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매 사건의 권리분석은 어려울 것이 없다.

첫번째로 말소기준권리를 찾고, 두번째로 그 말소기준권리보다 선순위로 성립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만 살펴보면 되기 때문이다. 경매 물건의 상당수가 말소기준권리보다 선순위로 성립한 권리가 없는 경우가 많기에 권리분석 단계에서 크게 어려운 경우는 없다.

다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경우가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경우이다. 선순위임차인이 있는 경우, 잘못된 권리분석을 하게 되면 선순위임차인의 보증금까지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전세권’과 ‘임차권’이 동시에 설정된 경우에 권리분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잘 알고 있다고? 과연 그러할까.

전세권과 임차권을 동시에 설정한 임차인, 이 경우의 경매 권리분석.
아래 경매 물건을 살펴보자.

대구 소재의 아파트 경매물건으로 다소 권리분석 방법이 헷갈릴 수 있는 사례이다.
전세권과 임차권이 동시에? 이런 경우 권리분석은 좀더 주의하자

위 경매물건을 보면, 감정가 6.27억원에 나온 아파트인데 첫 낙찰은 6.02억원에 낙찰이 되었다가 불허가결정이 되었고, 재경매절차에서 단독으로 5.62억원에 재낙찰이 되었다.

특별해 보이진 않는 평범한 아파트 물건이다.

권리분석을 위해, 먼저 말소기준권리를 찾아보자.

말소기준권리는 2021. 3. 15.자 근저당권이다. 이 권리보다 먼저 설정된 ‘최장0’의 전세권이 있다. 경매정보사이트에서는 이 전세권을 “인수”라고 기재해두고 있다.

다음은 임차인 현황을 살펴보았다.

전세권자와 동일한 임차인이다. 전입일자는 2020. 5. 4.이고, 확정일자는 2024. 3. 26.이다.

보아하니, 임차인 최장0 씨는 (1) 전세권 설정을 먼저 하고, (2) 전입신고를 했으며, (3) 확정일자는 전혀 받아놓지 않았다가 임의경매가 시작되자 그때서야 확정일자를 받아서 배당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 금액은 4.5억원에서 0.2억원을 나중에 증액한 것으로 보인다.

자, 여기서 바로 질문이다.

“이 경매물건,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는가, 인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잘못된 권리분석과 잘못된 낙찰 (= 전세권은 말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라 발생한 최악의 상황)
앞에서 본 것처럼, 이 경매물건의 감정가는 6.27억원인데 첫 낙찰은 6.02억원에 낙찰이 되었다. 그리고 두번째 낙찰은 5.62억원에 되었다.

감정가 및 시세와 큰 차이 없이 낙찰을 받은 걸로 보아, 첫번째 낙찰자와 두번째 낙찰자 모두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권리분석을 한 것이다.

이것이 과연 맞는 권리분석일까?

아마도 첫번째 낙찰자와 두번째 낙찰자는 이리 생각했을 것이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으니까, 선순위전세권도 배당요구를 한 것으로 보아 말소되겠지”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래 대법원 판례를 모르고 권리분석을 한 것이 틀림 없다.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다40790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의 지위와 전세권자로서의 지위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중 임차인으로서의 지위에 기하여 경매법원에 배당요구를 하였다면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한 전세권에 관하여는 배당요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은 ‘전세권자’로서의 지위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임차인’ 지위는 별개로 보아야 하므로, 주임법상 임차인으로서 확정일자를 갖추어 배당요구를 하였다 하더라도 전세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으로까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면 전세권자로서의 배당요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임차인으로서 임차인 최장0이 주임법상 임차인 지위에서 배당요구를 한 사실이 있다하더라도, 전세권자로서 배당요구로까지 당연히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즉, 배당요구가 없는 전세권은, 경매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매각물건명세서 비고란에서도 아래와 같이 경고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자 어떠한가. 위 대법원 판례까지 이제 봤다면 더더욱 “선순위 전세권은 인수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번째 낙찰도 임차인 인수조건이 없는 것처럼 이뤄진 것이다.

잘못된 권리분석과 잘못된 낙찰 (= 전세권은 말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라 발생한 최악의 상황)
선순위 전세권은 말소되지 않아 경매낙찰자가 인수해야 하지만, 그나마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볼 것이 있다.
선순위 전세권이 없어질 여지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검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주임법상 임차인”으로서 배당요구를 하여 보증금 전액 배당을 다 받는다면 그 배당금은 전세권의 설정금액과 겹치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 경우 경매낙찰자는 임차인에게 이미 전세권의 설정 목적을 사실상 달성했음을 이유로 전세권 말소요구를 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지, 한번 계산을 해봤다.
하지만 이것도 녹록치 않다. 다시 한번 등기부등본을 보자.

전세권 다음에 1.2억원의 근저당권, 약 1.8억원의 근저당권이 존재하고 있다. 이 2개의 근저당권의 합만 약 3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배당순위를 따져보면, 임차인 최장0의 주임법상 임차인으로서의 배당순위는 확정일자 날짜 기준으로 내려가므로 확정일자 날짜인 2024. 3. 26.을 기준으로 배당순위를 받게 된다. 근저당권 2개가 선배당되는 것이다.

결국 임차인 최장0이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종 낙찰가 5.62억원을 기준으로 하여 근저당권자에게 3억원이 선배당 되고, 임차인 최장0에게는 남은 2.62억원 정도만 배당이 된다고 계산을 할 수 있다. (물론 집행비용 등 빼면 임차인 배당금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럼 임차인 최장0이 배당받아야 할 약 4.5억원의 전세금 중 2.62억원만 배당이 되는 것이므로 적어도 나머지 1.88억원 이상의 돈은 경매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경매낙찰자는 5.62억원에 낙찰을 받았어도 별도로 임차인에게 내주어야 할 돈이 1.88억원 정도 더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감정가 6.27억원짜리 아파트를 7.5억원(= 낙찰가 5.62억원 + 임차인 보증금 인수 1.88억원)에 낙찰받은 셈이 된다.

감정가 6.27억원보다 무려 1.2억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경매 권리분석은 제대로 아는 사람에게 잘 배우면 쉽다.
그런데 어설프게 배우면 가끔 이런 사례에서 실수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두번째 낙찰자는 최근 매각대금을 완납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등기부를 떼보았다. 보아하니, 전액 현금으로 돈을 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액 현금을 준비하면서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까? 아니면 어설픈 전문가가 옆에서 잘못 바람을 넣은 것일까.

단순 경매 물건에 5.62억원이 넘는 돈을 현금으로 낼 정도였다면 나름대로 대단한 재력가 였음은 틀림 없지만, 잘못된 권리분석으로 인해 돈을 더 번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낸 5.62억원 중 현금 1.2억원을 바로 다른 사람(배당채권자)에게 선물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

항상 권리분석 또 확인하고 또 확인하자.

– Law빈훗 / 이시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