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쓰는 주기가 다가와 한 동안 내내 무엇을 쓸가 고민을 하던차, 아래에 레노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사연이 다 있듯이 레노님의 인생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글 이었습니다.
고개숙여 그 노고에 감사합니다.
그래서 조금 저도 센치한 감정이 올라와 옛날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눈치를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스타일은 무언가에 꽂히면 끝까지 갔다가 오는 스타일 입니다. 좋게 이야기 하면 의지가 강하다, 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튼 예전이든 지금이든 무언가에 꽂히면 죽이되든 밥이되든 무조건 가야 합니다. ^^
위 사진은 제가 서른살 즈음에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나름 대박을 쳐서 신문과 방송에 많이 나왔던 시절의 사진입니다. 많이 나올때는 연매출이 60억 이상이 나왔으니 제법 규모도 컸습니다.
천만 원으로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 사업
둘째가 태어나면서 계속해서 아이들을 시댁과 친정에 맡겨놓기가 힘들었습니다. 하나는 대구에서, 하나는 충청도에서… 그러다 모아 놓으면 각자의 사투리로 소통도 되지 않고 서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할머니 밑에 각자 커서) 모습들을 보며 더이상 아이들을 이런 환경에서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아이 둘을 데려오고 적게 벌더라도 아이들하고 행복하게 살자, 라는 나름의 핑계를 대며 단칸방에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몇일이나 가겠습니까? 아이들도 지지고 볶고 싸우고, 남편과 나도 지지고 볶고 싸우고.. 거의 모든 원인은 돈에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퇴직금을 가불 좀 해서 오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미리 땡겨서 뭐라도 해 보겠다고.
그렇게 선언을 하고 자본금 천만 원으로 쇼핑몰 사업을 시작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템을 뭘로 하지?
막상 천만 원이 생겼지만 쇼핑몰 프로그램을 사오는데 당시에는 꽤 큰 돈이 들었습니다. 당시에 2백만 원을 들여 쇼핑몰 프로그램을 사고나니 남은 것은 800만 원. 도대체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 둘을 낳으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고 어느새 몸매는 88사이즈에 육박하여 어느 옷가게를 가도 제 사이즈에 맞는 옷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착안하여 큰옷 쇼핑몰을 만들었는데 구색을 갖추려니 윗도리, 아랫도리, 티셔츠 등 몇가지만 구입을 해도 돈이 많이 나갔고, 동대문과 남대문을 돌아 돌아 겨우 88사이즈까지는 구해서(사입) 갖다 놓았으나 그 이상의 사이즈를 가진 손님들의 항의가 빗발 쳤습니다. “이게 무슨 빅사이즈 쇼핑몰이냐? 누구 놀리냐?” 등등.
한 달 정도는 매출도 별로 없고, 이러다 곧 망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손님들은 더 큰 사이즈를 원했고 그렇다고 이태원에서 외국인들이 입는 빅.빅사이즈 같은 포대자루 같은 스타일은 아닌 거였죠.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나 역시 아이놓고 살이 찌고나서 청바지 맞는 것이 없는데, 청바지는 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아이템이니 차라리 청바지 하나로 사이즈를 여러개 늘려서 만들어 보자, 라고요.
생각은 기발했지만 만들어 줄 공장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동대문과 남대문 그리고 이태원을 샅샅이 뒤졌지만 트랜드에 맞는 빅사이즈 청바지를 구할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수소문중 포천쪽에 청바지 워싱 공장(청바지에 물을 빼는 작업 공장)이 많이 있다, 라는 정보를 듣고 무작정 포천쪽으로 매일 같이 출근을 하였습니다. 아예 공장에 터를 잡고 직원보다 더 해 매일같이 출근을 하여 청소며 커피 타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일이며, 허드렛일까지 하였습니다. 공장장님이나 사장님은 제가 원하는 물량은 너무 적어서 기계에도 못 들어 가는 수량이라며 안 된다 하였고, 앞으로 공장에 찾아오지 말라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미 저는 청바지에 꽂혔고, 한 번 꽂히면 빼지를 못하는 성격인 것을. 어느 순간 공장에 있는 사람들이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듯 하였지만 저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갔고, 누가 뭐라해도 공장 청소며, 커피 타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 사장님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50장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즉, 사이즈별로 10장씩. 32사이즈 10장, 34 사이즈 10장, 36 사이즈 10장, 38 사이즈 10장, 40 사이즈 10장.
그렇게 50장을 만들어 사진을 찍어 쇼핑몰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대박!!
이틀만에 전 수량이 소진이 되었습니다.
다시 찾아간 공장은 사장님이 기겁을 하시면서 ‘절대 안된다’ 라는 말을 철회하고 다음에는 100장, 그 다음엔 200장,
또 그 다음엔 500장, 1000장, 2000장…. 수량은 계속해서 늘어갔습니다.
디자인하는 모습
나를 위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아마도 이때 이런생각을 처음 해 본 것 같습니다.
‘나를 위해 24시간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처음 천만 원으로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습니다. 당시에는 포털 검색이 야후가 최고였습니다. 검색 키워드를 ‘빅사이즈’만 쳐도 우리 쇼핑몰이 줄줄이 검색이 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시장이 그 시즘부터 조금씩 시작하는 시기였어서 선점을 차지한 부분도 있습니다. 어째거나 자고나면 수백만원의 주문량이 들어와 있고, 새벽까지 택배 송장과 포장을 한 적도 많았습니다. 거의 석달마다 사무실 크기를 늘려 이사를 했고, 1년이 넘은 싯점에서는 작은 빌딩의 한 층이긴 하지만 건물도 사게 되었습니다. 휴일이면 여행을 좋아하니 여행을 다녀와서 주문량을 보면 또 수백건의 주문량이 들어와 있는 상태… 정말 이때는 돈으로 벼락 맞는줄 알았습니다. 이때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위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경험은 중요하나 내 몸을 갈아 넣지 마라
무리한 확장과 중국에서의 공장 신설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저에게는 버거운 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매출은 올라갔으나 대리점에서 나온 재고는 순식간에 나를 빚더미에 올려 놓았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할 때는 사진 찍어 팔면 그만이었지만 대리점 사업을 펼친 이후부터는 모든 리스크는 본사 우리가 책임을 져야 했으니 말이죠. 최종 부도처리를 하고 12억이라는 빚을 안은 채 회사는 매각이 되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혼도 이 때 하게 되었습니다.
참 할 말이 없었습니다.
몸이 부숴져라 열 여섯부터 낮에는 일하고 야간 고등학교, 야간 대학을 다니며 인생을 살면서 큰 아이 놓고 한 달 쉬어본게 다 인데 왜 나한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생기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때가 서른 중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 때의 몸의 기억이 있어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무엇이라도 해야하고, 누구라도 도와야 하고,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가만히 있는것을 불안해 합니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 스스로에게 큰 보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1년에 한 달은 내가 해 보고 싶은 것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는 것. 먼 나라 여행을 갔음에도 여전히 카톡을 보고 전화가 오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나를 위해 떠나보고 좋아하는 것을 해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경험은 중요하나 내 몸을 갈아 넣지 마라’
경험은 또다른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일을 모르면서 남을 시킨다는 것은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핑계로 오랫동안 버리지 못한다면 내 몸을 갉아 먹고있는 셈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내 몸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데 그것을 갈아 넣고 있다니요… 부디 그 경계선을 잘 찾아 보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사업을 함에 있어 일명 ‘게으른 투자’를 하자, 라고 합니다.
즉, 내 몸을 갈아 넣지 않는 (물론 경험은 중요합니다)
무인스터디카페, 소호사무실, 원격 펜션운영, 에어비앤비, 비대면 공간대여..
이런 사업을 하고 있고, 사업을 하지만 제 몸을 갈아 넣지 않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경매’ 입니다. ^^
요즘,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몇 달 되어가는데 진도가 잘 나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꽂혀 있는 상태라서 걱정은 안 합니다. 꽂히면 가야 하니까요. ㅎㅎ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늘 제가 하던 스타일로 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늘 자신을 설레이게 합니다. 응원 많이 해 주시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꼭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어게인 2001년’ 입니다. 저한테 하는 소리이죠. 여러분들도 언제나 파이팅 입니다. ^^
PS: 레노님의 칼럼을 읽고 즉흥적으로 센치해져서 써 본 글입니다.
부끄러워서 내일 아침에는 못 볼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그냥 읽으시고 웃으면 족합니다. ㅎ~
– 쿵쿵나리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