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면 꼭 서울 사람보다 경기도 사람이 먼저 도착하기 마련입니다.

그 날도 그랬습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강남역 주변을 슬슬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서초동 방향으로 신기한 빌딩들이 있기에 두 블록 정도 지났더니 그 유명한 금싸라기땅 롯데칠성 부지가 나오데요? 그리고 경부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눈에 들어오던 진흥아파트!!!

강남 진짜 한복판에 1986년 재건축한 2390세대 아파트가 있다? [아분파]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더 사들고 간판이 마음에 드는 부동산에 들어갔습니다.

헤헤헤~ 우리집 강남 사는 체하며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아니 선생님, 그래서 엄마한테 이 동네 어떤 아파트가 괜찮다고 해야 하는 거에요?”

강남 산다면서 삼풍도 몰라요?
(어떻게 알아요, 사실 안 사는데…)

삼풍아파트 위치

바로 1980년대 중반 강남으로 가보죠. 그쯤이면 강남은 개포동까지 개발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삼풍아파트가 준공된 시기는 1986년입니다. 교대역 초역세권 대단지 아파트가 왜 그때서야 준공했나. 이유는 어렵지 않아요. 강남은 ‘이것’을 하면 껑충 값이 오르잖아요?

그거 그거. 그렇습니다. 재건축입니다.


옛 외인아파트, 위쪽 공터 부분이 현재 반포자이와 메이플자이 등 반포동(잠원동) 주택지구

삼풍아파트 자리는 강남개발 초기 외인주택단지가 들어섰던 곳입니다. 그 당시 ‘외인아파트’ 하면 입지적으로 가장 뛰어난 곳에 위치했습니다.

그래서 ‘강남개발 1기의 방점을 찍은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삼풍아파트는 여느 아파트와 차별화된 점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대단한 점이 전 세대 30평 이상 중·대형평수와 세대당 1.58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주차대수, 그리고 지하주차장이었습니다.

덕분에 무려 2,390세대에 달하는 삼풍아파트 청약은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10대1을 기록했고, 즉시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40년 전에도 강남 아파트 당첨은 로또와 같았던 것 같습니다. 1990년대 초반 전용 177㎡가 10억을 넘어섰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니 왜 옛날엔 강남 아파트를 대표하는 ‘압서방’이라는 말이 있었다죠. ‘압구정 현대, 서초 삼풍, 방배 삼호’까지 가장 잘 나가는 아파트들이었다고.

지금이야 하도 10억을 많이 봐서 감흥이 없을 수도 있지만, 1990년 삼성전자 대리 급여가 월 70만원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넘사벽’ 그 자체 아니었을까요.

‘삼풍’이란 명칭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였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은 설마~ 하셨겠지만, 삼풍백화점과 삼풍아파트는 맞닿아 있었습니다.

백화점 붕괴 당시 헬기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주민들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참혹한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파트 옥상에서 촬영된 영상도 상당하고요.

백화점 붕괴로 인해 아파트 안전성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한때 아파트가격이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시공사가 다른 곳이었는데도요.

일부 주민은 사고 현장을 목격한 후유증으로 인해 아파트를 떠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매수한 분들은… (아마도 큰 수익을 내셨겠지요.)


삼풍백화점 자리에 지은 아크로비스타(좌)와 삼풍아파트(우)

삼풍아파트는 서초동 법원, 강남 중심업무지구와 가까운 만큼 상류층 사람들이 많이 보유하고 거주하고 있습니다.

용적률이 221%로 사업성이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되기만 한다면 강남·서초 내 어떤 아파트와 비교해도 입지 특히 직주근접과 학군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세대수가 많은 79㎡의 경우 3월 실거래가 30억을 돌파했습니다. 반면 37년차를 맞은 구축인 만큼 전세가는 8억 중반부터 9억원까지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래도…인테리어 한 집들 보면 완전 새집인데요?

삼풍아파트는 2023년 11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재건축 초기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시작부터 계단을 하나하나씩 오를 때마다 큰 폭의 시세 상승세를 보입니다.

삼풍아파트도 마찬가지로 2023년 3월 최고 22억, 2024년 4월 최고 25억, 2025년 3월 최고 30억에 거래되었습니다.

바로 이런 아파트가 서울 핵심지, 한번 사두면 절대 팔지 않을 부동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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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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