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401호 세입자분 맞으시죠?”
“네, 그런데 누구세요?”
“저 402호에 사는 사람인데요. 혹시 등기부등본 확인해보셨어요? 건물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얘기가 있어서요.”
“경매요…?”
그때 나는 막 부서를 옮기고 무리를 해서 구한 전셋집에 막 이사한 참이었다.
테라스가 딸린 햇살 좋은 1.5룸,
나만의 작은 행복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한 달도 안 돼 세상이 뒤집혔다.
건물주는 여러 채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가압류를 막지 못했고,
결국 건물들이 줄줄이 경매로 넘어가고 있었다.
세입자들과 모여서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봤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보증보험조차 들어두지 않았던 나는,
뒤늦게 내가 살던 곳이 공시가보다 훨씬 비싼
‘깡통전세’였다는 걸 알게 됐다.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후회도 하고, 세상을 원망도 해봤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부모님께 돈을 빌려 전세금을 마련했던 나는,
그날 이후로 잠 한숨 편히 잘 수 없었다.
결국 법무사 상담 끝에 직접 경매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감정가보다 조금 높게 써서 낙찰을 받았다.
생애 첫 내 집…
그런데 이상하게 기쁘지도, 설레지도 않았다.
배당받은 금액은 내가 잃은 보증금에 한참 못 미쳤고,
엄마께 빌린 돈이 마음 한켠에 계속 짐처럼 남았다.
그 일을 겪고 나서 나는
부동산과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너무 몰랐구나…’라는 생각도 있었고,
나처럼 힘든 일을 겪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꼭 말해주고 싶었다.
“별일 아니야.
돈은 잃었지만, 다시 벌면 돼.”
꼭 그렇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무렵 나는 잠시 휴직을 하고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계획한 대로 보내고,
하고 싶던 공부를 하고,
읽고 싶던 책을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정말로 소중했다.
휴직이 끝나기 두 달 전쯤,
혼자 공부하는 것도 좋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강남여의주’ 선생님의 아파트 임장 스터디에 참여했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임장을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졌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그렇게 행복할 줄 몰랐다.
복직 후에는 재개발과 재건축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부자되는세상’ 선생님의
서울투자반과 서울투자스터디에도 참여하며 하나씩 배워갔다.
속도는 느렸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참 감사했다.
그렇게 공부하면서
내가 경매로 샀던 빌라를 다시 들여다봤다.
최근 거래를 보니
실거래가가 오르고 있었고,
주변에는 지하철역 신설 호재도 있었다.
재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기존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을 비워달라고 부탁했는데,
운 좋게도 금방 전세 세입자가 구해졌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매도에 성공했다.
낙찰가보다 5천 8백여만 원 정도 높은 금액,,,
현재는 중도금까지 받았고, 12월 초에 잔금 예정이다.
물론 결정을 내리기까지 쉽진 않았다.
받지 못한 보증금 생각에
‘그냥 더 들고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거래가 살아있을 때 정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서울에 깃발을 꽂아보겠다는 목표가 생겼으니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매도를 잘해서도,
수익률이 높아서도 아니다.
그저 나처럼 갑작스러운 일로 힘들었던 사람들,
이제 막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결국 해냈어.”
“그러니까 너도 해볼 수 있어.”
그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그 시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
잃었던 건 돈이었지만,
얻은 건 배움이었고,
무너졌던 건 집이었지만,
다시 세운 건 내 자신이었다.
혹시
지금 불안하고 막막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마음, 정말 잘 안다.
하지만 정말 괜찮다.
조금 느리더라도,
결국 길은 이어져 있고
우리는 다 그렇게
배우면서 성장해가는 거니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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