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장을 낙찰받은 분께서 곤란한 일을 겪으셨다.
볼링장을 낙찰받았는데, 볼링장 내부 시설과 기계만 따로 종전 소유자로부터 매매한 제3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래도 세금계산서도 없는 이상한 서류를 가지고 와 그런 주장을 하길래 처음엔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제3자는 볼링장 내부 시설과 기계 전체에 대한 인도청구소송을 경매 낙찰자를 상대로 제기했고, 법원은 “볼링장 내부 시설과 기계 물품은 종전 소유자로부터 내부 시설과 기계만 매매한 제3자 소유이다. 낙찰자는 내부 시설과 기계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했다”라고 판결을 했다. 경매낙찰자는 볼링장 소유권만 취득하고 나머지 시설과 기계의 소유권은 취득하지 못했다고 판단해서, 볼링장 운영이 멈추게 생겼다고 했다.
볼링장 내부 시설은 단순한 몇몇 동산이 아니라, 볼링장을 운영하는 데에 필수적인 물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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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보면, 볼링장 레일, 볼링공 배급기계, 볼링핀 배급장비 등등 장비들이 있다. 이 모든 장비가 낙찰자 소유가 아니라 제3자 소유이니 이 장비들을 모두 돌려주라고 판단을 한 것이었다. 특히 볼링공, 볼링핀 배급장비까지 빼앗기면 엄청난 일이 아닐 수밖에 없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낙찰자에게 어마어마한 피해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대법원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 사건을 처음 접하고, 대법원에서 이길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다.
2심 판결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2심 판결을 담당한 재판부 역시 12~18년 정도 법조계에 계신 부장판사님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부장판사님 3분이 합의하여 나온 판결을 대법원에서 깬다? 정말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건 수치로도 증명되는 일이다.
대법원에서 형식적인 이유가 아니라, 실체적인 판단 오류를 짚어서 파기환송 되는 비율은 3% 수준에 불과하다.
변호사 업계에서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본 경험을 가진 변호사가 많지 않다. 그만큼 실무에서 부장판사들이 내린 2심 판결을 대법원에서 뒤집는 판결을 받기 어렵다는 말이다.

경매대상이 되었던 볼링장 전경
보통 경매를 해서 낙찰을 받으면 부동산만 낙찰받는 것이지, 내부 물품까지 당연히 낙찰받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위 기계와 내부 물건들도 당연히 볼링장을 낙찰받는다고 경매낙찰자가 그 물건의 소유권까지 취득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마치 경매대상에 내부 물품과 기계들까지 포함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2심 재판부는 경매사건의 낙찰자가 부동산 근저당권에 따른 ‘부동산’의 소유권만 취득하고, ‘내부 물품과 기계들’의 소유권은 하나도 취득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이 2심 판결이 나오자마자, 상대방 측은 볼링장 낙찰자에게 내부 물품과 기계들의 대금으로 10억 4,000만원을 요구했다.
경매 낙찰자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것이다.
본인 왈 : “2심판결에는 7가지 오류가 있습니다.”
2심 판결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아쉬운 점이 많이 보였다. 상대방 측 주장을 다소 기계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본 부분이 많았고 경매실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심 판결의 여러 오류사항을 하나씩 정리해보았다.
결국 2심 판결의 논리 중에 7가지 오류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정성껏 대법원에 제출할 서면을 작성했다.
하지만 대법원 사건이다… 대법원 판결 중 80% 이상은 심리불속행기각이라고 하여 별도 심리 없이 곧바로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실질 파기환송 비율은 3% 수준으로 승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판결선고기일이 잡혔다.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간지 단 4개월 만이었다. 대법원에서 판결선고기일이 4개월만에 공식적으로 지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최태원 회장 옆에서… 이 사건도 함께 ‘파기환송’ 선고
최근에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간의 이혼소송이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 대법원에 선고가 있는 날 관련자들과 기자들이 굉장히 많이 재석을 한 상황이었다. 그 결과는 파기환송!
해당 사건 기사는 엄청 쏟아져나왔다.
그런데 그 때 옆에서도 내가 맡은 볼링장 사건이 함께 선고되어 있었다. 파기환송 승소했다.
다들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ㅜㅜ 나만은 매우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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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서 4개월만에 나온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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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볼링장 낙찰자 분께 사건 결과를 전달드렸다.
낙찰자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고 십수억의 피해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어서 결과에 대해 매우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기뻐하셨다.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 입장에서 정말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볼링장 내부 시설과 기계든은…. 볼링장 부동산의 “종물”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혹시 떠오르는 법리가 있었는가?
“종물”을 생각했다면 경매 공부 열심히 한 것이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요점은 아래와 같다.
내가 총 7가지 오류사항을 쟁점으로 잡아 문제 삼은 것 중에 가장 우선해서 문제삼은 부분에서 우리 측 주장이 맞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쟁점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며 바로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2심에서는 볼링장 내부 시설과 기계들을 볼링장 부동산의 종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계 등은 이 사건 부동산이 볼링장으로서의 경제적 효용을 다할 수 있도록 하여 주는 필수적인 시설물로서 이 사건 부동산의 종물에 해당하고, 민법에 의한 일반 근저당권으로서의 효력은 이 사건 부동산에 미쳐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의 효력은 이 사건 부동산의 종물인 이 사건 기계 등에도 미치므로, 근저당권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을ㆍ병은 종물인 이 사건 기계 등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설령 원고가 근저당권 설정 후 갑으로부터 이 사건 기계 등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더라도, 그 이후 이루어진 경매절차에서 을ㆍ병이 이 사건 부동산과 함께 이 사건 기계 등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상, 원고는 자신이 소유자임을 내세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기계 등의 인도를 구할 수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함
대법원 2025다213056 유체동산인도 (마) 파기환송
쉽게 설명하면, (1) 부동산에 설정한 근저당권의 효력은 ‘부동산의 종물’에 대해서도 미치므로 볼링장과 함께 볼링장 운영에 필수적인 부동산 내부 물품과 기계들의 소유권도 부동산 낙찰자가 취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2) 최초 근저당권 설정 후에 볼링장 내부 물품을 별도로 매수한 사람이 있더라도, 근저당권의 효력이 우선하므로 볼링장 낙찰자는 나중에 매수한 사람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았다.
기존에는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볼링장과 관련하여 나온 판결이다.
중요판결로 구분되어 대법원 판례공보에도 공식적으로 실렸다.
2025다213056 유체동산인도 (마) 파기환송 [공장에 설치된 기계 등에 근저당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인도를 청구하는 사건]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저당부동산의 종물의 의미 및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의 실행으로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그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그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종물의 소유권도 함께 취득하는지 여부(적극) 및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전이면서 저당권이 설정된 후에 그 종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부동산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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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 생각한다.
해당 경매사건의 진행과정이나 실무를 생각했을 때에 해당 물건과 기계들의 소유권을 당연히 낙찰자에게 인정해주는 타당했고, 이 글에 자세히 쓰지는 않았지만 종전 소유자와 제3자 간의 내부 물품과 기계들의 매매계약은 허위 매매계약인 것도 거의 확실했다. 매매대금 지급내역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2심은 허위 매매계약인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허위 계약서도 허위라고 웬만하면 잘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경매인이라면 종물에 관한 중요판결이니 알아두도록 하자.
– Law빈훗 / 이시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