롯한 오션뷰 아파트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8억 아파트가 4억으로 떨어졌다’는 말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주민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군생활 하던 시기만 해도 주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동네는 시내와 가깝고 해풍 영향이 덜한 교동이었습니다. 조양동에 대한 선호도 높았고요.

2010년대 유명 건설사들이 조양동에 앞다퉈 새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조양동 신축이 많이 주목받았습니다. 주민 입장에선 오션뷰보다 생활편의성과 학군, 교통 등이 중요하니까요.

조양동 신축 시세그래프를 보면 2021년 급등했다가 소폭 하락한 뒤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30년 넘은 구축은 조금씩 하락하는 추이입니다.


조양동 신축 시세변화

전체적으로 같은 84㎡를 비교하면 구축은 하락하고 있고, 신축은 4~5억원대에 안정세를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2년 전 캡처해둔 시세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습니다.


2023년 6월 캡처한 조양동 아파트 실거래가

2025년 5월 캡처한 조양동 아파트 실거래가

속초의 인구는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습니다. 10여 년간 8만~8만2천 명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인구는 비슷한데 아파트와 오피스텔, 생숙만 엄청나게 불어난 상황입니다.

속초는 KTX 개통을 앞두고 있습니다. 개통만 한다면 미시령터널, 양양고속국도 개통과 같이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것입니다. 투자자라면 인구보다 이 호재를 염두하고 부동산을 매수했을 텐데요.

과연 이 교통호재가 부동산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저녁상권이 없다시피 하고 설악산, 속초해수욕장, 동명항 난전, 속초관광수산시장 등 주요 코스를 당일치기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아침에 왔다가 저녁먹고 돌아가는’ 관광객이 크게 늘지 않을까요.

지난 [여기어때?]를 발행한지 2년이 흐른 지금도 속초는 부동산을 공부하기 매력적인 곳입니다.

이 글은 2023년 6월 작성한 [여기어때?]에 등장하는 지역을 다시 확인하고 재편집했습니다.

속초, 고성 관련 함께 보면 좋은 글

이제 슬슬 봄을 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여러분은 ‘봄바다’ 좋아하시나요? 아마 수도권에 살고 계신 분들은 봄에 바다에 갈 일이 소래포구나 연안부두 월미도 인천공항 갈 일…
cafe.naver.com

대한민국 모임의 시작, 네이버 카페
ca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