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행크알리미입니다. 엑시트스터디 끝났다고 거 경제신문 보지도 않고 그러시는거 아니쥬? 그럼 제가 다소 섭한디…

지난해 [여기어때?]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참 재미있는 지명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장 경매의 성지 부천 중동신도시만 해도 중동 상동이 한자 그대로 上洞, 中洞이거든요. 알리미 본가인 수원 조원동도 棗園洞 즉, 대추나무골입니다. 아버지 고향인 충남 예산군 신양면 녹문리도 지형이 노루의 목처럼 생겼다고 鹿門里라고 합니다.

오래된 지역명에는 다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명에 따라 부동산에 프리미엄이 붙기라도 하는 걸까요? 얼핏 봐서는 ‘설마’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아파트 단지명에 동작이나 흑석동이 아닌 ‘서반포’를 붙여 부동산업계가 떠들썩하다. 서울시가 ‘알기 쉽고 부르기 쉬운 아파트 단지’ 캠페인을 진행 중이지만, 강제적인 규제가 아닌 권고하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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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기사를 보면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 아파트가 이름을 ‘서반포 써밋 더힐’로 정했다고 합니다. 서광교, 서동탄은 들어봤어도 서반포라는 지명은 처음인데 어디인가 한번 찾아봤습니다.

거리만 봐서는 서반포라는 지명을 붙여도 크게 모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 아파트는 어기에 대우건설의 하이엔브 브랜드인 ‘써밋’, 그리고 한남더힐의 어감이 살아있는 ‘더힐’까지 붙여 ‘서반포 써밋 더힐’이라는 발음도 어려운 아파트명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4호선을 경계로 심리적 거리감이 상당한 반포와 흑석의 차이도, 동작을 ‘강남 4구’라던 정치인의 표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재개발을 기다렸던 주민들과 투자자의 열망도 익숙하지요. 그래서 이해는 됩니다.


수원 ‘서광교’라고 이름붙인 아파트 위치

최근 수원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서광교’라는 지명이 등장했는데요. 어디인가 봤더니 연무동입니다. 정말 오래전에는 지소리(紙所里)라고 종이를 만들던 동네였던 것 같고, 수원 화성 동장대 인근 군사 훈련장(지금은 국궁장) 때문에 연무(鍊武)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고등학생 시절 가장 친한 친구가 연무동에 살아서 몇 번 가봤는데, 빨간 벽돌집과 빌라들이 빼곡했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지금도 신축 아파트 외엔 달라진게 없지요.

연무동 사람들은 허허벌판이던 원천유원지 일대가 빠르게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광교라는 새 이름도 갖고, 수원에서 가장 비싼 동네가 되는 것을 앉아서 목격했습니다. 그 경험과 시행사의 목적이 더해져 연무동도, 광교도 아닌 ‘서광교’라는 지명이 등장하지 않았을까요.


‘DMC’를 앞에 붙인 아파트 위치

실제 지명과 아파트의 지명이 다른 사례는 사실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서울 신월동과 신정동 아파트는 목동을 붙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서울숲과 DMC도 이제 어디 붙어있는 곳인지 모를만큼 광범위해졌습니다.


신촌그랑자이 → 마포그랑자이
신촌 그랑자이는 2022년 이름을 마포그랑자이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마용성’이 뜨면서 서대문구(신촌)보다는 마포를 앞에 붙이는게 집값 띄우기에 더 좋다는 판단 아니었겠나 추측해봅니다. 바로 옆에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신도시들이 그렇듯 ‘우리 동네’라는 개념과 자부심, 공동체의식이 그만큼 옅어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파트가 1급지에 속해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진짜 이름 경쟁이 시작됩니다. 대표적인 곳이 (이젠 전문가가 다 된) 개포동입니다.

그냥 지도 검색해보는 입장에서는 웃을 수 있겠지만, 내 아파트라고 하면 사정이 완전 다르지요. 어떻게 해서든, 그래서 1000만원이라도 경쟁 아파트보다 더 좋은 입지를 가질 수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겁니다.

과거엔 개포주공 1,2,3,4,5,6,7,8단지와 개포우성 1,2,3,4차 개포현대 1,2차 이렇게 분류되던 아파트단지가 2010년대부터 하나둘 재건축되며 이제는 도저히 외울 수 없는 이름들로 탈바꿈했습니다.

“왜 디에이치아너힐즈에 사는 아줌마 있잖아 왜…”
“어디????”
“아니 3단지…”
“아…. 그래서~”
그래서 이런 대화가 오가겠죠?

주공 1단지 →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주공 2단지 → 래미안블래스티지
주공 3단지 → 디에이치아너힐즈
주공 4단지 → 개포자이프레지던스
개포 시영 →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우성 9차 → 개포더샾트리에

위 이름을 보면 서로가 나 잘났다고 경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집값도 이름처럼 매일 서로 잘났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과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어차피 최상급지인 만큼 다른 단지를 깎아내리기보다 ‘우리단지가 더 우수해’라며 좋은점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정도일까요.

서울시는 최근 ‘아파트 이름 길라잡이’라는 책자를 발간하고 아파트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외국어 사용 자제, 고유지명 활용, 애칭 자제, 적정 글자수, 주민들의 제정 절차… (이걸 어떤 아파트가…)

전형적인 문과 출신이어서 그런지 저는 대전 둔산(월평)동의 상아, 초원, 강변, 상록수, 무궁화, 한아름, 다모아, 하나로, 진달래, 누리, 무지개, 백합, 샛별, 파랑새 아파트가 더 좋아보이는데 여러분은… 안 그렇지 않나요? ^^

어라? 대전에 황실이 있었슈?
잉~ 그 옆이 정부청사니까 황실이 있을만 하구먼….^^;;


[BY 도서출판 지혜로] 안녕하세요 믿고 보는 지혜로입니다.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면서 지명에 대해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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