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채무자가 점유자인 경매에서 가장 쉬운(?) 케이스의 물건을 명도했습니다.
첫 낙찰받고 1주일이 지나 매각허가결정이 났습니다. 이해관계인이 된 저는 채무자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해당 경매계에 열람·복사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기록에 채무자의 연락처는 없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공법으로 해결하고자 주말에 해당 물건지로 출발했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브랜드아파트라 그런지 1층에 스크린도어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마침 딱 그 라인에 누가 이사를 해서 스크린도어를 열어놓은 상태였습니다. 올라가서 초인종만 누르면 되는 아주 편리한(?) 상황이 되었죠.
하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긴장돼서 심장이 계속 두근거렸습니다. 마음을 진정하고자 혼자 차에 1시간 정도 앉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응답이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문도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해간 안내문과 경매회사 명함을 문에 붙여두고 돌아왔습니다.
월요일 오전 10시쯤 채무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투넘버를 사용해서 바로 채무자의 전화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심호흡하고 받았는데 알고 보니 채무자의 와이프였습니다. 채무자는 남자였는데 전화목소리는 여자였거든요.
나: 여보세요~
채무자 부인: 명함 붙여놓고 가셨던데 그거 보고 연락했습니다(목소리 첫인상은 시원시원한 아주머니 같았음)
나: 아 네 그러셨군요~ 근데 채무자분은 남자분이시던데 전화주신 분은 채무자분과 어떤 관계이신지요?
채무자 부인: 저는 와이프되는 사람이에요
송사무장님의 책에서 명도할때 누구와 협상해야하는지 확인해야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났습니다.(협상의 대상을 확인할 것!)
나: 그러면 앞으로는 사모님과 얘기하면 되나요?
채무자 부인: 네, 남편이 안 하려고해서 저하고 연락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어요. 남편이 작은 사업을 하다가 잘 안 돼서 이렇게까지 됐는데 작년에 경매에 넘어간 건 우리도 알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채무자의 법률지식은 거의 전무했고, 협상은 채무자의 부인과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작년부터 경매가 진행되어 언젠가는 이사가야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다만 당장 이사할 수 없으니 2달 정도만 더 살게 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제3자화법으로 낙찰자께 잘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첫 번째 전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채무자의 법률지식이 전무하다는 점을 확인했기에 한결 편한 마음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2달은 힘들 것 같습니다. 대신 낙찰자가 이사비를 지원해주겠다고 합니다. 만약 잔금납부기일 전에 이사를 나가면 100만원, 잔금납부기일로부터 3주 안에 이사 나가면 50만원의 이사비를 지급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결국 중간지점에서 타협했습니다. 잔금납부기일로부터 2주 안에 이사 나가는 것으로 하고, 대신 이사비는 100만원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으로 명도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채무자가 이사할 집 계약서를 미리 사진으로 보내주어 명도합의서는 실제로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약속한 이삿날 당일. 채무자 가족들은 시원하게 이사했습니다.
조금 힘들었던 점은 이삿짐센터가 아침 8시 반부터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늦어도 3~4시쯤 이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려 결국 저녁 7시30분쯤 끝이 났습니다.
저는 여유 있게 12시쯤 현장에 도착했고 채무자가 이사하는 사이 점심먹고 근처 부동산에 들러 상담도 하고 물건도 내놓고 관리사무소에 들러 채무자가 관리비는 다 정산했는지 확인하고 입주요청과 주차등록도 했습니다.
이사가 늦어진 게 채무자가 형편이 어렵다보니 저렴한 이삿짐센터를 불러서 그런지 일하는 사람 5명중 3명이 외국인이었습니다. 일하는 걸 직접 보니 한국인직원 2명과 외국인직원 3명 사이에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되고 호흡이 하나도 안 맞더라고요.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어찌됐든 채무자는 짐을 다 뺐고 저는 집 전체를 둘러본 후(물은 잘 나오는지 불은 잘 들어오는지 파손된 부분은 없는지 등등) 사진을 찍고 약속한 이사비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약속 잘 지켜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약속한 금액보다 조금 더 얹어드렸습니다. 여기서 팁은 이사비 드리면서 집에 다른 결함은 없는지 한번 더 물어보세요! 물어보니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이렇게 미리 체크해야 나중에 수리할 부분과 추가 지출될 비용도 예상할 수 있고 부동산에 내놓을 때도 은근 도움이 됩니다.(우리집이 장판은 깨끗한데 벽지 도배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도배를 안하고 200만원 저렴하게 내놓을 수도 있겠죠)
그렇게 열쇠를 건네받고 배웅해서 잘 보내드렸습니다.
여기서 또 팁이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관리사무소에 들렀을 때 채무자한테 받아야 할 열쇠랑 리모컨 등 챙겨야할게 뭐가 있는지 미리 물어보세요! 저는 현관 스크린도어 전자키 4개, 대문 전자키 4개, 실내조명 리모컨 1개 이렇게 받았어야 했습니다.
까먹고 못 받아서 나중에 다시 채무자에게 연락해야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채무자가 협조해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챙기는 게 좋을 듯합니다.
여기까지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명도후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타로 매도하게 되어 지난주에 계약서를 쓰고 왔는데요. 첫 낙찰부터 매도까지 공부한 대로 순탄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초심자의 행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습니다*^^*
좋은 기운 받아서 행크 가족분들도 꼭 성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 경험담은 다음 ‘행복재테크’ 카페
2021년 5월 게재된 ‘애기걸음’님의
‘명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feat.초심자의 행운?)’을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