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전에 낙찰받은 지분물건 처리가 완료되어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재작년 11월에 낙찰받은 답인데 공유자는 저를 제외하고 총3명입니다.

법원의 감평가는 1560만원이고 저는 931만원에 단독으로 낙찰받았습니다. 한 번 더 유찰시켰어도 되는 물건인데 낙찰되고 나니 좀 아쉽긴 합니다.

낙찰받고 공유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모두 주소지 불명으로 반송되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작년 8월에 공유물분할 청구소송을 접수했습니다. 주소보정명령이 떨어져 동사무소에서 초본을 발급받아보니 서울, 인천, 진주에 공유자들은 살고 있었습니다.

주소보정을 하니 9월 말쯤에 첫연락이 와서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공유자 3명은 서로 다 아는 사이였고 각각 한차례씩 통화를 해보니 제 지분을 인수할 생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답변서 써서 법원에 내시고 나중에 변론기일이 잡히면 법원에서 뵙자고 했습니다.

공유자들의 답변서는 지난 해 11월 말에 제출됐는데 올해 1월 말이 되도록 변론기일 이 잡히지 않아 알아봤더니 기일지정을 요청해야 하더군요. 그래서 그날 저녁 신청했더니 변론기일이 3월 초에 잡혔습니다. 한 차례 3월 말로 기일이 변경되었고 변론기일에 관할법원에 갔더니 공유자들 모두 재판정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재판정에 들어가니 긴장이 되더군요.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를 거친 다음 각자 자리에 앉았습니다.

판사님이 먼저 원고와 피고의 원하는 바를 물어봤습니다.

나: 현금으로 분할하기를 원합니다.

피고1: 저희는 이 땅을 처분하기를 원치 않으니 각 지분별로 땅을 쪼개서 나눠 갖기를 원합니다.

판사: 피고, 그것은 원고가 동의할 때만 가능합니다. 원고와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국은 경매에 부쳐 현금으로 나눌 수밖에 없어요.

순간 저나 피고들이나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경매로 왜 낙찰을 받았냐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오잉? 이게 뭐지란 생각이 들었고 피고들도 자기들 귀를 의심했을 겁니다.

피고1: 판사님, 저희는 이 땅을 팔 생각이 없고 우리들끼리 오래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집이라도 지어서 살려고 샀습니다. 이 땅이 경매에 넘어가면 저희는 손해가 큽니다.

판사: 피고, 지분으로 땅을 취득하시면 이런 위험이 있는 거에요. 그리고 여기 법정에서는 손해나 이런 얘기를 하는 곳이 아니에요. 오로지 법적인 얘기만 하는 거에요. 원래 공유자들끼리 다 아시는 사이인가요?”

피고1: 네!

판사: 그런데 벌써 한 명은 떨어져 나가버렸잖아요? (그럴 생각이었으면 잘 지켰어야지…. 이런 의미 같습니다.)

피고들: ……

판사: 원고, 혹시 현물을 분할하는 방안에 대해 조정을 해 보실 생각은 없나요? 조정을 통해서 피고들이 원고에게 땅의 지분을 좀 더 넘겨준다던지 하는 방법으로 원고에게 이익을 더 드린다면 조정에 응해보실 생각은 없나요?”

나: (웃으며)없습니다.

피고들: 판사님. 우리는 3명이고 저 사람 1명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합니까?

판사: 피고들 여기 오시기 전에 주변에 법적인 자문을 좀 받고 오셨나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지분으로 땅을 사시면 이런 위험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경매로 넘어가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고 그런 건 제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닙니다.

피고3: 알아보고 오긴 왔습니다만…

판사: 네이버요?

피고들: …………….

이 대목에서 엄숙해야 하는 자리인데 웃을 뻔 했습니다.

판사: 그게 싫으시다면 원고가 원하는 금액을 주시고 피고들이 사는 방법이 좋겠군요.

피고3: 저쪽에서 원하는 금액이 너무 과한 것 같아서요.

여기서 제가 손을 들고 발언권을 요청했습니다.

원고: 판사님 제가 경매에서 930만원에 낙찰을 받았습니다. 법원의 감평가는 1560만원이고요. 저는 저 분들에게 1500만원을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절대 과한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피고들은 기획부동산에서 같은 면적의 지분을 3000만원에 샀습니다.)

판사: 제가 생각할 때 소송비용, 세금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요구금액은 적당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 조정기일을 여기서 정할 테니 피고들은 다음 조정기일까지 원고가 요구한 금액 1500만원을 각자 얼마씩 부담하여 매수할 것인지를 정해서 오십시오. 다음 조정기일은 한달 뒤입니다. 만약 조정기일에 조정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그로부터 1달 뒤 선고하겠습니다. (현금분할을 선고하겠다는 뜻입니다)

판사: 그리고 원고는 자기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고 있습니다. 답변서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불편한 마음이 있으셨을 텐데 그건 털어버리시고 조정에 잘 응해주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피고들은 다들 말이 없습니다.

재판정에서 나와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표정들이 참 거시기했습니다. 당연히 이해하는 바이고 저도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중 한 명과 잠깐 대화를 나눴습니다. 다들 아는 사이라면서 왜 경매 넘어간 걸 몰랐냐. 만약 알았더라면 공유자우선매수신고를 하지 그랬냐, 그랬더라면 아무도 안들어왔을거다. 이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조정기일 전이라도 저한테 전화를 달라고 했습니다.

나오면 저를 붙잡고 얘기를 할 줄 알았더니 자기들끼리 대책회의를 하러 법원 앞 카페로 들어가더군요.

제 나름의 판단으로는 만약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높았더라면 판사님의 태도가 제 쪽으로 기울었을까. 그리고 자신들은 3천만원을 주고 산 것을 상대가 반값에 팔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과하다고 주장하는 피고들의 태도가 제3자가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판사들은 중언부언하는 걸 싫어하고 법리적인 부분만 얘기해야 하고 법정의 권위를 무시(시키지도 않았는데 발언을 한다든지 말꼬리를 자른다든지)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재판에 임한 것도 제 스스로 생각할 때 잘한 것 같았습니다.

4월 26일 조정기일로 잡히고 선고일은 5월 26일에 한다고 판사님이 결정을 내렸으니 그 전에 원만한 해결이 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던 차 4월 중순경에 공유자 한 명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피고: 상의를 한 결과 우리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 내 친구가 인수를 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금액을 1300까지 조정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친구말로는 1200에 매도신고를 하면 양도소득세가 없다고 하니 1300에 매도를 하시면 1200으로 신고를 하죠?

양도세 기본공제 250만원을 얘기하는 거였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답을 했습니다.

나: 100만원 정도는 깎아드리겠습니다. 저는 세금 내도 상관없습니다. 다운계약서 쓰셔봤자 친구분이 나중에 매도하실 때 양도소득세에서 피해를 보시는데 그렇게까지 하시면서 절 배려해 주실 필요 없습니다. 선고는 5월 말이니 그 때까지 충분히 생각하시고 연락주십시오.

세금 내더라도 100만원을 더 받는 게 전 이득입니다. 쫓기는 건 저쪽이니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조정기일이 3일 앞으로 다가온 날 이번에는 제가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나: 안녕하세요. 4월 26일이 조정기일인데요. 저는 사정이 생겨서 참석 안 할테니 선생님들께서도 오실 필요가 없습니다. 혹시 오실까봐 미리 연락을 드립니다. (지난 번 흥정은 입에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피고: 참석 안 하면 어떻게 되죠?

나: 조정이 성립이 안되니 결렬입니다. 다음은 판사님이 5월 말에 바로 선고를 내리실 겁니다. 그 전에 합의가 되고 제 지분이 매도가 되면 제가 소를 취하시키면 되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끊었습니다. 속으로 저도 좀 측은지심이 생겨서 5월초까지도 연락이 없으면 1300으로 그냥 매도를 할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5분도 안 되어 다시 연락이 와 그냥 1400만원에 매도 계약을 하자고 합니다. 아무래도 공유자들이 심리적으로 쫓기니 매수할 친구분을 압박했나 봅니다.

그래서 서류준비를 한 뒤 2일 뒤에 계약서를 쓰고 5월 4일에 잔금을 받았습니다. 잔금을 받자마자 그날 오후에 소는 바로 취하를 했습니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경매로 취득한 물건들 중에는 첫 매도를 한 것이고 그것도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이라는 방법을 통해 했다는 것이 큰 보람으로 느껴졌습니다.

곧 다른 지분물건들도 공유물분할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똑같이 진행하면 재미가 없으니 이번과는 약간 다르게 변주를 할 생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회원님들 모두 성투하시길 기원합니다.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
2021년 5월 게재된 ‘하비스트89’님의
‘930에 낙찰받은 토지 1400에 매도했습니다’를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