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저는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도권에 내로라하는 로데오, 맛집, 명도를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매를 한다고 했을 때도 아내는 아무 의심 없이 저를 믿어줬고 즐겁게 임장할 수 있었습니다.
첫 물건 역시 이처럼 즐거운 임장 끝에 시세보다 2500~3000만원 저렴하게 낙찰받았습니다.
우리는 준공공임대사업자를 내고 8년간 임대한 뒤 매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GTX-B노선 호재와 수년간 공급이 둔화될 지역이라 임대는 걱정 없을 것 같았습니다. 「부동산 절세의 기술」에 있는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낙찰받은 주말, 물건지에 찾아가 낙찰자의 대리인이라고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남겼습니다. 제 직업이 요식업이라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에 명도는 부담이 없었습니다. 손님처럼 예의만 잘 갖추고 경청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연락은 다음날 왔습니다. 전 소유자는 풀이 죽은 목소리였습니다. 돈이 너무 부족해 당장 나가기는 어렵다 하고, 저는 두 달 뒤까지 이사한다면 적정 이사비를 드리겠다고 이야기한 후 통화를 마쳤습니다. 제3자화법을 활용하니 조금 더 수월한 느낌이었습니다.
경매를 넉넉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사이클을 경험해보기 위해 입찰했는데 덜컥 낙찰받고 우리가 가진 돈에 비해 비싼 매물을 잡았구나 싶었습니다.
어떻게 해도 거의 무피에 가까운 투자였기에 임대사업자대출을 신청하고 신용대출가지 알아봤습니다. 책에서는 경락대출+종잣돈으로 최고의 수익률을 만들어내곤 했는데, 우리 부부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여러 방면으로 대출을 알아봤지만 원하는 대출을 받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고 마음고생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행복재테크 고수분들의 글도 보고, 저희처럼 맞벌이로 시작한 투자이야기 관련서적과 송사무장님의 경매 바이블, 지혜로의 필독도서 등을 읽으며 다시 힘을 냈습니다. 결국 경락자금대출과 와이프의 직장인대출을 더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전 소유자와 대화도 가끔씩 이어갔습니다. 여전히 돈이 없다는데 이러다 질질 끌려가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향후 절차를 알아듣기 쉽게 전해드렸습니다.
그러자 이사비용에 대해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50만원을 드리겠다 했더니 ‘내 돈이 5000만원이나 들어갔는데 고작 50만원 받고 나가냐’며 화를 내셨습니다.
내가 잘못했나, 의무도 없는데 잘 마무리하기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단 이야기를 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다시 상의 후 전화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상황도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전화해 다음주까지 이사한다면 70만원까지는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다음주가 지나면 바로 등기치고 인도명령절차가 진행된다고, 주말 동안 잘 생각해보고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
주말이 지난 월요일, 전 소유자는 내일 짐을 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수요일인 오늘 명도합의서와 함께 퇴거가 끝났습니다.
첫 낙찰, 첫 명도라 얼떨떨하고 ‘이게 진짜 내 집인가?’ 싶더군요.
하지만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곰팡이와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쓰레기를 보며 아차 싶기도 하고…그래도 도배와 청소만 잘 하면 신혼부부가 살기 딱 적당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다양한 감정이 오갔습니다.
남겨놓은 가구와 침대, 의자는 스티커 사다가 붙여서 밖에다가 내놓았고 벽지와 청소업체도 모두 예약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근처 시내에서 파티를 즐기고, 첫 낙찰받은 집에서 신고식이다 생각하고 하룻밤 머무르려 합니다.
지금은 대출규제도 많고 저희는 이렇다 할 저희 집도 없습니다.
정부정책에 따라 신혼부부특별공급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덜컥 빌라 경매를 시작할 수도 없고, 주택수에 산정되지 않는 오피스텔 매물로 월세 세팅을 시작한 것은 참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허리띠 꽉 졸라매고 사업체도 재정비를 잘해야겠지요.
이제 시작했을 뿐인데 저희 부부의 삶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확실한 소비패턴을 찾았고, 영화와 외식 한번 할 돈까지 모으고 있습니다.
괜히 연애할 때 이것저것 다하고, 이제야 경매한다며 제대로 데이트 한번 못해준 아내에게 미안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더 빨리 목표에 달성하고 싶습니다.
위 경험담은 2018년 12월 게재된 ‘시흥시인’님의
‘행크 입문 1달차에 낙찰! 2달차에 명도까지~~ 아주 아주 상세한 현실적인 후기’를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