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행크에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지도 이제 곧 2년이 됩니다.

어제 집에만 있기 답답해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짓고 있는 아파트를 투어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마음을 다잡으면서 다가구 명도기를 정리했습니다.

낙찰 받고 배당까지는 여유가 있기에 걱정 없이 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법원에 일이 있어 통화하다 배당이 언제냐고 여쭤봤습니다.

“음…이번달까지 잔금 납부 하시면 한달 내로 가능하고요, 원래 납부 예정일대로 내시면 두 달 후입니다.”

어? 미리 알았으면 어떻게 서둘러 봤을 텐데, 그때 당시 이달 말은 이틀 후였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배당이 늦어지면서 조금 어려워질 명도를 생각하고 대금 납부와 함께 명도 준비를 차근차근 시작했습니다.

투넘버 서비스를 신청하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 이름으로 남편은 굳이 이름을 언급할 이유가 없는 일반 직원으로 역할분담을 하여 메시지 전송을 시작했습니다.

일괄적으로 아주 상세하고 친절한 메세지를 전송합니다. 어떤 번호는 수신이 안된다고 하고, 어떤 번호는 답이 없고, 어떤 번호는 문자를 발송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가 옵니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업무가 바빠서 유선통화는 힘든 점 이해 부탁드리며, 문자로 남겨주시면 순차적으로 답변 드린다’고 회신을 남겼습니다.

(다가구 명도에서 통화를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첫 낙찰이었던 송도 오피스텔 당시 당사자라고 말했다가 고생을 해서 절대 제 3자로 안 만나는 걸로..^^)

저희 부부에게 가장 먼저 답변을 주셨던 임차인분은 누구셨을까요?

배당신청을 하지 않으셨던 임차인이었습니다.

배당을 받는 분들이 많았는데 신청을 안 하셨던 분도 계시고, 전입이 안 된 분도 계시고, 여러가지 상황이 섞여 있었습니다.

저는 회사 업무를 주로 맡는 직원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이사계획서나 임차계약서나 여러가지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게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마음을 잘 다독여주면서도 핵심을 잘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잔금 치르는 날, 남편이 직접 부동산으로 찾아갔습니다. 정장을 입고 회사 직원인 모습으로. 이렇게 1박 2일 명도가 시작됩니다.

저는 서울집에서 부지런히 메시지 전송 작업을 하고, 그 중간 과정을 남편에게 계속 알려주고, 남편은 현장에서 실제로 이사가는 모습이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정보들을 전송해주면 제가 다시 저장해서 확인하고, 남편은 현장에 있는 임차인들과 대화를 하고 상황을 살펴보고 일사천리로 상황을 처리하였습니다.

1박 2일로 하는 첫 명도다 보니 남편이 늦은 밤까지 건물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임차인들이 모여 있다가도 남편을 보면 흩어지기도 하고, 확실히 제대로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배당을 받지 못하는 임차인의 경우 별도로 문자메시지 상에서 거절이 나올 수 없도록 남편이 코칭을 주면 제가 그에 알맞게 수정을 해서 전송해 원만하게 잘 마무리 되어 갔습니다.

여성 임차인분들 중에는 슬픈 사연을 알려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정말 원만하게 사진도 하나하나 찍어주시고 이모티콘도 웃으며 보내주셔서 처리하는 내내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귀가 잘 안들리시는 임차인분도 계셨고 그래서 아드님과 함께 명도를 하고, 아주 예의바른 임차인은 아주 공손한 서신으로 상황을 설명해주시고 조금 양해를 바란다는 분도 계셨고, 남편이 1박 2일 명도를 하던 날 집을 보여주며 상세한 설명을 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딱 한 분, 어느 한분만 빼고요.

그분은 그 다가구에 전액 배당받아가는 유일한 전세권자.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바로 그 임차인.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은 그 전세권자분의 두 번째 삼촌?

연락은 첫 번째 삼촌이 하시고, 명도를 하려고 하면 알아서 하겠다고 하셔서 마지막까지 우리 애를 태우셨던…

“법원에 전화를 하면 명도합의서가 없어도 사실 배당을 받아갈 수 있다.”

엥?

명도확인서 혹은 합의서가 없어도 배당을 받아갈 수 있다는 말씀을 법원 계장님께 직접 들으니 이건 뭔가 싶고 어찌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법무사는 보통 배당을 받아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전 임차인들이 너무 착하게 잘 나갔다며 이 분이 정상이라시는데… 저희는 혹시나 모르는 상황 때문에 마지막까지 마음이 조금 불안했습니다.

배당일에 다른 일로 물건지에 갔던 남편이 법원에 도착을 했는데, 배당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조금 지나니 어디선가 다급하게 전화가 옵니다.

그 전세권자의 동생이 나타나서, 배당받으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 것인지, 급하게 모두 처리하겠다고…

그래서 한달간의 부당이득금을 송금 받고, 집을 비우고 임차계약서 받고, 공과금 정산하고 쓰레기까지 모두 완료한 후 명도확인서 발송하고 모든 명도가 몇칠 전에 최종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태풍이 자꾸 와서 남편에게로 전화가 오니, 임대인인 남편이 마음이 불안하다고 하네요. 비가 오면 임차인들의 전화가 올까봐 걱정이라시던 흑도님의 말씀처럼, 모든 연락을 받는 남편도 그렇다고 하네요.

언제나 명도는 그 집에 있는 사연을 풀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과정이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부동산을 해서 부럽다고들 많이 하시는데, 투닥거리는 날도 아주 많아요. 잔금일이 있었던 그 1박 2일의 명도는 제가 생각해도 정말 잘 되었고 완벽했던 역할분담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만실까지 더 노력해야하지만, 명도가 잘 되었듯이 부드럽게 차근차근 잘 해결해보겠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하기에 힘내서 해보겠습니다.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결국에 사람과 사람간의 일이다 보니, 내가 조금 양보하고 내가 조금 더 생각해보면 원만하게 잘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해결하면서도 정말 많이 배우게 되네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에
2020년 8월 게재된 ‘파송송계란탁’님의
‘다가구 1박 2일 현장명도기 / 배당까지 두달’를 재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