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깁니다.
그럼… 액션활극이다!!!
안녕하세요?

작년에 공매로 낙찰받은 면적 113평 농지(전)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낙찰은 작년 10월 중순에 2100만원에 받았고, 잔금은 농협에서 1600만원 대출을 받았습니다.

현황은 사진에서 보듯이 양쪽 비닐하우스가 침범해 들어온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토지라 양쪽 토지의 경작자가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먼저 비닐하우스 소유자를 찾아내서 협의를 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11월 중순에 등기권리증을 받고나서 네이버부동산에서 주변토지 매물을 검색해서 중개업소들을 찾아내 전화를 돌려봤습니다. 평단가는 대략 35만원 정도로 파악했습니다. 일단 3900만원에 매물등록을 했습니다.

3일 뒤에 부동산 한군데서 전화가 왔습니다. 매수자가 나올 것 같다고요. 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아~ 나에게도 이런 경우가 생기는구나?

비닐하우스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일단 생각해보겠다며 끊었습니다.

며칠 뒤 다시 연락오길 매수자분이 주말농장으로 경작을 원하니 괜찮다면 현황 비닐하우스와 농막을 그대로 인수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저는 철거소송을 할 생각도 했는데 그대로 사용하는 조건이라면 시설물 소유자와 지료 문제와 연계해서 협의를 하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매수하신다면 비닐하우스 소유자와 협의를 해보겠다고 했더니 바로 가계약금을 쏘겠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알려줬습니다.

계약날을 잡기 위해서 부동산과 확인하던 중 약간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부동산 : 선생님 경작자와 언제쯤 협의가 될까요?

나 : 제가 계약일이 잡히면 경작자 만나서 협의하는데 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경우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철거는 확실히 가능합니다.

부동산 : 매수자분이 농막은 그대로 사용하길 원하는데..

나 : 우리 땅에 농막은 반만 걸쳐 있는데.. 경작자와 그 부분은 상의해볼께요.

부동산 : 네? 농막이 반만 들어와 있다뇨. 선생님 땅에 온전히 다 들어와 있는데요.

나 : 아니에요. 반만 들어와 있고요, 비닐하우스 사이에 있는 땅이 제 땅이에요.

부동산 : 아닌데… 선생님 땅은 농막이 있는 그 땅이에요. 다음지도로 제가 봤는데요.

순간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급하게 끊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지도로 확인해보니 정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공매 현황조사가 잘못된 건가? 네이버지도에서 봤더니 비닐하우스 사이 땅으로 나옵니다.

이거이거 머리아파지기 시작합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일단 계약을 보류하자 했습니다. 부동산은 다음지도를 보고 매수자에게 안내를 해준 것이고 매수자도 그 땅이라고 생각하고 가계약금을 보낸 겁니다.

며칠 뒤 현장에 가서 주변을 수소문해 경작자와 옆 토지의 주인의 연락처를 알아봤습니다. 현장에는 겨울이라 아무도 없었지만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경작이 이루어지는 걸 봐서는 분명 관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쪽지를 남겨놓고 현장을 떴습니다.

한시간 지났을까 경작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역시 쪽지가 최곱니다.)

토지주는 우리 땅만 빼고 양쪽 땅을 모두 다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공매로 넘어간 것도 알고 있었고요. 전 소유주가 공매로 넘어가기 전 본인에게 매수 의뢰를 했는데 고민하다가 안 했답니다. 저희가 공시지가로 넘기면 자기가 살 생각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년까지 자기가 경작을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소작을 맡겼답니다.

같이 땅을 매도할 생각은 없냐 물었더니 급한 것은 아닌데 장기적으로는 매도할 생각도 있다고 합니다. 주변 시세는 30만원 조금 넘게 거래가 되는 것으로 안답니다.(그런데 우리 보고는 공시지가로 넘기라니…)

경작자와 통화를 해 보니 무척 순한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돈만 있으면 우리 땅을 사고 싶지만 돈이 없답니다. 그리고 우리 땅에 설치된 시설은 철거를 원하면 자기가 어쩔 수 있냐 철거를 해야겠죠…라고 합니다. (압박하면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는 먼저 경계가 불분명하니 측량을 할 생각이며, 측량하는 날 현장에 참석해달라고 했습니다.

부동산으로 갔습니다. 비닐하우스 사이의 땅이 맞는 것 같으나 그래도 측량을 해서 정확히 한 다음에 애기를 다시 하자고 매수자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습니다.

매수자는 뭘 측량까지 하냐, 나중에 측량은 자기가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위에 비닐하우스만 깨끗하게 치워줘도 좋겠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자기가 비닐하우스 설치를 해야 하니 그 비용은 조금 빼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일단 서로 생각하는 땅의 위치가 다르니 측량 끝나고 다시 얘기하자고 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지적공사에 측량신청하고 비용을 입금하고 났더니 약 일주일 뒤에 측량일이 잡혔다고 합니다. 측량하기로 한 날 아침에 출발해서 오전 10시경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한창 측량 중입니다. (아쉽게 경계측량하는 장면은 찍지 못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측량을 실시하니 4군데 경계점이 찍혔습니다.


역시 비닐하우스 사이의 땅이 맞습니다. 경작자분도 나와서 측량결과를 확인합니다. 얼굴 표정에서 조금 착잡함이 보입니다.

나 : 사장님 역시 제가 말한 비닐하우스 사이의 땅이 맞습니다.

부동산 : 어째 그래요?(그건 DAUM에 물어보셔야죠)

나 : 아쉽지만 매수자분께는 통보해 주시고요, 매입을 원하시면 토지 위에 시설물은 제가 책임지고 치워드릴게요. 시간은 걸리고요.

부동산이 매수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중간에 오고 간 애길 정리해 볼까요. 매수자는 ‘그 옆 땅이라 하더라도 시설물을 철거해 주면 자기가 매수하겠다, 하지만 1달안에 해달라는 특약을 계약서에 넣어 달라’ 저는 그런 장담은 해드릴 수 없다, 그런 계약은 할 수 없으니 계약금을 돌려드리고 시설물을 철거한 후에 다시 매매계약을 진행하자고 했습니다.

매수자는 그럼 계약파기에 해당하니 가계약금의 배액배상을 해달라고 합니다.

저는 이런 경우 착오에 의해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고, 본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으니 배액배상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무리한 요구사항이 들어가는 계약인 줄 알았다면 애초에 할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계좌번호 안 불러주시면 저는 공탁을 걸겠다. 원하시면 소송을 하시라고 했습니다.
결국 매수자는 가계약금을 돌려받는데 자기가 5번을 오갔으니 교통비 5만원은 얹어서 보내달라고 합니다. 약간 부아가 치밀락말락 했는데 앞으로 계속 매매계약을 진행할 부동산 사장님 입장을 봐서 105만원을 돌려줬습니다. 결국은 이렇게 3900만원 매도계약은 날아갔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은 미안한지 저보고 매도가를 더 올려서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격을 올려서 다시 진행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사이에 비닐하우스는 철거하겠다고 하고 그날의 일은 마무리지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땅 위의 타인 시설물을 철거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과 일종의 두려움(?)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부동산중개업소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경매 공부하기 전에는 몰랐으니까 십분 이해는 갑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매수자가 나타납니다.

3900만원짜리 계약이 깨진 후 경작자에게 비닐하우스 철거를 요청하자 경작자는 6월까지 오이농사를 우리 땅에서 짓게 해주면 그 다음에 철거를 하겠다고 합니다. 너무 매정하게 몰아치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두 세 달 지났을까 다시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4400만원에 매수자가 나타났답니다.

1년 이내 매도시 세율이 높긴 한데, 매도하고 다시 재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게다가 지난번보다 높은 가격이니 내심 기다린 보람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부동산에 매도의사가 있음을 내비치고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금방 올 줄 알았던 전화가 2일이 지나도 오질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먼저 전화를 하긴 그래서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3~4일 지나고 나서 별 말이 없길래 매수자가 마음이 바뀌었나 보다하고 기대를 접었습니다.

1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오후 늦게 부동산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부동산 : 사장님~ 4400만원은 힘들고 4000만원에 해주시면 사겠다는데 하시겠어요?

나 : 흠 400이나 깎으시네요..

부동산 : 성토도 해야 할 것 같고 비닐하우스도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하니 그 정도는 깎아주셨음 하네요.

나 : 성토는 제가 해서 넘겨드릴 수 있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서 어떻게 할까 생각했습니다. 팔까 말까…지난번 3900만원 보다 100만원 그래도 더 받는데 4000만원에 파는 게 낫지 않을까?

이 생각 저 생각 가만히 앉아서 상념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부동산 사장과 전화하던 중 들었던 말이 갑자기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사장님 물건을 물어보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요.”

농지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 내가 놓친게 있나?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구글로 폭풍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양주시 백석읍 도로계획
이거 같은데…장흥에서 광적까지 기존 국지도 39호선의 확장 및 선형개선사업으로 2020년 5월 착공, 25년 완공 목표로, 홍죽산업단지와 부근 산업단지의 물류를 원활히 하고 양주시 서부권역의 개발을 위한 사업이란 내용입니다.

교통망이 좋아지면 땅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니 조금 더 보유하면 지가상승은 불을 보듯 뻔할 것 같았습니다.

불과 몇 번의 구글링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낙찰만 받아 놓고 내 땅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서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 날 부동산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부동산 : 선생님 생각해보셨어요?

나 : 네… 저기 좀 알아봤는데요, 국지도 39호선이 착공한다면서요? 그래서 좀 더 보유하기로 했습니다.

순간 짧은 침묵이 흐릅니다.

부동산 : 아…그러세요? 그럼 그렇게 하는게 맞아요.

부동산의 당황하는 반응을 보니 그게 맞았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보상은 4월에 끝나고요, 5월에 착공 들어갑니다.”

매도하려고 하는 측에는 보유물건과 관련된 호재를 알려주면 당연히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니까 부동산은 알려주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이틀 지나서 부동산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부동산 : 선생님 지난번 그분이요, 4400만원 다 드릴 테니 파시라는데요.

나 : 네? 다 끝난 이야기잖아요. 죄송한데 지금은 매도의사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왜 400만원을 깎으려고 해서…그냥 호탕하게 사지.

3일 정도 지났을까… 또 전화가 옵니다.

부동산 : 사장님?(멋쩍은 웃음과함께) 저기 그 분이요, 꼭 경작을 하고 싶어서 그러시다는데 지분으로라도 좀 파시면 안되냐는데요?”

헐……

나 : 지분이요?ㅋㅋㅋ 그런데 말입니다. 그분은 그렇게까지 사고 싶은 생각이셨음 왜 400만원을 깎으려고 하셨대요? 그냥 말 나왔을 때 사신다고 했음 우리가 모르고 그냥 팔았을텐데. ㅋㅋㅋ

부동산 : 아놔 그러게 말이에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사장님 나중에 다시 파실 생각 있으면 연락주세요.

나 : 네, 제가 다른 부동산에는 안 내놓고 사장님한테만 맡길게요.

그 이후 연락이 다시 오지는 않았답니다.

일련의 일을 겪고 나니 계속해서 투자자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서도 공부를 게을리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시세보다 싸게 낙찰을 받아 현재시세로 되팔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던 물건이어서 해당 토지의 미래가치에 대한 조사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손품만 팔아도 알 수 있었던 내용인데, 그래도 운이 좋아서 매매가 이루어지기 전에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4월의 마지막 주에 매매협상은 그렇게 기분 좋게(?) 결렬이 되었답니다^^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
2020년 게재된 ‘하비스트89’님의
‘2100만원에 낙찰받은 토지 8개월만에 4400만원에 매도할 뻔한 사연’를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