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신선 셋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왔다. 첫째를 양을나(良乙那), 둘째를 고을나(高乙那), 셋째를 부을나(夫乙那)라고 했다.

세 사람이 나이순으로 혼인하고, 샘이 좋고 땅이 기름진 곳에 나아가서 화살을 쏘아 살 땅을 선택했는데, 양을나가 쏜 화살이 맞은 곳을 제일도(第一都), 고을나가 쏜 곳은 제이도(第二都), 부을나가 쏜 곳은 제삼도(第三都)라고 했다.

-세종실록지리지-
별장으로 쓰면서 100% 수익 낼 제주도 아파트 고르는 방법 [아분파]
제주 시조 고부양씨 세 명의 신이 솟아났다는 제주 삼성혈

죄인들이 유배오던 척박한 땅, 신혼부부가 몰려들던 땅, 저가항공 덕분에 국민 여행지가 된 땅, 이민 열풍으로 힐링스팟이 된 땅, 그리고 코로나 덕분에 폭발한(?) 땅…

오랜만에 돌아온 [아분파] 시리즈, 오늘 가장 아름다운 제주(이도이동)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여러분 연동, 노형동, 협재, 애월, 한담과 같은 동네는 들어보셨겠지만 이도동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설마 구제주 신제주도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아이고 괜찬주게.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아두고 다음엔 여행도 하고 임장도 함께 하면 좋잖아요!!

신선이 자리잡은 일도 이도 삼도동
위에서 설명한 세 신선이 활을 쏴 자리잡은 곳,
그러니까 첫째가 자리잡은 땅이 ‘일도동’, 둘째는 ‘이도동’, 셋째는 ‘삼도동’입니다. 간단하죠?



일도 이도 삼도동의 경계이자 관청, 시장(동문시장), 칠성통 등 과거 제주의 핵심지역, 아래 동그라미는 삼성혈

이중 핵심은 일도동과 삼도동이었습니다.

제주항+관청+시장까지 자리잡은 제주의 중심이었습니다. 서울로 따지면 남대문+종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제주 여행가면 빠짐없이 들리는 동문시장이 일도동에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삼도동 관덕정 주변(좌), 일도동 동문시장(우)

이에 비해 이도동(특히 이도이동)은 비교적 최근인 한국전쟁 이후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후 제주의 주거지역은 관덕정을 중심으로 반원처럼 넓히며 확장했습니다.


관덕정을 중심으로 반원 형태로 도심이 확장된 흔적

이 시기 제주의 도심은 중앙로를 따라 현재 제주시청인 제주도청까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도동사무소에 따르면 관공서와 금융기관이 밀접한 지역(제주시청)을 넘어가면 딸기, 파, 감, 감귤 등 농산물을 재배하는 땅이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신제주의 등장

1973년 신제주 개발계획도

1970년대 정부는 제주공항 인근을 관광도시로 육성할 계획을 실행했습니다.

제주공항을 가운데 두고 일도 이도 삼도동 반대편인 연동과 노형동을 관광지구로 지정하고 호텔, 카지노, 식당, 유흥업소들이 포함된 신시가지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동과 노형동에 새로운 도심이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이곳을 신제주라고 불렀습니다. 반면 도민들 위주의 일도 이도 삼도동 일대는 자연히 구제주라고 부르게 되었죠. 그렇게 제주 도심은 제가 태어날 무렵 이미 동쪽(구제주)과 서쪽(신제주)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제주여행에서 숙소로 잡은 지역이 번화가에 관광객이 많았다면 신제주였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신제주(좌)와 구제주(우)

신제주와 구제주는 규모를 확장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신제주는 관광객들의 동선을 바탕으로 집약적인 상권을 형성했고, 구제주는 자로 잰 듯한 구획별로 주거지역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신제주와 구제주 모두 택지지구를 남쪽으로 넓혀갔습니다.

그래서 최근 개발된 제주의 택지지구를 보면 안산, 창원과 같이 반듯반듯하게 구획과 주거종류(아파트, 다세대)가 나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85년과 2023년 구제주 도남동, 이도이동 위성사진 비교

원도심과 달리 구획별로 개발된 이도이동

구획별로 개발 시기가 다른 이도이동 주택밀집지역(빨간색 표시가 준공 30년 이상)

이도이동
이도이동(이도2동)은 1980년대 제주시청 남쪽이 주택지구로 개발되면서 이도주공아파트(1단지 1985년, 2․3단지 1988년)를 비롯한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들이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한 블록이 다 개발되면 인접한 블록이 주택단지로 개발되는 식으로 퍼즐 조립하듯 주거지를 넓혀갔습니다.

현재 이도이동은 제주시청을 중심으로 도민 청년들의 번화가(대학로)가 늘어선 ‘시청’지역, 80~90년대 확장된 아파트와 빌라로 형성된 ‘이도지구’ 지역, 이도주공아파트 남쪽으로 2000년대 이후 개발된 새로운 빌라지역으로 나뉩니다.




제주시청 옆 대학로, 2011년 준공된 한일베라체아파트, 최근 들어서는 주택들(왼쪽부터)

지도상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직접 가보면 80~90년대식, 2000년대식, 2010년대식으로 시대별 주택지구 변화를 한 동네서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흥미롭습니다.

자, 그럼 이제 오늘의 주인공 이도주공아파트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이도주공아파트 위치

제주 이도주공아파트 2단지

이도주공은 구제주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아파트입니다. 길 건너 법원과 검찰청이 있고, 시청도 걸어서 오갈 수 있습니다. 구제주를 오가는 시내버스 대부분은 물론 서귀포까지 가는 직행버스도 아파트 앞에 정차합니다.(법원이니까요^^)

학원가가 잘 형성됐고, 신제주 학원가를 간다고 해도 큰 도로 따라 15~20분만 가면 됩니다. 여기에 구제주 한복판에 3개 단지를 합쳐 1천세대가 넘는 아파트는 이곳이 유일합니다.

입지깡패와 재건축의 만남으로 수년간 화제가 되며 제주도 투자열풍이 한창이던 때는 13평 아파트가 무려 1년에 1억씩 오르기도 했습니다.

에이 제주도 써금써금한 5층 주공아파트가 무슨, 거짓말 아니냐고요?

제가… 그때 202동에 살았습니다. 물론 전세로요.ㅠㅠ

이도주공은 왜 파도를 타게 됐을까
이도주공아파트는 제주도 부동산이 들썩이던 2010년대 후반부터 시세가 무섭게 치솟았습니다.

신제주 노형동 노형아이파크, 구제주 아라아이파크와 스위첸 등이 ‘9억을 찍냐 못찍냐’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재건축 대장주로서의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제주 부동산 시장이 불장이다. 매매와 전세시장 모두 역대급을 기록했던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호황에 분양가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n.news.naver.com

2010년대 중반 제가 전셋집을 구할 때 부동산에서 매수를 권한 이도주공2단지 13평 가격은 2억2천만원이었습니다.

앞서 집주인이 오래전 5500만원에 매입했기에 ‘부동산에서 육지사람이라 덤탱이 씌우려는구나’ 하고 전세로 들어갔는데, 앞동으로 한번 이사하고 제주를 떠날 때 보니 그 집이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고 들었습니다.

일년에 1억씩 벌 기회를 놓친 것이죠.


올해 11월 촬영한 이도주공2단지, 철거를 위해 가림막을 세워둔 모습

하지만~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제주 아파트와 이도주공아파트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제주의 투자열풍이 가라앉았고, 전국적으로 하락장에 돌입했고, 결정타는 예상보다 높은 분담금이었습니다.

사업이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시공사가 바뀌면서 소송전이 일었고, 여기에 건설비용까지 무섭게 치솟으면서 ’33평을 받으려면 분담금이 5억은 나올 것’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프라임경제] 제주 ‘이도주공 2단지·3단지’ 재건축 사업 본격화로 인해 수요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특히 조합 평균 분양가(3.3㎡당)가 3000만원 정도로 책정되면서 일반 분양가는 이에 비해 6%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총 사업비 6801억원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제주 ‘이도주공 2단지·3단지’ 재건축 사업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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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서 만약 상승장에서 5억에 집을 매입했다고 봅시다.

분담금 5억을 내고 신축아파트가 되면 제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됩니다.

물론 구제주에서 가장 입지가 좋고 1군 브랜드 신축이라지만, 2등보다 2억 정도 비싸다면… 조금 망설여지겠죠.

그래서일까요. 올해 실거래가를 보면 이도주공2단지 13평의 경우 3억 6천~3억9천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분담금을 내도 현재 제주에서 가장 선호받는 아파트와 가격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기에, 나중에 입주할 때 되면 경쟁 아파트 시세가 오른다고 감안했을 때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철거 직전 이도주공아파트(좌)와 힐스테이트로 재건축 후 조감도(우)

두 번째 전셋집 주인은 강남 아파트에 거주했습니다.

투자용으로 매입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했던 그녀는 계약종료 무렵 제게 ‘언제 매도하는게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이미 서울에 살고 제주 집은 (전세보증금이 하락해서 못 빼고)별장으로 쓰고 있어 정확하게는 알려드릴 수 없겠지만, “건설사가 정해질 무렵 매도하는게 수익이 좋지 않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시엔 ‘가장 분위기가 뜨거울 때’를 말했지만, 돌아보면 그 때가 ‘예상 분담금이 이슈화되지 않았을 때’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집주인이 1억1500만원에 매수했으니, 최고가에 매도했다면 5억 넘는 수익을 거뒀을 것입니다.

만약 아직 보유하고 있다면 입주시 3~4억 정도의 수익은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재건축 재개발의 구조를 잘 알고 있다면 이런 ‘시기의 싸움’에서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타이밍을 짚어낼 수 있겠죠.


이도주공2단지 13평 네이버 매물

지난 실거래 그래프와 현재 호가를 보면 분담금을 모를 때 매수가격은 최고 5~6억, 분담금을 알게 된 이후는 3~4억.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적당할 듯합니다.

그리고… 이도주공2·3단지와 똑같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가 많이 느린 아파트가 제주시에 몇 곳 있습니다.

그런 곳을 급매로 사두면, 별장으로 요긴하게 쓰다가 수익을 내며 매도할 수 있겠죠?

찾아내서 투자가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숙제로 남겨두겠습니다.^^

제주 부동산을 임장하는 꿀팁
제주의 부동산 가치는 육지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오르는 아파트’의 기준인 직주근접, 학군, 쇼핑, 교통 등에 더해 ‘비행기 소음, 바다와의 거리’ 등을 더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음에 민감한 분이 오션뷰만 믿고 공항과 가까운 바닷가에 집을 구하면 쉴 새 없이 이착륙하는 비행기 소리에 난감할 수밖에 없겠죠.


제주공항 인근 용두암과 아파트단지

제가 처음 제주에 집을 구할 때만 해도 인터넷을 통한 거래는 아주 드물었습니다.

직방 다방 네이버부동산 다 비싼 집들만 있었거든요. 교차로신문을 보거나 직접 부동산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3번이나 섬을 오간 끝에 이도주공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어느 지역이든 마찬가지겠다만 제가 옛날로 돌아가 투자 목적으로 제주를 임장한다면, 가장 먼저 동네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시끌벅적한 테이블 옆에 자리잡고 소주부터 시킬 겁니다.

충~분히 어디가 살기 좋은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 해당 지역(아파트)에 있는 부동산을 싹 다 찾아다니겠죠.

지금도 육지 사람들의 시각과 도민이 선호하는 입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니까요.


신제주 연동, 노형동 주거지역

위 경험담은 2022년 7월 게재된 ‘행크알리미’님의
‘[여기어때?]구제주편’을 새로 편집했습니다.

재건축·재개발은 서울 핵심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오른 재건축단지 외에도 모아타운, 신통기획과 같이 썩빌 주고 신축 받는 투자는 여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사놓고 기다리는’방식이 아니라 다양하고, (약간)복잡하고, 수싸움까지 익혀야 합니다.

만약 재건축·재개발 투자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행크 카페는 물론 유튜브나 전문 투자서적을 꼭 읽어보고 준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물론 이보다 빠르고 직관적으로 알고 싶다면 행크에듀 강의나 스터디를 수강하는 것도 좋습니다.

실전투자를 진행한다면 앞서 해보고 큰 수익을 내 온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현명한 방법은 또 없으니까요.


헌집 주고 새집 받는 재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가지다. 기대감 또는 서운함 반포, 개포주공이 재건축될 때 소수의 주민들은 ‘기억 여행’을 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아파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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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모임의 시작,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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