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을 양도받아 영업을 시작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다행히 공실도 적고 안정적으로 잘 영업하고 있어요. 처음이고 생소했지만 행크 덕분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2가지 덕분이었어요.

1. 햄든호빵님의 강의를 들었다

행크에듀 강의는 큰 도움이 됩니다. 강사인 햄든호빵님은 여러개의 고시텔을 운영하며 얻은 각종 노하우들을 낱낱이 알려주시는데, 하나도 허투루 넘길 것이 없었습니다.

강의 내용 모두 정확히 숙지하는게 아주 중요합니다. 잘 메모하고 정리해놓으면 실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왜 현업에 계신 고시원 원장님들이나 중개하시는 분들께 밥도 사드리고 술도 사드리면서 겨우겨우 노하우를 듣잖아요. 강의에 훨씬 자세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2. 고시원 매물을 최소 20개~30개 확인했다

고시원을 처음 보면 외관에만 눈이 갑니다. 웬만해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임장을 많이 다녀봤다면 미세한 차이나 장단점이 빨리 보이겠지만, 대부분은 사업 경험도 없을 것이기에 결국 좋은 물건을 찾으려면 많이 봐야만 합니다.
저 역시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임장했는데 결국 첫날 본 물건을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첫날에는 보지 못했던 상대적인 장점이 보면 볼수록 차차 드러나더라고요.

물건을 보는 눈이 생겨야 좋은 물건을 가질 수 있어요.

고시원 이렇게만 고르면 절대로 안 망합니다

나만의 고시원 고르는 원칙

1. 환금성
2. 잠재력
3. 치유 가능한 하자
4. 고정비
5. 교통
6. 주변 원룸시세
7. 관리 용이성

막상 고시원을 계약하려고 하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매물을 고르기가 참 어렵습니다. 보는 눈이 생겼기 때문에 장점도 보이지만 그만큼 단점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역에서 가깝거나, 황금노선을 끼고 있거나, 주변에 일거리가 많거나, 학생이 많거나, 경쟁 업체가 없거나, 방이 크거나, 영업이 잘되거나… 고려할 요소가 참 많습니다.

결국 이렇게 결론을 냈습니다. 팔방미인은 없다고요. 그래서 저만의 7가지 원칙을 만들고 우선순위를 정해 이에 부합되는 물건으로 계약했습니다.

1. 환금성
고시원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출구전략이었습니다. 훗날 운영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비용회수를 할 수 있는지 정말 중요하죠.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는 물건은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찾는다 해도 권리금이 어마어마하게 높기 마련입니다.

권리금이 아주 높아도 나중에 매수자가 부담이 되고, 너무 낮다면 당장 영업하기 힘든 상태로 투집해야 할 자금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지역이나 주변 건물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장 영업이 잘 되더라도 매도하기 힘든 물건은 배제했습니다.

지금 당장 내놓아도 매수자가 있을 만한 곳, 추가 자금을 투입한다면 그만큼 권리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했어요.

2. 잠재력
지금은 별로지만 손을 댔을 때 확 바뀔만한 물건이 있습니다. 기존 운영자의 운영마인드, 낙후된 인테리어 등에 의해 잠재력을 살리지 못한 케이스입니다.

이런 물건들은 영업이 잘 안되고 권리금도 저렴합니다.

만약 영업이 잘 되고 고시원 컨디션이 좋아진다면 권리금이 많이 오를 만한 곳을 선택했습니다.

낡은 빌라나 허름한 아파트를 낙찰받아 인테리어 후 성공적으로 임대·매도했던 경공매 경험이 물건의 잠재력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참고사진)

3. 치유 가능한 하자

사과를 살 때도 크고 탐스러운 사과는 비싸고 하자가 있는 사과는 저렴해요.

고시원도 마찬가지로 컨디션이 좋은 고시원은 비싸고 하자가 있는 고시원은 저렴합니다.

건물의 하자는 이론상 원상복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비용과 기간이 어느정도 드는지, 그리고 그 하자가 복구된 뒤에도 재발가능성이 있는지 하는 것입니다.

고시원의 가장 큰 문제는 누수인데요. 건물의 외벽이나 옥상 누수는 공용부분이라 상가 관리단이나 공동의 비용으로 해결하고, 위층의 누수는 위층에서 책임지고, 내 고시원에서 아래층에 누수가 된다면 내 책임이라고 하면 좋으련만…

현실에서 누수는 책임을 가리기 어렵고 원인도 복잡합니다. 막상 책임을 가린다고 해도 책임져야 할 주체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적용범위가 제한적이고요.

하자있는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치유 가능한 하자가 있는 물건을 싸게 사야 합니다.

충분히 임장해 드러난 하자와 드러나지 않은 하자를 파악한 뒤 전문가에게 견적을 맡겨 적절한 가격에 보수할 수 있다면, 공사비만큼 저렴하게 매수할 수도 있지요. 영업이 잘 되면 나중에 권리금을 높게 받을 수도 있고요.

4. 고정비
고시원 운영의 목적은 수익입니다. 저는 투자를 위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고시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야 하는데 고시원의 수입은 거의 고정적이었습니다. 부가적으로 원생들에게 판매할 만한 것들이 없기 때문에 방 개수로 최고 매출액이 정해지고 공실에 따라 오르내립니다.

수익을 내려면 공실이 적어야 하고 고정비를 낮게 세팅해야 합니다.

고정비는 임대료, 전기세, 수도세, 인터넷비용, TV비용, 인건비, 광고비, 부식비, 비품비, 각종 공과금, 시설보수금 등의 돌발비용 등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은 역시 임대료입니다.

저는 고시원 물건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너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는 물건은 배제했습니다.

영업 외적인 이유로 원생수가 급감할 수 있는데 고정비가 너무 많이 들면 수익이 적게 나거나 심지어 적자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는 고시원 전용 직수관 연결을 해서 절약된 수도요금으로 공사비용을 회수하고 있고, 보일러도 콘덴싱으로 교체 후 가스비가 많이 절약되었습니다.

고정비용은 줄였지만 라면은 신라면 짜파게티 팔도비빔면 등 선호도 높은 것으로 준비하고 김치도 국산김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제와 린스도 국내 대기업 제품을 제공하고요.

원생들에게 직접 지급되는 것은 무작정 아끼는 것보다 만족을 드려야 결국 오래 머물고 고시원 수익도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5. 교통
직장이나 학원에서 가까운 고시원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교통이나 접근성은 아주 중요합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노선이 많으면 많을수록, 고시원을 이용할 수 있는 잠재 고객들이 많고 원생들이 덜 피곤해 합니다.

2호선이나 9호선 바로 앞에 자리잡은 고시원은 금방 만실을 채울 수 있어 가격도 비싸지요.

또 고시원 관리를 도와주는 청소아주머니 분들께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통이 너무 안 좋은 곳은 일하는 분을 구하기 많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도 제가 원하는 여러가지 조건에 부합되고 경제성이 있으면서도 교통이 편리한 곳을 찾으려 노력했고, 지하철역 바로 앞은 아니지만 걸어서 지하철역을 이용할 수 있고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을 정했어요.

건물 주차장 유무와 주차장 크기도 체크해 보면 좋습니다. 적어도 원장의 상시주차는 필수고, 방문객도 수월하게 주차하는 곳이 좋습니다.

고시원을 보러 올 때는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자차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원생들의 주차공간은 있으면 너무 좋지만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참고사진)

6. 주변 원룸시세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기존보다 입실료를 더 올릴 수 있어요.

그런데 주변의 원룸이나 오피스텔 시세가 고시원 시세와 비슷하거나 낮다면 아무리 리모델링한 고시원이라도 가격을 올리기 힘들거나 조금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월세 외에도 고시원에는 없는 관리비와 인터넷비용 심지어 쌀과 라면 김치 등의 비용이 듭니다. 단순 월세만 비교해서 비슷하다면 가격 저항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리 주변 원룸시세와 오피스텔 시세를 정확히 체크해서 적절한 고시원비를 산정해야 합니다. 저희는 신규 입실생의 원비를 기존 대비 많은 금액을 올려 받을 수 있어서 비용회수도 빨리 하고 있고 수익성도 많이 높아졌습니다.

7. 관리 용이성
좋아 보이는 물건들 중에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여러 층을 쓰는 물건은 일단 제외했어요.

여러 층을 쓰는 물건의 경우 3층은 여성전용, 4층은 남성전용 이런 식으로 구분해 운영할 수 있기에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어요.

엘리베이터가 없어도 2층이거나, 방 크기가 크고 햇볕이 잘 들거나, 지하철 역 바로 앞이라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입실자분들의 편의성과 관리의 용이성을 생각해 엘리베이터가 있고, 건물 한층 전체를 쓰고 있는 곳을 선택했어요.

한층 전체를 사용하면 좋은 점이 있어요. 전용공간뿐만 아니라 복도 등 공용공간도 모두 전용공간처럼 쓸 수가 있어서 계약한 공간보다 넓게 쓸 수 있어요.

저는 이 7가지 원칙으로 고시원을 골랐지만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탕수육 먹을 때도 부먹파 찍먹파 나뉘는데 누구도 틀리지 않잖아요. 모든 요건을 다 갖춘 고시원을 찾기는 불가능하고, 찾아도 수익성이 없을 것입니다.

찍먹파가 타의에 의해 부먹하면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은 것처럼, 내가 운영하고 싶은 고시원을 운영해야 즐겁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시원 창업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위 경험담은 2021년 12월 게재된 ‘하늘물들이기’님의
‘나만의 고시원 고르는 원칙 7가지’를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