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차 서울시청 옆 순화동에 들린 날이었습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덕수궁 돌담길이나 구경할 겸 밖으로 나와 보니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아펜젤러 기념공원, 러시아대사관,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돌담길까지 ‘여기 살면 매일 이런 걸 보겠구나’ 싶어 심히 부러웠습니다.

그럼 뭐해요, 여긴 도심 한복판이라 사람 살 공간이…어 있네???

거실뷰는 덕수궁, 산책로는 정동길, 10년간 3배나 올랐네? [아분파]
덕수궁 롯데캐슬(동그란 건물은 오피스텔) /사진=서울연구원

아무도 모르는 순화동의 비밀
1900년 순화동은 지금의 서울역이었습니다.

경인선 개통과 함께 대한제국 시기 정치적 중심지였던 경운궁과 정동이 가깝고, 도심 접근성도 좋아 이곳을 경인선 경성역(서대문역) 자리로 정했다고 합니다.


옛 경성역(서대문역)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의선 철도 분기점이 용산역으로 변경되고, 1905년 남대문에 경성역이 새로 완공되면서 서울 철도 교통은 현재 서울역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기록에는 ‘당시 서울 거주 일본인들의 활동 구역이 청계천 이남과 남산 일대에 편중되어 있었다는 점’을 서울역 변경 이유로 제시했는데, 참 씁쓸하죠.

서대문역은 점차 이용객수가 줄어들다 1918년 폐역되었는데, 이후 철도원 관사촌으로 쓰이다 광복을 맞았습니다.

1955년 이화학원이 부지를 매입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사를 철거했고, 남은 일부는 세월이 흐르며 시청과 정동일대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먹자골목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도심+상가=재개발은 어렵다
순화동은 농협중앙회, 경찰청, 중앙일보, 서울시청 등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는 빌딩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들 중 하나만 있어도 상권이 불붙을 텐데, 이렇게 많다 보니 순화동 뒷골목은 맛집들이 빼곡하게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옛날 종로의 피맛골 생각하면 되겠네요.


옛 블로그들에서 찾은 철거 전 덕수궁 롯데캐슬 자리

그럼 식당 건물들이 아무리 낡아도 재개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실제로 현재 덕수궁 롯데캐슬 자리인 순화동 1-1구역이 그랬습니다.

2001년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됐고, 2004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07년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기록들을 살펴보면 조합과 임차인간의 다툼이 상당했고, 옛 사진들을 보니 분위기가 아주 살벌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합설립부존재 소송이 오가기도 했고, 일부 임차인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가다 결국 용산참사의 희생자가 된 분도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재개발을 중점으로 다룰 때 하기로 하고, 소송이 마무리된 2012년 조합은 사업계획 변경과 함께 롯데건설을 시행사로 선정해 주상복합 아파트+오피스텔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2014년 덕수궁 롯데캐슬이라는 이름으로 착공한 이 주상복합은 아파트 296세대, 오피스텔 198세대로 2016년 준공돼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덕수궁 롯데캐슬 /사진=서울연구원

여긴 직장이잖아 투자로는 별로야???
2013년 분양 당시 기사를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가격·편의시설·교육환경 ‘미흡’… 임대용 투자가치, 주거용은 ‘글쎄'”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인 조그만 교회당….”가수 이문세의 명곡 ‘광화문 연가’ 노랫말의 한 구절. 서울에서 가장 걷고 싶은 곳으로 꼽히는 정동길과 덕수궁 돌담길을 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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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일반공급 물량은 31~117㎡ 247가구, 평당 분양가는 1636만원으로, 82㎡가 5억5000만원 정도였습니다.

인근 마포(3.3㎡당 1800만~2000만원)나 왕십리(3.3㎡당 1800만원)보다 저렴한 수준입니다. 여기에 계약 즉시 분양권 전매도 가능했습니다.

괜찮다 싶은데, 당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네요. 인근 비슷한 규모 주상복합 시세가 더 저렴한데도 공실이 많다는 지적입니다.

기사에 전문가가 덕수궁 롯데캐슬과 비교한 곳이 바비앵인데, 여긴 나홀로아파트라 비교하면 안될 것 같은데…(내부 모습과 시세를 보니 제 생각이 맞네요)


바비엥3차 주상복합

‘실제로 바비앵 3차에 입주 중인 A씨도 “1300만원대 가격의 바비앵에도 공실이 많은데 굳이 1600만원대 덕수궁 롯데캐슬에 목 맬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으잉???)

지금도 별로일까, 정말?

덕수궁 롯데캐슬 위치

덕수궁 롯데캐슬이 시청·서대문·종로 직장인들에게 직주근접상으로는 정말 좋은데, 거주환경까지 완벽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왜 ‘오르는 아파트의 조건’ 있잖아요. 입지, 교통, 쇼핑·문화, 학군, 호재. 이렇게 5가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 지역은 거주보다는 직장생활에 최적화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바로 앞에 이화여고(외고)가 있지만 자사고(특목고)이고, 초·중학교는 거리가 있는데다 대로를 건너야 하는 경우도 있어 학령기 자녀가 있는 분들이라면 주변에 다른 대안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그 어떤 아파트에서도 가질 수 없는 ‘역사적 조경’과 직주근접, 호재(서울역세권개발, 옛 중앙일보 재건축) 등을 우선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덕수궁 롯데캐슬은 침묵의 주상복합일지 시세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84㎡가 15억 중반부터 16억350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습니다. 남쪽으로 오피스텔과 순화빌딩에 막혀있어서 뷰에 따라 차이가 있을 텐데, 북동향 덕수궁뷰는 누구나 탐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비슷한 시기 준공된 마포 아파트들은 20억원을 돌파했고, 남쪽 서울역센트럴자이 18억원대, 왕십리뉴타운 17억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200여세대 소규모 단지로는 선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고, 지난 상승장 전고점도 돌파했습니다.


덕수궁 롯데캐슬 항공사진

덕수궁 롯데캐슬 북동향에서 보이는 뷰 /경희궁자이부동산 땡큐

아니 다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집 거실에서 덕수궁, 미국대사관, 성공회 교회, 서울시청이 다 보인다?

덕수궁 돌담길이 우리동네 산책로다???

이건 누구라도…(심지어 남쪽으론 남산타워가 보인다던데??)

하지만 전 회사가 부천이라… 이만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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