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광주 땅을 낙찰받았다. 평당 6만원이 안 되는 금액이었다.

반듯한 논으로 지분매각, 권리관계가 복잡하다. 공유했다가 공유물분할로 지분을 해소했다. 그러나 지분해소 전의 근저당권설정등기 실행으로 경매가 진행된 물건이었다.

구분소유적 공유 물건으로, 여러 필지이기에 권리면적 계산도 헷갈린다. 그냥 물건명세서 목록만 보고 입찰했다.

지분매각이기에 처리가 쉽지 않다. 지분을 해소하자면 협의를 해야 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소송으로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 머리 아픈 물건이다.

지분권자 중 사겠다고 덤비는 사람도 없고, 그걸 또 해소해서 판다고 하더라도 얼마 수익이 안 나온다는 것은 경매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0여년 전 회원 중에 이런 분이 있었다.

종잣돈은 없고 경매는 너무 하고 싶고. 결국 아버지가 장가 갈 밑천으로 사준 30평대 아파트를 팔았다. 그리고 그 돈으로 정말 열심히 경매를 했다. 위장임차인과 씨름하고, 유치권 깨러 변호사 만나고 다니고, 사고팔고, 또 사고팔고. 4년 동안 1억 남짓 벌은 것으로 기억한다. 대단하다.

그런데 그분이 4년 전 팔았던 그 아파트가 그새 3억이 올랐단다. 치고받고 명도하고 생 난리를 치면서 1억 남짓 더 벌었으나…집에 그냥 가만히 자빠져 있어도 3억은 벌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손가방의 영문잡지와 우아하고 늠름했던 그 모습은 어디가고, 이제 그의 몸에서는 온통 법정 냄새만 진동을 한다. 영문잡지는 간데없고 경매정보지만 가득하다.

20년 전인가, 인천 남동공단 입구 남촌동에서 벤츠를 들이받았다. 일단 파출소로 갔다. 대출 이야기하고 벤츠 주인은 먼저 나갔다.

순경이 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얼마 전까지 똥지게 지고 다니면서 농사짓던 놈이 출세했다고…

당시 남촌동에 개발 붐이 일면서 땅값이 많이 올랐다. 똘똘하다고 자처하는 놈들은 땅값이 따블, 따따블 하니까 다 팔고 떠나고 벤츠 주인 같은 사람들은 끝까지 안 팔고 농사만 지었단다.

팔고 떠난 놈은 지금도 다른 곳에서 농사짓고, 미련하게 버티던 사람은 벤츠타고 농사지으면서 재벌 소리 듣는단다. 누가 똑똑한건지… 이런걸 보면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이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동산이란게 사고팔고 하는 것도 좋지만, 위와 같이 재투자를 할 생각이라면 그냥 참고 기다리는게 돈이 되지 싶다. 경매를 오래한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도 그렇다. 얄팍한 수익에 눈이 멀거나 다른거 사고 싶어서 처분하고 땅을 친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7000만원에 산 수원 땅을 3년 보유하다가 IMF때 돈이 없다고 아내가 하도 뭐라 해서 8000만원에 팔았다. 내게 땅을 산 아줌마는 2년 가지고 있다가 10억에 팔아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혈압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를 포함해 식구들이 적응을 잘 한다. 근데 적응 안하면 어쩔껴, 그 아줌마가 마누라 친군데… 지금도 바가지 긁을 때마다 그 소리 하면 찍소리 못한다.

경매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경매는 힘든 것이 아니니 절대 힘들게 경매하지 말라고.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
2017년 4월 게재된 ‘조재팔’님의
‘경매가 힘든 것인가’를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