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피서철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올 여름 더위를 피해 어디에 다녀오셨나요. 혹시 속초나 고성으로 떠날 계획이라면 지금부터 전해드릴 이야기가 200%는 더 재미있을 겁니다.
며칠 전, 강원도 고성에서 함께 군생활 했던 임관동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화천으로 부대를 옮겼으니 놀러오라는데 ‘거기가 몇 사단이냐,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너는 왜 그것도 모르냐며 기겁을 합니다. 자기 눈엔 제가 여전히 그때에 멈춰 있나 봅니다.
잊고 있던 옛날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결국 DMZ를 볼 수 있는 케이블카(백암산 케이블카)를 타게 해준다는 작업(?)에 넘어가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찾아가겠다고 답했습니다.
문득 십수년 전 고성의 여름바다가 생각났습니다.
찌는 듯한 온도, 숨 못 쉬는 습도, 순찰로엔 거미줄, 무차별적으로 자라는 잡초, 담 넘어 방파제에 들어가는 낚시꾼, 밤바다에 검은 옷 입고 들어가는 여행객, 철조망을 뚫고 24시간 민간인 통제 백사장에 들어가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연인들…
딱 한달뿐이었던 그때의 북적북적한 바다 생각에 등골이 찌는 듯했습니다.
해안GOP에서 철수한 얼마 뒤 여름이었습니다.
금요일 당직인 부소대장이 뜬금없이 “소대장님 내일 퇴근하면 우리집에 같이가자~ 막국수 사줄게”랍니다.
‘와이프 몰래 뭐 샀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기에 일단 알았다 하고 어떤 막국수를 사줄지 은근히 기대하며 기다렸습니다. (고성에서 유명한 백촌막국수를 처음 알려준 이가 이이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하는 부소대장을 따라 오랜만에 바다를 따라 쭉 펼쳐진 7번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 친구가 자기 신혼집이라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본 저는 말 그대로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야, 어떻게 저기 아파트가 있어. 저기 왜 아파트가 있어!!!’
거진성원오션상떼빌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에 있는 성원오션상떼빌은 백사장 위에 지은 아파트입니다.
2006년에 준공했고, 총 3동 196세대에 최고층수는 15층입니다. 무엇보다 ‘전 세대 오션뷰’라는 장점이 압도적입니다.
제가 경악했던 것은 해안소초에서 근무할 당시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소초 건물이 백사장 위에 얹어놓은 가건물이었는데, 너울성파도가 한번 오면 ‘어?’하는 순간에 바닷물이 건물 안으로 밀려들어오거나, 이후 백사장이 어떻게 깎이는지를 잘 알고 있었거든요.
여기 아파트를 지으면 지반이 남아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 ‘무섭지 않냐’고 물었더니 저보다 훨씬 오래 이곳에서 근무했던 이 친구는 이렇게 답했습다.
“응, 여기 전세야. 나 전역 일년도 안남았잖아.^^”
사진=호갱노노 거주자 후기
부소대장이 전역한 이후 외부 출장이 잡혀 이곳을 스쳐갈 때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생각났습니다.
그러다 저 역시 전역했고,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초여름 오징어, 겨울 도루묵 먹으러 속초·고성에 일년에 한두번씩 가도, 굳이 이곳까지 올라갈 일은 없었습니다.
이 아파트가 문득 생각난 것은 2년 전, 우리 카페에 [피서특집]을 만들던 시점이었습니다.
속초는 2017년 양양고속도로 개통 후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속초 조양동과 고성군 봉포·천진 일대에 신축 아파트가 과하다 싶을 만큼 지어졌습니다. 생숙은 더 과하게 짓기 시작했고, 일부는 강남에서 분양을 하더군요.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생각하고 자료를 수집하던 중 문득 이 아파트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경쟁력 면에서 속초에 범접할 수 없기에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 다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현재 경매 진행중인 오션상떼빌 28평(전용 70㎡) 아파트입니다.
15층 중 9층으로, 권리분석 깔끔하고, 1회 유찰된 이유는 감정가가 너무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해당 물건의 감정가는 2억8200만원으로 책정되었으나, 최근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 5월 같은 동 같은 층이 2억5300만원에 거래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2억900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이후 거래마다 소폭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번 입찰의 최저가는 1억9740만원입니다. 3개월 전 거래가격에 비해 5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큰 변수가 없는 한 낙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리모델링한 거진오션상떼빌 / 사진=한샘리하우스 속초점
거실에서 보는 오션뷰 하나만으로도 모든 단점이 가려지는 세컨하우스가 최저가 1억원대에 경매 진행중이라면 눈과 귀가 솔깃해지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과거 책임구역이 거진읍 바다였다면 진지하게 입찰을 고려해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 보고 들었던 단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과거 너울성 파도로 인한 침식 문제가 이슈화된 바 있습니다.(고성군에서 복구공사)
주변에 편의점 하나..
대부분 입주민이 세컨하우스로 활용하다 보니 인근에 편의점 한곳 외에는 편의시설이 전무하고, 하나로마트까지 700m 거리라 걸어갈 수는 있는데 걸어가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속초시내까지 차량으로 40분
속초 중심인 속초관광수산시장까지는 차로 40분 이상 소요됩니다.
양양고속도로로 속초에 진입했는데 30~40분 더 올라가야 한다는건 상당한 부담이지요. 몇번 오가다 보면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가끔 찾아가 하루이틀 머무는 세컨하우스로 쓰기에 이 아파트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오션뷰는 아니지만 속초시내에 비슷한 가격의 대안이 많고, 오션뷰에 편의시설도 어느정도 갖춘 아파트를 찾자면 봉포·천진·아야진 정도가 마지노선입니다.
만약 여유롭게 한달에 일주일 또는 가끔 한달살기하며 조용하게 지낼 세컨하우스를 고려한다면 이 물건을 눈여겨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제주를 제외한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아마 이곳 오션뷰를 능가할 아파트는 없을 테니까요.
이번주와 다음주가 피서의 끝자락일 텐데, 속초와 고성 여행을 계획한 행크 회원이라면 화진포나 통일전망대 가는 길에 한번 들러 임장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거진읍 해오름해변길 70
PS: 아파트에 멀지 않은 곳에 영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횟집(해동회식당)
영화 촬영지(대진항)도 있으니 함께 들러보시면 좋아요.
강원도 속초시
“어부들은 삼경(三更)이면 목마(木馬)를 타고 파도 위를 달려간다. 육지에 나락밭이 있듯 검푸른 바다에는 고기밭이 있다. 억센 밧줄을 움켜잡고 평생을 그 고기밭에서 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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