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경매를 하다 보면 낙찰을 잘 받았는데, 그래서 잔금 납부를 하려고 대출을 알아 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법원에서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다. “채무자쪽에서 집행정지가 들어왔습니다. 입찰 보증금 찾아 가세요”
“네에? 진짜요?.. 어쩔수 없죠. 알겠습니다.”
위의 내용은 초보자들의 겪는 일반적인 반응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법원에서 이래저래 이야기하면서 입찰 보증금 찾아 가라니 군소리 없이 “예~” 했었다. 그땐 그게 맞는줄 알았다. 대충 해석이 경매가 취소가 되었으니 즉, 경매가 없던 걸로 되었으니 아쉽지만 낙찰은 무효로 하고 냈던 돈이나 찾아 가라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리고 법원이 이야기 하는데 까라면 까야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은 한 참이나 뒤에 알게 되었다.
낙찰이 되었다하더라도 채무자측에서 집에 대한 과도한(?) 애착으로 시간을 지연 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집행정지신청을 많이 한다는 것을.
왜 채무자는 집행정지신청을 하는 걸까? 무엇을 노리는 걸까?
📌 실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집행 정지신청이 가능하다. 즉, 채무자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경매를 멈춰달라”고 하는 뜻이다.
청구이의의 소: 채무자가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소송
소유권확인 소송: 제3자 명의 이전 주장 또는 진정명의회복 소송
배당이의 소송: 채권자의 권리를 다투는 소송
이러한 이유등으로 집행정지신청이 들어오면 낙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부터 낙찰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잔금을 내고 싶어도 허가결정을 내어주지 않으니 잔금을 낼 수 없고, 그러하니 소유권이전을 못 하니 낙찰을 받긴 받았는데도 왠지 내 집이 내 집이 아닌 상황. 그리고 언제 내 집이 될 지 모르는 속절없는 시간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법원에서 입찰보증금을 찾아가라니 찾아 올 수 밖에. 그러는 사이 채무자는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단순히 신청했을 수도 있고, 지인이나 제 3자에게 돈을 빌려 경매를 취하해 보려는 속셈일 수도 있고, 최근에 많이 쓰는 부동산 시세의 상승을 기대하며 시간을 끌려는 목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여튼, 낙찰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매각허가결정 확정 후, 집행정지의 효력, 그리고 낙찰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된 이후에는 집행정지 신청을 하더라도 경매절차 자체는 중단되지 않는다. 즉, 이미 소유권이 이전될 수 있는 시점이므로 낙찰자의 권리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상태이다.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면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하고 경매절차는 종료된다.”
[민사집행법 제137조]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매각허가결정’ 확정이 되기 전에 통상 집행정지신청이 들어오기 때문에 낙찰자는 경매 낙찰을 포기하고 입찰보증금을 찾아오거나(경매 취소됨) 아니면 매각허가결정이 나올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경매취소는 아니나 집행정지가 기각되거나 판결이 나야 잔금 납부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낙찰자는 하염없이 집행정지신청이 기각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뭐라도 해 보긴 해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상대방이 낸 집행정지의 이유가 타탕성이 없다고 한다면, 빨리 매각허가결정을 해 달라고 ‘매각허가결정 속행신청서’를 내는 편이다. 판사님 역시 이러한 것들이 남발되는 것들을 알고 있어 요즘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는 기각처리를 하고 빨리 진행을 하는 편이다. 예전의 나도 아무것도 몰랐을때는 법원에서 집행정지가 들어왔으니 보증금 찾아가라고 하면 냉큼 가서 찾아왔다고 하면 이제는 왠만하면 시간을 투자 삼아 두는 편이다. 보증금이라고해봐야 아주 크지는 않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이라면 충분히 시간 투자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서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500만 원 수익 보려다 잊고 살았더니 수익이 8600만 원!
위 물건은 우리 수강생분이 동기 몇 명과 같이 투자를 한 물건이다. 좋은 위치라서 잘 받았다고, 축하 메세지를 얼마전에 보낸 것 같은데 얼마 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집행정지신청’이 들어 왔다고, 어떻하면 좋겠냐고 물어 온 것이다. 그래서 입찰보증금이 급하면 법원에서 시키는대로 찾아오면 될 것이고, 그리 급하지 않으면 기다려 보는 것도 좋겠다, 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즉, 이 사건 역시도 채무자가 시간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집행정지신청을 넣은 것이고, 우리 쪽에서도 속행신청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허가결정 확정이 되지 않아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있었다.
법원문건내역
그렇게 낙찰을 받고 시간은 흘러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궁금하여 제자분에게 물어보니 그냥 큰 금액이 아니라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전화 너머에 많이 지쳐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결국은 집행정지가 끝이 났고, 서둘러 잔금을 납부 한 후 명도도 한 달음에 끝을 냈다. (배운대로 했으니)
그리고 간단히 청소를 하고 부동산에 내 놓았다. 그런데 부동산에 내 놓은지 보름 만에 매수자가 나타나 계약 완료.
세전으로 8600만 원이다. 대~~박!
입지가 좋아서 그 사이 부동산 경기가 별로인데도 불구하고 이 곳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제자분은 너무 감사하다고, 선생님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500만 원 벌려고 들어간 건데 이렇게 큰 수익으로 돌아올지 몰랐고 많은 것들을 또 배우게 되었다며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이런 칼럼을 쓰는 이유는 얼마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연으로 제자분이 물어 온 적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고 적어 보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아는 것 같지만 실전으로 부딪혔을때 머리가 하얗게 된다.
경매나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똑똑하지는 않지만 닥치는 것에 대해서는 피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하다보니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많은 것들을 부딪히고 처리하게 되었다. 결국 그것은 똑똑함 보다는 마음의 의지였다, 라는 생각을 한다. 가끔은 도망가고 싶고, 또 가끔은 왜 이런 일을 벌려놓았을까? 라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당장은 힘겨움에서 나오는 칭얼거림일 것이다.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가지 않고, 이불 확 뒤집어 쓰고 세상속에서 숨어버리고 싶지만 그냥 묵묵히 일어나 한 걸음씩이라도 내 딛일때 그것이 힘이 되는 것이다. 그 묵묵함에 찬사를 보내며 오늘도 킵 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